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복통이 발생하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맹장염 증상 즉, 충수염증상은 급성 복통이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복통을 유발하는 질환은 매우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담석증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환자에서 복통(오른쪽 상복부 통증)이 나타납니다.
탈장이 있어도 탈장 부위의 뻐근함, 불편감이 있으면서 복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장게실염은 복통이 흔하게 나타나고 배를 손으로 누르면 압통이 특징입니다. 게실염이 심해져서 대장천공이 되는 경우에는 복막염이 발생하며, 이 경우 매우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통을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하므로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맹장염이란 충수염(Appendicitis)을 뜻합니다. 대부분 급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급성 충수염’이라고 합니다. 충수염은 대장의 끝 부위에 연결된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충수염증상 발현 후 3일 이내가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시작된 후 48~72시간이 지나면 맹장이 터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복강 내 감염이 발생해 복막염이나 복강 내 농양이 생길 수 있고, 천공 위험도 더더욱 커집니다.
흔히 ‘맹장이 터졌다’라고 표현하는데, 급성 충수염 환자 중에 충수가 터지는 비율은 약 25% 정도입니다.
충수가 터지면 수술이 복잡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증과 출혈이 생기고 흉터가 적은 복강경 충수염 수술을 시행하기 어렵습니다. 개복수술 후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치료 과정도 녹록치 않습니다.
따라서 맹장염(충수염)으로 진단받으면 최대한 빨리 수술 받는 것이 조기 회복을 위한 최선의 방법입니다. 아울러 초기에 신속히 치료받기 위해 다른 질환과 혼동하지 않도록 충수염증상을 잘 알아두어야 합니다.
충수염일 때 복통이 발생하는 통증 부위는 오른쪽 아랫배(오른쪽 하복부)입니다. 앞서 언급한 담석증 통증인 오른쪽 상복부 통증과는 조금 다른 양상입니다.
증상 발현 초기에는 배꼽 주변의 불편감이 느껴지지만 서서히 아랫배 쪽으로 통증 부위가 이동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만으로 환자가 충수염증상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외과전문의들이 촉진으로 급성 충수염을 진단할 때 맥버니 포인트(McBurney's point)를 활용합니다. 배꼽(umbilicus)과 위앞엉덩뼈가시(상전장골극, anterior superior iliac spine; ASIS)를 이은 직선을 2:1로 나누는 지점을 말합니다.
더 쉽게 설명하면 배꼽과 골반 앞부분의 튀어나온 부분을 대각선으로 이었을 때 그 한 가운데 지점에 해당합니다.
사실 이렇게 설명해도 환자가 이 지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배꼽과 오른쪽 골반 사이를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할 경우 충수염이 의심되므로 신속히 병원을 찾으시길 당부 드립니다.
충수염 자가진단은 한계가 있고 오진 위험도 큽니다. 그러나 충수에 염증이 생겼을 때 신속히 병원에 와야 하는 만큼, 환자 입장에서 자각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을 덧붙입니다.
☑ 체한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된다.
☑ 걷거나 혹은 기침 시 오른쪽 아랫배가 당기는 느낌이다.
(움직이지 않고 웅크린 자세를 취하면 일시적으로 통증 감소)
☑ 초기 통증으로 배꼽 부위 통증이 먼저 시작된다.
☑ 오른쪽 하복부 쪽을 손으로 누르면 압통이 있고 통증이 더 심해진다.
☑ 아랫배에 심한 통증이 시간이 갈수록 통증 강도가 매우 빠르게 상승한다.
☑ 39도 이상의 고열이 있고, 서 있기 힘들 정도의 복통이 있다.
☑ 마치 식중독 증상처럼 구토, 메스꺼움 등이 나타난다.
☑ 2일 이상 복부팽만감이 지속되고 복통과 가스 배출이 힘들다.
☑ 오른쪽 하복부 통증이 있으면서 점액이 섞인 설사(묽은 변)가 있다.
앞에서도 초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충수염 증상이 나타난 24시간 내에 수술이 이루어지면 천공될 확률이 20% 이하로 낮아집니다.
그러나 48~72시간이 지나면 천공될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충수염증상을 간과하지 말고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내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