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하게도 맞춤 동영상 알고리즘에 [브레이브 걸스 롤린 댓글 모음]이라는 영상이 떴다. 한국 사람들 특징 중의 하나로 꼽는 것은 아웃풋 능력은 좋지만 인풋 능력은 그렇게 높지는 않다. 유튜브 영상도 만드는 사람만 만들고, 창작력이 댓글 쓰는 능력에 몰빵 되어 있는 느낌이다.(문풍 당당이랄까)
흔히 말하는 댓글 드립력은 전 세계 중에 감히 최고라고 난 자부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이런 댓글 모음 영상 자체가 나온다는 것만으로 증명되었다고 본다.
영상의 주요 내용은 브걸이 군 위문공연을 하고, 멤버들과 군인들의 리액션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좋은 노래와 그녀들은 무대를 즐기며 웃는 프로정신과 군인들의 환호성과 리액션과 개드립 댓글들이 영상을 인기 동영상으로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다. 댓글 중에 "이 노래 좋은데 못 뜨는 게 아쉽다. 역주행 필요하다" "군대 빌보드 1위" 등 칭찬, 격려, 환호의 댓글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았고, 특히 현역 군인들이 후임 군번들에게 인수인계해준다는 전설의 노래기도 하였다.
그렇게 인기 상승하던 롤린은 2월 24일을 기점으로 롤린이 멜론에 918위로 차트인에 성공하게 된다. 하루 이틀 지나가면서 벅스, 지니, 플로 등 각종 음원 사이트에 차트인 하더니 2월 28일, 벅스뮤직에서 1위를 달성하게 되는 쾌거를 이룬다.
4년의 결실의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이후 지니(3월 1일), 멜론(3월 10일), 플로(3월 10일)에서 1위를 달성하며 메이저 음원 사이트 올킬에 성공하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롤린은 역주행에 대성공하여 EXID를 이은 두 번째 역주행 아이콘이 되었다. 물들어 올 때 확실하게 노를 젓게 된 브걸은 음악방송활동을 재개하였고, 3월 14일 인기가요에서 브걸은 롤린으로 약 1,854일 만에 첫 1위의 영광을 안게 된다. 이후 음악방송인 더 쇼, 쇼챔, 엠카, 뮤뱅까지 모두 1위로 퍼펙트 올킬. 대세 걸그룹에 정점을 찍게 되었다.
그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도 수입도 없고 활동이 적어지면서 이번 연도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짐 싸고 가수 활동을 그만두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녀들의 인생역전에 성공하게 되는 놀라운 결과가 이어지게 되었다. 브걸은 롤린 댓글 모음 영상을 만들어준 유튜버 비디터와 식사자리를 마련하기로 한다.
필자가 역주행 현상 이후 브걸에 관련된 여러 가지 영상들과 인터뷰들을 보면서 브걸은 왜 역주행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 때 세 가지를 뽑았다.
첫째, 유튜브 알고리즘의 수혜
현재 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영상 플랫폼은 단연 유튜브 일 것이다.
TV는 한물간 지 너무 오래되었다. 관찰 예능과 음악 예능만 넘치는 비슷한 포맷의 노잼 방송들이 가득하며 여성향 위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편성되니 남자들에게서 경쟁력을 잃었다. 온 가족이 볼 프로그램들이 사라졌다. 유튜브는 TV보다 규제가 적고 채널의 다양성으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고 즐기면 된다. 유튜브를 보면 맞춤 동영상이 뜨게 된다. 보통은 내가 보는 영상들과 비슷한 장르의 채널과 영상들이 뜨는데 가끔씩 정말 뜬금없는 나와는 아예 관계없는듯한 영상들이 뜨는 신기한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이런 알고리즘을 통해 호기심으로 사람들이 클릭 한번 하게 되며 단숨에 인기 동영상이 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롤린 이전에는 EXID의 위아래가 역주행의 시발점이었으며 이번 롤린 역주행 현상도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 군인들의 열렬한 지지와 인성
브걸은 군인들에게 인성 좋고 팬서비스가 아주 훌륭한 그룹으로 소문나 있었다.
한 해병대 사단에서 롤린 댄스 커버 공연을 하게 되었다. 브걸은 공연을 끝내고 갔었어야 했으나, 뒤에서 자신들의 노래로 무대를 꾸민다고 해서 한 번만 올라와 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받아들였고, 매우 성공적인 위문공연이 되었다.
"당시 백령도 날씨가 안 좋아서 배를 타기 어려웠고, 위문공연이 어려울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브걸은 배를 타고 들어왔으며 몇 분 안 되는 공연을 웃으면서 최선을 다해 무대를 하였고, 군인들의 손을 꼭 잡아줬다"
나도 군필자로서 남자들만 보는 군생활 2년 동안의 일상이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이런 와중에 위문공연 한 번이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며 삶의 의지를 다시 한번 재충전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군인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위문공연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다.
군 위문공연은 수입과 홍보에 도움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속사들과 가수들이 좋아하는 공연은 아니다. 인기 가수는 아예 안 가거나 한두 번 정도 할 뿐이다. 그런데 브걸은 이런 현실 속에서도 군공연을 마다 하지 않고, 성실하게 뛰어다니며 군인들에게 인정받았고, 뒤늦게 역주행에 성공하며 군인들이 받은 에너지와 활력소의 보답으로 브걸을 성공가도에 올려줬다. 서로 윈-윈 한 셈이다. 몇 없는 아이돌 시장의 대기만성의 아이콘이 되었다.
셋째, 소속사의 적극적인 푸시
소속사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역주행 이후로 피어레스(팬덤명)가 피드백을 하면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기존 롤린 앨범 커버는 섹시한 이미지에 올드한 느낌이다. 팬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청량하고 시원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사실 앨범 커버를 바꾸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기에 이것을 수용하여 반영한 부분은 긍정적이다.
앨범 커버 전과 후
의상에 문제가 있으면 다음 음악방송에서 교체했으며, 팬들이 멤버들에게 원하는 것들이 있으면 반영하였다. 유나의 반 묶음을 보고 싶다는 댓글을 봤는지 유나는 음악방송에서 반 묶음을 하고 나왔다. 안무 포인트인 의자는 그대로 남겨두되 올라가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하며 비판적인 요소는 삭제하면서 큰 호평을 얻었다.
현재 브걸은 하루에 1시간도 못 잘 정도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은 이런 상황을 처음 겪지만 이런 인기를 언제 다시 누릴까 생각하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3월 19일,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는 인터뷰를 통해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다음 앨범이 상승가도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곡들로 가득 채워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대기만성 걸그룹이 대성해야 다른 걸그룹들도 타의 모범이 되는 롤모델로 삼고 존버 하며 열심히 활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디 오래오래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그룹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