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내원하는 치질 환자도 많아집니다. 원래 치질은 치핵, 치루, 치질 등 항문 주변에 발생하는 모든 질환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치핵(hemorrhoid)을 치질이라고 부르며, 이는 사회에서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치질(치핵)은 항문조직이 여러 원인에 의해 항문관 밖으로 빠져나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항문이나 직장에 있던 치핵 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내치핵과 항문 밖의 치핵 조직이 부풀어 올라 덩어리처럼 만져지는 외치핵으로 구분됩니다.
치질(치핵)은 병기에 따라 1~4도로 구분하며. 이 중 1~2도에서 치질초기 증상이 두드러집니다.
“천영덕 원장님, 치질좌욕이 정말 치질 증상 완화애 도움이 될나요?”
내원 환자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묻는 말입니다.
“치질 초기에 해당한다면 치질좌욕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단, 몇 가지 전제조건이 붙습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치질은 항문 주변 정맥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발생합니다. 따뜻한 물에 좌욕하면 이에 도움이 되고 항문 주위의 경직된 근육도 부드럽게 풀어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좌욕 시 물의 온도가 너무 높다거나 지나치게 오랜 시간 좌욕하게 되면 오히려 항문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돼 치질 증상을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또한, 좌욕 후 항문 주위를 말려주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올바른 방법으로 꾸준히 시행할 경우 초기 치질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좌욕 전 몸을 깨끗하게 씻어 청결을 유지하세요. 예를 들어 배변 활동 후 항문을 잘 씻는 것이 중요한데, 항문은 잔주름이 많은 부위라 주름 사이사이에 대변 잔여물이 끼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좌욕 전에는 반드시 말끔하게 닦아내야 합니다.
몸뿐 아니라 좌욕기(혹은 치질좌욕에 사용하는 전용 대야)는 철저한 소독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해 오히려 항문 주변의 세균 감염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좌욕 시 물의 온도 설정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38~40℃의 정도가 적당합니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항문 주위 혈관이 확장되어 오히려 치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칩니다.
적정한 온도에서 좌욕하면 항문 조임근이 이완되어 항문으로 가는 압력이 낮아지고, 괄약근 주변 혈액순환이 원활해집니다. 그래서 초기 치질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보조적인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꾸준한 좌욕을 권하는 것입니다.
좌욕 시간은 5~10분 내외가 적당합니다. 전신욕이 아닌 좌욕 특성상 두 손이 자유롭다 보니 꽤 많은 분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좌욕하곤 합니다.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좌욕 적정 시간인 5~10분을 훌쩍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좌욕 횟수는 하루 2회 이상을 권장(아침, 저녁 최소 1회, 하루 두 번 이상)을 추천하며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좌욕 전용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서 사용한다면 바닥에 놓고 쪼그려 앉아서 하는 좌욕 자세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 자세가 오히려 항문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바닥보다는 의자나 변기 위에 대야를 올려두고 활용하기 바랍니다.
이 경우 비데의 물살이 강하면 자칫 항문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치질 초기라면 비데 사용에 더 유의해야 합니다. 물살로 인해 자칫 치핵 주변의 혈관을 터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데의 청결 상태도 중요하므로 이를 유념해야 합니다.
몇몇 분은 샤워기를 직접 분사해 좌욕을 하기도 합니다. 한쪽 다리를 변기나 욕조에 올린 후 항문 부위에 물을 분사하는 방법인데, 사실 이 방법은 그리 권하지 않습니다. 샤워기 수압이 강하면 오히려 항문에 큰 자극을 주고 치질과 치열이 동반된 경우라면 물살이 괄약근을 자극해 오히려 출혈과 통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좌욕은 치질 초기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좌욕만으로는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간혹 치질 수술이 두렵다며 아예 병원을 꺼리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치질 환자 중에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30%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다양한 치료 방법으로 치질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만일 치질 증상이 의심된다면 먼저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치료 방법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