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서민이었던 내가 이 세계에서 우울증 환자?

나도 모르고 있었던 우울장애

by Dㅠ

내 나이 서른.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상황이 몇 년 동안 지속되자 누나의 권유로 유명한 정신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나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내 현재에도 미래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보보기로 한다. 발산역 근처에 있었다. 신림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 거리가 있다. 지하철로는 약 30분 거리. 집에서 버스 타고 지하철 환승 시간까지 포함하면 대략 1시간 걸린다. 생각보다 대기줄이 있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 듯싶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내 차례가 왔다. 의사 선생님에게 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현재 본인 말로만 듣고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고, 웩슬러 지능 검사를 해보고 나서 다시 말해보자며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목요일에만 가능하다고 한다. 월요일에 회사에는 목요일에 연차를 쓰고, 다음 주에 받기로 한다. 목요일 당일, 웩슬러 검사는 전문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진행하셨다. 그림 그리기, 그림 보고 보이는 것 말하기, 틀린 그림 찾기, 단어 뜻풀이, 상식 문제, 퍼즐 맞추기, 숫자 외우기, 산수 문제 등등을 하며 제한 시간 두 시간이 쉴세 없이 빠르게 지나감을 느꼈다. 단어 뜻풀이와 상식 문제는 쉽다고 생각했고, 금방 넘어갔다. 하지만 숫자 외우기와 산수 문제는 어렵게 느꼈다. 여기서 시간을 꽤 날려 먹었다. 그렇게 진땀 나던 웩슬러 검사가 끝났다. 다음 주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다음 주 토요일, 충격적인 결과가 나에게 비수를 꽂았다. 현재 환자는 우울증이며 일반인보다 지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지능 수준이 치매 전 단계로 나온다고 하며 현재 나이에 비해 너무나 이른 지능 저하가 보인다고 선생님이 말했다. 언어 이해와 지각 추론은 일반인 영역의 기준으로 나왔으나 작업 기억과 처리 속도에서 확실히 떨어진다고 고 했다. 그래서 의원에서 약을 지어줄 테니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한다. 약 꾸준히 먹으면 1년에 지능이 3씩 늘어난다고 한다. 믿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알겠다고 말했고, 일주일치 약을 받았다. 아침에 식사하지 않고 먹어도 된다고 한다.


산수 능력이나 처리 속도가 늦었던 것은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우울증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선생님 말로는 보통 여자들은 말을 자주 하고, 표현을 확실하게 하기에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면 아는 경우가 많지만, 남자의 경우에는 여자에 비해 말이 적고, 표현이 적기에 보통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성별의 차이일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무뎌지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들어보면 타인이 나를 볼 때 자폐증이나 사이코패스로 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그렇다고 내가 상대의 언어적 표현, 신체적 표현을 무시한다거나, 상대 감정에 무감각하고, 내 일에만 관심 있는 이기적인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렇게 살았다면 나는 방구석에서 밤새도록 게임만 하거나 커뮤니티에서 무지성으로 이상한 글을 싸대면서 놀기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두렵지 않다. 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방구석에 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없다. 노동 급여의 가치를 알고, 남의 돈 받기가 어렵다는 사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보통의 타인과 내가 어울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전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지능과 처리속도가 낮은 나로 인해 고통받았던 이전 회사 사람들과 현재 회사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는 치료에 전념하고 싶지만 나도 보통의 소시민이기에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돈 때문에 고통과 고민의 연속이다.


스물다섯 살부터였을까.

새 직장에 들어가서 일 적이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익숙해지지 않고, 실수투성이 사고뭉치인 김대희.

입사와 퇴사를 밥먹듯이 하며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회사생활하기 전에 하던 단순노동을 하는 인바운드 상담원, 편의점이나 PC방 카운터 관리 아르바이트가 편했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누구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할 일만 하면 되니깐 말이다. 하지만 첫 입사부터 지금까지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아르바이트와 완전 별개의 영역이었다는 것이다. 연애와 결혼이 완전 다른 세계인 것 말이다. 동료는 물론 상사들과 후임들까지 눈치 봐야 하는 곳이 바로 회사라는 공적 모임이었다. 출근 시간 엄수는 물론이거니와 퇴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사가 일하고 있으면 의자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이 직장인의 현실이었다. 약속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상사에게 "더 도와드릴 일 없나요?"라고 말 한마디 하는 게 예의이자 직장인이 살아남는 방법이기도 하다. 상사도 대부분 부하 직원이 도움을 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기가 꼭 도움이 필요한 일이 아닌 이상, 이런 말 한마디 해주는 부하 직원이 있다면 내가 상사여도 참 고마운 일이다. "아니 괜찮아, 퇴근 시간 되었는데 얼른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외에도 회사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많지만, 이 글에서 중요하는 것은 아니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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