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게실증 치료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던 70대 환자는 혈변을 보고 깜짝 놀라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검사 결과, 이 환자는 대장게실증이 있고 ‘게실에 출혈이 생긴’ 상태였습니다.
게실증이란 위나 소장, 대장 등의 벽면에 생기는 풍선 모양의 작은 주머니 ‘게실(憩室, diverticulum)’이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바깥쪽으로 돌출된 상태를 말합니다.
한자로 憩(집 실) 室(쉴 게)로 쓰이는데 주로 위, 소장, 대장, 담낭, 방광 등 ‘내부에 공간이 있는 장기’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름 붙여졌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장게실증은 흔히 '대장에 주머니가 생겼다', '대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대장 벽이 튀어나왔다’ 등 비유적으로 설명하는데, 내시경으로들여다보면 마치대장에 홈이 파인 것처럼 관찰되며 하나가 아닌 여러 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통상적으로 게실증은 40대 이후부터 주로 발생하며, 60~70대가 많은 편입니다. 특히 대장게실증 환자 중의 상당수가 70대에 집중되어 있고 ‘두 명 중의 한 명꼴’로 발생할 만큼 흔하므로,고령층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다면 신속히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상황은 이미 게실이 터지거나 염증이 생긴 상태가 대부분이며, 게실만 나타나는 게실증의 경우에는 무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참고로 게실만 있는 상태를 게실증이라고 하며, 게실에 염증이 동반되면 게실염이라고 합니다.)
앞서 고령층 환자가 많다고 말씀 드렸는데, 나이가 들수록 대장의 기능 자체가 약화되고 노화로 인해 대장의 벽면이 탄력을 잃고 약해져 게실증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게실증을 부르는 위험요인은 식생활 습관(고단백, 고지방, 저섬유질 식습관), 비만, 변비, 지역이나 인종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 해마다 대장게실염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서구화된 현대인의 식생활습관과 운동부족 등 비만 원인'이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 요인은 변비를 부추기는데, 변이 대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더 길어져 대장을 자극하고 이로 인해 게실증과 게실염이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게실증은 그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 게실염(게실이 터지거나 염증)이 생기면서 천공이나 복막염, 누공, 대장 주위 농양 및 장폐색증 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대장게실증은 무증상이고, 염증으로 발전한 뒤에야 소화불량이나 복부 팽만감, 복통, 복부 압통(눌렀을 때 아픈 증상), 발열, 변비(혹은 설사), 혈변 등이 나타나므로 뒤늦게 치료받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내시경 등으로 게실증을 진단할 수 있지만,염증으로 인해 증상이 나타난 환자라면 CT 검사로 게실염 주변의 합병증 여부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게실염은 경미한 증세라면 항생제와 대변 연화제 등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으로 어느 정도 증상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실염 증상이 빈번히 발생한다면 수술적인 치료 방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게실 출혈 등 증상이 심했던 환자의 경우 ‘복강경 대장절제술’로 치료한 사례가 있는데,게실염을 일으킨 게실이 있는 대장을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 방법입니다.
앞에서 게실증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지역과 인종 등에 대해 언급했는데, 동양인은 주로 ‘오른쪽 대장에 게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수술했던 대장게실염 환자도 우측 대장을 절제해 지금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종종 환자들이 이렇게 묻곤 합니다. 특정 음식을 먹으면 좋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식생활 습관을 점검하고 나쁜 식습관을 줄여나가는 것이 현명합니다.
가령, 지나치게 고단백, 고지방 식단을 즐기는 분이라면 섭취량과 빈도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기존에 일주일에 세 번을 먹었다면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이고 한 달에 두 번, 한 번 등으로 점차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주기적인 운동으로 비만하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게실증은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주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게실이 있는지 확인하고 소화불량 등 평상시 증상은 없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대장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