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고 해 뜰 날 돌아온단다

시장이 바뀌고 묶여있던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by Dㅠ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토지신탁에서 왔습니다."

저번 주 일요일, 처음 보는 두 명의 중년 남녀가 우리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엄마는 무슨 일인가 싶어 일단 대문을 열어줬다.

"다름이 아니라 현재 이 지역이 재개발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재개발 진행이 되면 모든 건물을 밀어내고,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예정입니다. 저희는 재개발 동의서를 들고 다니면서 주민들의 동의 사인을 받고 있습니다."

남자 조합원이 방문 이유를 설명한다.

엄마는 휘둥그레 한 눈으로 남자 조합원을 쳐다보며 물어본다.

"제가 사인하면 바로 진행되는 건가요?"

옆에 있던 여자 조합원이 말한다.

"아뇨, 바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요. 이 지역 주민들의 80% 이상이 동의를 하면 진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재개발 일정은 아직 바로 알려드릴 수는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엄마는 기대했는데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에 아쉬워한다.

"그렇군요.. 이 오래된 빌라가 재개발로 좋은 아파트가 된다는데 마다 할 이유는 없겠죠. 사인할게요"

엄마는 이름과 핸드폰 번호, 개인정보 수집 동의란에 체크 표시를 하고 남자 조합원에게 서류를 돌려준다.

"동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남자 조합원이 말을 하고 두 조합원은 떠났다.

엄마는 대문을 닫고 내 방에 있던 나에게 벅차오르는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가 이 집을 구매하기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구나. 만약 아직도 이 집을 안 사고 월세 내고 살았으면 더 힘들게 살았을 거야. 우리가 힘들게 살았던 것에 대한 보상을 드디어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

나는 방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엄마와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대출을 하더라도 집 산 것이 헛된 행동은 아니었구나 생각이 들며 엄마에게 말한다.

"맞아. 전에는 월세 내던 게 더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기다림의 끝에 이 지역도 재개발이 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분 좋다~! 내가 살게 될 아파트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된다 ㅎㅎ"

김칫국 한 사발 마신 내 말을 듣고 엄마는 나를 꼭 껴안고 큰 방으로 돌아갔다.

이 기쁜 소식을 밖에 있던 누나와 카톡으로 공유했다. 그랬더니 누나 왈 "시장이 바뀌면서 재개발 묶여 있던 게 풀려서 동의서 받기를 시작한 것 같아" "기분 좋네~ 우리 행복길만 걷자 ㅎㅎ"라고 보낸 누나.

"그래 누나 우리 행복길만 걷자 ㅋㅎ" 답장을 보냈다.


지난 4년, 나는 그 흔한 연애도 안되고,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한 달 버티기를 반복하며 대체 내 인생은 왜 이럴까에 대한 자기 비하와 불확실 가득한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포자기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다. 절벽에 사지 내몰린 어린양이었던 나. 바로 앞은 고저차가 매우 깊은 낭떠러지다. 이런 와중에 굵고 단단한 동아줄이 하늘에서 인내를 머금고 나에게 내려왔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고 하였다. 나에게 희망의 동아줄이 내려온 것은 그동안 힘들게 참으며 살아왔으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하늘에서 선물해준 것은 아닐까. 한줄기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오늘 난 하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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