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흔탈장 증세를 보이며 저를 찾아왔던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충수염(Appendicitis)은 외과 수술이 필요한 가장 흔한 질환입니다. 맹장 끝 충수돌기에 염증이 발생하면, 이 부위를 절제하는 맹장수술(충수절제술)을 시행합니다.
이처럼 맹장 수술을 포함한 복부 수술 후, 절개 부위를 중심으로 재발하는 탈장이 바로 반흔탈장(Incisonal hernia)입니다. (*반흔탈장을 절개탈장이라고도 함)
반흔탈장은 수술 부위의 흉터 아래쪽에서 발생합니다.
일상 생활 중 복압이 상승할 때 수술 주변 부위를 중심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자리에 누우면 이러한 증상이 사라집니다.
물론 환자마다 탈장 증상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초기에는 주로 뻐근한 느낌, 혹은 약한 복통 등을 느끼기도 합니다.
반흔(scar, 瘢痕)의 사전적 의미는 '외상이 치유된 후 그 자리의 피부 위에 남는 변성 부분'을 뜻합니다.
수술한 상처 부위가 흉터로 남게 되는데, 그 부위가 점점 약해지면서 탈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혈관 수술이나 장 수술과 같은 큰 상처뿐 아니라, 수술 부위가 작은 상처에도 재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술 후 탈장이 발생하는 시기도 환자마다 다 다릅니다.
어떤 환자는 수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탈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어떤 환자는 수술한 지 수 년이 지난 뒤에 탈장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노인이나 기력이 약한 분은 개복 수술 후 반흔탈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개복 후 봉합한 근육층이 정상적으로 아물지 못해, 그 틈으로 복강 내 장기가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면 정상적으로 잘 봉합한 근육층도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복강 내 장기가 터진 틈으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수술 시 벌어진 근육을 서로 잘 붙여 봉합하지 못했을 때 발생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상태가 심한 상처 봉합 시에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벌어진 부위를 당겨서 봉합한 근육 안팎에 인공막으로 잘 보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봉합한 근육층이 터지면서 탈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긴장(tension) 수술의 경우 재발률이 50%가 넘습니다. 따라서 재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근막 봉합 후 인공막을 사용한 무긴장 탈장 수술이 필요합니다.
탈장 수술의 전통적인 치료 방법은 개복술입니다.
복벽의 약해진 부위를 절개해 탈장낭을 제거한 다음, 인공막을 이용해 보강해주는 수술법입니다. 그러나 반흔탈장에서 개복술은 꽤 어렵고 절개창이 크기 때문에 탈장 합병증(감돈, 교액 등)의 우려가 큽니다.
이에 비해 복강경을 이용한 탈장 수술은 기존의 절개창을 다시 개복할 필요가 없어, 수술 상처와 관련한 합병증 우려가 덜합니다. 절개창이 작아 수술 시 통증도 적고 환자의 회복기간도 비교적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탈장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환자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흔탈장의 특징은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 부위가 커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증상을 오래 방치하게 되면 다른 탈장보다 합병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