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항문이 가려워 자꾸 긁었고 그 부위가 점점 짓물러 엉덩이습진이 더 심해지고, 피가 나는 등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이와 같은 항문 질환은 대다수 환자가 남부끄러워 내원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환자 역시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증상이 악화되어 저를 찾은 경우입니다.
일상에서 흔하지만 발생 부위 탓에 치료에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항문 질환. 오늘은 엉덩이습진과 가려움을 주제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항문과 항문 주위는 생각보다 많은 신경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구조와 신경 지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부위보다 예민하고 민감합니다.
성인 엉덩이습진과 항문 가려움증은 여름철에 빈번하게 볼 수 있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춥고 실내생활을 많이 하는 겨울철에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 평소 땀을 많이 흘리는 분이나 과체중인 분,
■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 있는 직장인이나 학생 등은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 항문 골 주변의 살이 겹치거나 쓸리면서 축축해지기 쉬운데
→ 항문이 습한 환경에 노출되어 엉덩이습진과 가려움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특히 배변 활동 후 잘 닦고 잘 건조하지 않았을 때,
■ 혹은 지나치게 박박 닦았을 때 등의 배변습관도 좋지 않습니다.
■ 꽉 끼는 속옷을 자주 입는 경우에도 옷에 쓸려 항문 주변이 자주 가렵고 따가울 수 있습니다.
항문소양증(pruritus ani, 肛門搔痒症)이란 항문 주변 부위가 가렵고 화끈거리며 타는 듯한 열감이 느껴지는 항문 질환입니다. 한자 뜻을 풀어보면 ‘긁을 소(搔), 가려울 양(痒), 증세 증(症)’ 즉, 가려워서 긁게 되는 증세를 뜻합니다.
항문소양증 원인은 크게 ‘특발성’과 ‘속발성’으로 구분합니다.
특발성 항문소양증은 원인이 불분명한 것을 말합니다. 특이 병인이 발견되지 않고 증세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항문의 땀이나 대변(액체가 섞인 잦은 대변이나 설사, 대변 잔여물)에 의해,혹은 변실금이나 방귀에 의한 적은 양의 대변으로 인해서도 엉덩이습진과 항문소양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나 커피, 콜라, 술처럼 항문소양증을 유발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음식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둘 몸에 꽉 끼고 땀이 흡수가 잘되지 않는 속옷은 피해주세요.
셋 배변 습관은 특히 더 주의해야 합니다. 배변 후 뒤처리를 잘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깨끗하게 대변이 닦이지 않으면 항문 주변에 잔변이 남아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 청결을 위해 너무 강하게 닦아도 피부가 자극을 받아 항문 가려움이 생길 수 있어요.
☑ 피부가 민감하거나 설사와 변비처럼 정상적인 배변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항문에 자극이 발생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 “항문 주위에 청결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피부에 자극을 주고 잔변이 남을 수 있는 휴지보다는 비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속발성 항문소양증은 어떤 질환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나타납니다. 다른 질환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그 질환도 매우 광범위합니다.
항문소양증 유발할 수 있는 질환들(예시)
① 치열•치루•치핵 등 대표적인 항문질환에 의해 항문소양증이 생기는 경우가 흔합니다.
② 항문 주변의 피부질환(알레르기 질환, 접촉성 피부염, 칸디다 및 백선균, 사상균으로 인한 진균증 등 피부 감염, 건선이나 습진과 같은 피부병 등)이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③ 만성 설사나 만성 변비 등도 항문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④ 당뇨, 간질환, 백혈병, 비타민 결핍증과 같은 전신질환이 항문소양증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 항문소양증 증상도 호전될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이 불분명한 특발성 항문소양증보다 상대적으로 치료가 수월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당부의 말을 덧붙이자면, 항문 가려움 때문에 임의로 연고를 사서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오히려 피부를 축축하게 하고 엉덩이습진을 부추기며, 자칫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고는 무분별하게 장시간 사용할 경우 항문 피부 위축 등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항문이 가렵고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민망하다고 진료를 꺼리지 마시고 꼭 치료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