지울 수 없는 죄
1992년 5월 어느 날, 동생이 태어났다.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외로웠었고 동생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러던 와중 작년 말, 엄마의 뱃속에 동생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다. 엄마의 뱃속에 두근두근 뛰는 심장소리를 내 달팽이관을 타고 들어와 생명의 울림을 들을 수 있었다. 5월에 태어난 아이는 싱그러운 초여름의 햇살처럼 우람한 두개의 태양을 갖고 태어난 남자아이였다. 내가 썼던 유모차, 내가 썼던 모빌, 내가 썼던 요람. 내 모든 것을 물려받은 아이는 우리 집의 가족이 되었다.
집에 동생이 들어오면서 나의 일상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우수상을 받아 상장을 가져왔지만 아빠는 나보다 우는 동생에게 먼저 달려갔고, 밥을 먹을 때, 내 눈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엄마는 우는 동생을 보며 "너는 누나가 되가지고 왜 그리 욕심이 많니! 동생한테 양보 좀 해"하면서 내 어린이용 점보 돈가스를 동생에게 한 숟갈 떠먹여 주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엄마 아빠에 대한 호의적 감정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방과 후, 동생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동생이 생긴 후에 내 행복이 무너졌어. 엄마 아빠는 나에게 뒷전이고 동생만 쳐다보는데 너무 기분이 나빠. 너희들도 나처럼 그래?" '어 맞아. 나도 그래. 그래서 나는 관심받아 보려고 피아노 쳐보고 설거지도 도와주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우는 동생에게 딸랑이 흔들어주는 엄마의 모습에 짜증 나더라고.
'나는 평소에 그리지 않던 그림을 열심히 그렸어. 방에서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그렸고 엄마한테 보여주려고 갔는데 엄마는 말없이 나갔다는 걸 그림을 다 그리고서야 알았지. 1시간 후에 유모차와 함께 돌아온 엄마가 네가 그림에 집중하고 있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산책하러 나갔었단다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실망했었어'
'아빠와 나는 주말에 여행을 자주 갔었는데 동생이 생긴 이후로 단 한 번도 가지 못했어. 그래서 동생이 미워'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만 행복을 뺏긴 것은 아니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어떻게 하면 빼앗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엄마 아빠와 함께 동물원에서 돌고래쇼를 보면서 행복했던 그 기분. 놀이공원에서 바이킹 끝자리에 앉아 붕 뜨는 그 느낌이 너무나 무서웠지만 함께라서 무섭지 않았던 그 유대감.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다.
한 달 뒤, 아빠는 산악 동아리 모임으로 나갔고 엄마는 부녀회 모임에 간다고 집 잘 보고 있으라고 동생과 나를 두고 나갔다. 나는 학원 숙제였던 체르니 30번을 1시간 연습하고 목이 말라서 냉장고에 있던 포도 주스를 꺼내 먹었다. 갈증을 채우고 동화책을 읽고 있었는데 잠자고 있던 동생이 고래고래 크게 울기 시작했다. 여린 고막을 찢어버릴 괴성. 동물의 세계에서 오랑우탄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함성 지르는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매우 크고 시끄러웠다. 마침 요람 옆에 예비 배게가 하나 있었다. 배게로 동생의 얼굴을 덮었다. 동생은 무척 싫다는 듯 온몸을 배베꼬며 배게를 관통하는 비명소리는 천지를 울렸다. 방안은 정적이 흘렀다. 조용해졌다는 것을 알고 부엌 서랍에 있던 위생장갑을 끼고 요람의 동생을 뒤집었다. 배게와 장갑은 흔적도 없이 불태워서 잿더미는 옆 동 쓰레기장에 버렸다. 돌아와서 널브러진 식칼로 내 온몸에 덕지덕지 상처를 내고 현관 앞에 쓰러졌다.
그 후 30분이 지났을까.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왔고 피바다가 된 현관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쓰러져 있던 나를 일으키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몸은 괜찮은 거야?" 나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한 달 만에 받은 엄마의 관심에 짜릿한 기분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일어나면서 상처가 벌어졌지만 행복했다.
'옆집에.. 새로 이사 온.. 혁건 아저씨가... 시루떡 준다고 해서 문 열어 줬는데 식탁에 떡을 놓더니 갑자기 내 몸을 만지면서 자기 뜻대로 안 하면 식칼로 죽여버리겠다고 했어요. 싫어요 안돼요 했더니 아저씨가 그럼 널 죽이는 수밖에 없겠다 해서 열심히 도망 다녔고 현관문 나가서 밑집 지혜 아줌마한테 도와 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아저씨가 나가려는 사이 식칼 손잡이로 내 머리를 쳤고 쓰러졌어요.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안 나요...'
"인상이 좋아 보여서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런 불순한 생각을 가진 놈이었다니.. 세상에 믿을 새끼 한 명도 없다니깐. 정말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구나. 어서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피가 너무 많이 나네. 지혈하고 빨리 병원부터 가자!"
'엄마.. 난 괜찮아요 하나도 안 아파요... 엄마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그나저나 동생은 어떻게 되었니? 괜찮겠지...?" 하고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고 엄마가 요람으로 갔다. 뒤집어져 있던 동생을 보고 두 번째 비명을 지른 엄마. 손목을 만지고 맥박이 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한 시간 뒤 엄마의 연락을 받고 온 경찰들,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고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담당 형사는 엄마에게 말했다.
"현장감식 결과, 현관문 도어록과 부엌 서랍, 따님 옆에서 발견된 식칼에서 오혁건의 지문이 검출되었습니다. 시루떡을 준다면서 아이를 강간하려고 했다가 강하게 저항하자 부엌 서랍에서 식칼을 꺼내고 아이에게 협박하고 상처를 냈고 요람에 있던 아이가 울자 당황한 오혁건은 아이를 뒤집어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강간을 하지 못하고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던 오혁건은 소녀를 기절시킨 뒤 베란다로 도주했고 5층 높이에서 뛰어내려 왼발을 절뚝이면서 자신의 집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돌아간 것으로 추측됩니다. 오혁건을 수사하기 위해 옆집에 갔는데 마치 자신이 범인이 아닌 것처럼 태평하게 GTA라는 폭력성 짙은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오혁건의 PC 하드디스크를 검사해본 결과 다량의 AV파일이 확인되었고 이러한 경황으로 추측해본 결과 야동을 보다가 옆집에 아이들만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성욕을 채우기 위해 약자인 아이를 강간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들의 수사로 파악된 내용은 여기까지 입니다. 더 추가적인 사실이 밝혀지면 부인께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나는 증거인멸을 위해 배게와 위생장갑을 아빠가 쓰던 일회용 라이터를 켜서 불태웠다. 잿더미와 라이터를 옆 동 소각장에 버리고 집에 돌아와 안심하고 있었을 때, 띵동 하는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자신이 오혁건이라고 말하면서 이사 왔다고 시루떡을 들고 있었다. '부모님은 안 계시니?' 하더니 집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순간 나는 떠올렸다. "그래 저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서 죄를 덮어 씌우자!"
"도어록 번호는 4296에요!"라고 말했고 그는 4296을 누르고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오혁건이라는 남자는 신발을 벗고 왼쪽 다리를 절뚝이면서 시루떡을 식탁으로 가져갔다. "아저씨는 왜 다리를 절뚝이시는 거예요?" '아 옛날에 태권도를 하다가 다리를 다치고 나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다리를 너무 혹사시켜서 현재 의료 기술로는 고칠 수 없다고 했고, 퇴원하고 나서 계속 이렇게 살아왔어' 나는 영화 소개해주는 유튜버의 영상 중에서 어떤 살인사건에 장애인이 사실 범인이었다는 흥미로운 어떤 영화를 보고 생각했다. 범인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범인이라는 반전 영화였다. "그래 어떻게 나같이 약자인 아이가 어떻게 사람을 죽일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겠어. 이 사람은 범인 일 것 같지 않지만 나보다 키 크고 힘센 장애인 남자라는 강자니까 충분히 범인으로 만들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오혁건은 시루떡을 자르기 위해 나에게 물었다 '혹시 식칼은 어디에 있니?' "부엌 왼쪽 두 번째 서랍에 있어요" 그가 부엌에 가 있는 동안 나는 그의 신발을 베란다로 가져가서 난간에 신발 자국을 만들고 재빨리 현관에 놓고 거실에 돌아와서 기다렸다. 구둣주걱으로 들어서 나의 지문은 신발에 남지 않았다. 그가 자른 시루떡 한 조각을 먹고 나는 "엄마 아빠는 나간 지 얼마 안돼서 돌아오려면 멀었으니 나중에 오세요" '그래 알았다 나중에 다시 올게' 하고 그가 현관문을 열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어줬고 그는 돌아갔다.
나는 식칼을 일회용 장갑으로 들어서 내 몸을 움직여 상처를 냈고 일회용 장갑은 소파 밑 장판에 숨겼다. 벽에 쌔게 부딪혀 혹과 멍을 만들고 나를 기절 상태로 만들었다. 30분이 지났을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사는 일주일 동안 이뤄졌고 경찰은 오혁건에게 구속수사를 강행했고 식칼 지문과 베란다 발자국을 증거로 강도 높은 심문으로 수사 끝에 그는 자신이 했다고 자백했고 살인과 강간 미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나는 병원에서 이 뉴스를 접하고 나의 완벽한 승리로 죄의식 없이 살 수 있고 엄마 아빠의 온전했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기뻤지만 내가 찌른 상처는 흉터가 되어 지워지지 않았고 더욱 깊이 파여만 갔다.한달 후 퇴원 했으나 여전히 그 흉터는 지울 수 없는 죄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