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와 두눈박이

어느 쪽이 정상일까

by Dㅠ

어제 오후 1시쯤,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오늘 토요일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카톡이 왔다.

마침 나도 주말 스케줄이 없었던지라 흔쾌히 승낙했다. 명륜진사갈비에 가자고 한다. 아쉽게도 이 곳은 신림에 없다. 주변 동네 신대방과 봉천에는 있기에 어느 쪽으로 갈까 고민했다. 친구는 거리는 둘 다 비슷하지만 도림천 산책길을 걸을 수 있기에 이쪽으로 가자고 하였다. 알겠어 라고 말하며 나는 옷을 주섬주섬 미리 꺼내 입는다. 오늘은 어떤 콘셉트로 입고 나갈까? 하다가 옷장 위에 보이는 청자켓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하늘한 청바지와 하늘하늘한 청자켓. 요즘 같은 쨍쨍한 날씨에 안성맞춤이다. 안에는 저번 주 백화점에서 구입한 시원한 남색 리넨 티셔츠를 입었다. 회색 반목 양말을 신고, 약속시간 전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을 즐겼다. 그런데 시간을 보니 어느덧 5시였다. 약속시간은 5시 30분인데 이미 게임을 시작해버린지라 중간에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지금 게임 중이라 바로 못 나가서 6시에 보자고 말했다. 알았다고 하며 난 시간을 벌었다. 게임이 끝나니 5시 17분이었다. 게임은 패배해서 기분은 나빴지만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예정 시간보다 빨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서둘러 컴퓨터를 종료하고, 현관문으로 달려가 파란색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신었다. 대문을 쾅 닫고 열쇠로 문을 철컥 잠그고 나왔다.


8번 마을버스를 타고 신림역에 도착하니 5시 30분이었다. 신림역에서 신대방역은 한 정거장 차이 이기 때문에 2분 만에 도착. 신대방에 내려서 친구가 보내준 지도 URL를 보며 명륜진사갈비를 찾는다. 지도로 보니 도보로 약 10분이 걸린다고 적혀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쭉 직진했더니 어느 센가 도착했다. 도착한 시간은 5시 45분. 6시보다 일찍 와서 기분이 좋았다. 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어디냐고 카톡 했더니 생각보다 버스가 늦게 와서 늦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친구. 할 수 없이 나는 음식점 정문 앞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켜서 시간을 때웠다. 어느덧 시간은 6시 5분. 친구가 도착했다. 한 달 만에 본 친구인데도 요즘 같은 대 코로나 시대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어려운 시점이라서 그런지 더 애틋한 느낌이었다.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한 것처럼 말이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둘은 통성명을 빨리 끝내고 음식점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나와 친구는 놀랐다. 가족단위가 많이 보였다. QR코드를 찍고, 열감지 센서를 통과 한 우리는 비어 있는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안쪽 긴 의자에 앉고, 친구는 밖에 일반 의자에 앉았다. 종업원이 갈비와 숯불과 가위, 집게를 가져왔다. 종업원은 테이블 세팅을 하고, 우리는 각종 반찬들과 밥을 가져오기로 한다. 적당히 넘치지 않게 찬그릇에 담아 챙겨 온다. 김치, 콘샐러드, 양파절임, 상추 등 식사에 필요한 반찬들을 가져왔다.


테이블에 돌아온 친구가 집게를 가지고 갈비를 굽기 시작한다. 구워지는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나는 최근에 스트레스 및 피로로 인해 응급실에 갔던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며 걱정했다. 나 또한 회사 다니면서 이런 적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언제 또 쓰러질지 모르니 항상 긴장하고 있고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퇴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몸에 무리가지 않게 행동 조심하라고 말한다. 친구에게 이번 일주일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본다. 친구는 강남에 있는 한 복지관에서 영어 강사로 일주일에 한 번, 영어 수업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페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일 자체는 쉬워서 좋다고 말한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공무원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 말로는 5~6월쯤에 정식 강사를 뽑을 거라고 하는데 만약 한다고 한다면 친구 스펙으로는 페이가 아쉬울 거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구가 4년제 대학교 졸업생이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 같다. 하지만 친구는 그렇게 돈 욕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본인은 이 일에 만족스러워하기 때문에 정식 강사 채용 공고가 뜨면 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몸이 안 따라주면 말짱 꽝이라고 말했다. 친구는 주어진 환경에 감사함을 느끼며 부족한 것 없이 자랐기에 자신이 쓸 돈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나는 친구에게 얼른 돈 많이 모아서 독립하고, 조그맣게라도 월세 원룸이라도 구해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본인도 어느덧 서른 살이기도 하고 부모님 집에 있는 게 눈치 보인다고 하여 빠르게 독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같이 다녔던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가 나왔다. 찐따스러운 애 한 명 있었지~ 하다가 요즘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불거지고 있는 학교 폭력에 대해서 대화 주제가 등장했다. 친구가 내가 그때 너도 아는 OOO 한테 빵 사 오라고 시켰었는데, 만약에 내가 크게 성공했는데 그 친구가 SNS나 공론화될 수 있는 곳에 당시 사건을 고발하면 어떡하지 하며 불안에 떤다. 그래서 나는 빵 사 오라고 시켰어도 돈은 줬을 거 아니야? 진짜 나쁜 놈이었으면 돈도 안 주고 빵사오라고 시켰겠지 하며 설마 물어본다. 물론 돈은 줬지 라고 말하며 나를 안심시킨다. 그러면 굳이 걱정할 필요 없어~ 말하며 신경 쓰지 말라고 전했다.


요즘 학교 폭력은 직접적으로 주먹과 발길질로 신체를 훼손하는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카톡 왕따 및 가스 라이팅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주며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악랄하게 행동 한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났다. 친구는 우리 학교는 찐따들이 많았는지 그런 큰 왕따 사건은 없었고 조용하게 지나갔다 라는 느낌이 들어 라고 말한다. 나는 우리 때까지가 순수의 시대였다고 봐. 우리가 학교 졸업 이후 체벌금지가 되었고, 학교와 교사들의 교권은 무너졌고, 학생들이 갑이 되어 선생님들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지. 선생들도 괜히 학생일에 끼어들었다가 화를 입을까봐 학생들 일에 잘 끼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 왕따나 폭력 문제는 무척 심각한 문제인데도 말이야. 만약에 내 자식이 피해자인데 가해자들은 그저 어렸을 적 잘못이었을뿐 하면서 넘어갈려고 한다면 난 그 새끼 죽여버릴꺼야.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고, SNS 시장이 점차 증가하면서 이상한 사람들이 우리가 학생 때보다 그 수가 더 많아졌지. 10년 전에는 인터넷에서 10명 중에 1~2명이 비정상이었는데, 지금은 10명 중에 7~8명이 비정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구도 동의하며 끄덕였다.


친구는 특히나 트위터가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고 말한다. 나는 무척 동의하며 끄덕끄덕 했다. 페미니스트, 2D 오타쿠, 3D 오타쿠, 비관적인 사람, 좌파 등등 정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고 나는 말했다. 이게 결국 끼리끼리 모이는데 만약 이게 잘못된 행동을 한다 했을 때, 그 내부에서 이건 좀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무지성인 상태로 집단이 하자고 하니 그냥 따라가는 거지 그게 범죄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 재재하지 않으니까 그게 정상적인 건 줄 알고, 범죄 작당모의하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하고 말이야. 오늘도 SNS는 인생낭비다 라고 말한 퍼거슨은 1승 챙겼네 하하호호 웃는 친구. 나는 개인적으로 SNS도 잘만 쓰면 좋다고 생각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 같은 곳은 그런 이상한 사람은 안 보인다고 말했다. 그냥 트위터 자체가 문제로 보여서 트위터 자체를 없애 버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 근데 트위터를 없애면 또 다른 음지 영역인 텔레그램으로 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트위터의 사람들을 교화시켜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골똘히 생각했다.


그들이 볼 때는 우리가 비정상으로 보일 거야. 걔네들은 우리들은 외눈박이로 보겠지. 실제로는 그들이 외눈박이인데 말이야. 친구의 말에 나는 강력하게 동의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들은 정상적인 두눈박이라고! 그런 사람들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뇌에 우동사리 가득한지 생각이라는 걸 안 하는 것 같아. 그냥 당장 현재만 바라보지 미래에 대한 생각을 1도 하지 않는 느낌이야. 말도 되게 생각 없이 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려 하지 않고, 남 탓 하면서 자위하면 기분 좋을까 싶어. 노력은 죽어라 안 하면서 쉽게만 살아 갈려고 하는 게 눈에 보여서 참 안타까워.


그 이후로도 친구와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어느덧 갈비를 배부르게 다 먹었다. 4번 먹었으면 많이도 먹었다. 처음에는 숯불이 워낙 강해서 고기가 금방 타버릴 정도였는데 4번째가 되니 불이 약해졌다. 우리는 계산을 마치고, 도림천 산책길을 걸었다. 주변 공원인 보라매 공원에 갔는데 공원에서 걷는 사람들과 달리 우리 둘만 반대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친구가 왜 우리만 왼쪽 방향으로 가는 것 같지? 우리 외눈박이인가? 하며 말한다. 나는 그런가? 푸하하 하며 크게 웃는다. 공원에서 한 바퀴 돌고 스타벅스에서 음료수 서로 한잔씩 시원하게 마시며 시원한 밤바람과 함께 산책을 끝마치고 어느덧 밤 10시, 친구를 마을버스를 타는 곳까지 바래다주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친구와 깊은 대화를 하면서 생각 없는 외눈박이들 보다는 미래지향적인 두눈박이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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