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항문 혹이 만져진다며 저를 찾아온 환자가 있었습니다. 항문 피부꼬리(췌피)’라고 하니 매우 놀라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치핵(치질)이나 치루, 치열 등은 많이 들어봤지만 ‘항문 피부꼬리’라고 하니 이름도 생소한 데다 ‘꼬리’라는 어감에 당황스럽기 때문입니다. ‘췌피’라는 표현도 환자들에게 생소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오늘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종종 나타날 수 있는 이 질환을 주제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항문 피부꼬리란 다른 말로 ‘췌피(피부 늘어짐)’라고도 부릅니다. 췌피(贅皮)는 ‘혹 췌贅(혹, 병적으로 불거져 나온 살덩어리)’.‘ 가죽 피 皮(껍질, 가죽)’ 한자 뜻처럼 피부에 혹처럼 툭 불거져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꼬리’라는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듯 항문 주변의 피부가 늘어져서 혹처럼 불거져 나와 있는데, 살덩어리가 마치 작은 꼬리처럼 튀어나온 상태를 말합니다.
환자들은 항문 혹이 만져진다고도 합니다. 항문 속의 피부가 부었다가 가라앉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항문 피부가 늘어나고, 그 상태가 계속해서 남아 있어 항문 혹처럼 불거진 것입니다.
항문 피부꼬리는 외치핵이 생겼다가 저절로 가라앉았을 때, 혹은 치핵이 악화되거나 치핵 수술 후 항문 피부가 일부 늘어난 경우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문이 심하게 부었다가 가라앉는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 항문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아 항문 피부가 늘어지면서 그 흔적이 남는 것입니다.
항문 피부꼬리(췌피) vs치핵(치질)의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볼까요?
위치상으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하면 치핵은 항문 안쪽에 생기는 질환이고 항문 피부꼬리는 항문 바깥쪽에 생깁니다. 또, 치핵이 항문에 포도송이처럼 튀어나온 덩어리와 같다면 항문 피부꼬리는 항문 혹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항문에 주름이 만져진다는 느낌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항문 피부꼬리는 치핵이 남기고 간 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혈전성외치핵이 부었다가 좋아진 후 남은 흔적인 셈이지요.증상에 따른 차이로 치핵은 항문 통증, 항문 가려움, 분비물 등이 발생합니다.
반면, 항문 피부꼬리는 항문 통증이나 괴사 등의 특별한 증상이 없고 환자에 따라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따를 수는 있습니다.
항문 피부꼬리는 치핵(hemorrhoid) 뿐만 아니라 치열(Anal fissure)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만성 치열 환자의 경우 항문 찢어짐과 회복을 반복하면서 항문 피부가 늘어져서 생기는 것입니다.
치열이란 한자 뜻 그대로 ‘치질 치(痔), 찢을 렬[열](裂)’ 즉, 항문관 부위가 찢어지는 질환입니다. 열항(裂肛)이라고도 하는데 항문에 열상이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항문 내 괄약근(항문조임근)을 딱딱한 대변이 통과하면서 상처를 유발하는 것이지요.
치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변비를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 변비가 있다면 치열 발생 위험이 더 높고 증상을 방치할 경우 만성 치열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치열로 인한 항문 피부꼬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유관 질환 발생을 줄이는 지름길입니다.
앞서 항문 피부꼬리와 연관된 질환으로 치핵과 치열에 관해 이야기 했는데요, 이 질문 역시 환자들이 많이 궁금해하십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조건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항문 피부꼬리 제거가 필요합니다.
<항문 피부꼬리 수술이 필요한 경우>
첫째, 항문 피부꼬리의 개수가 너무 많다면, 혹은 크기가 크다면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단순한 항문 피부 늘어짐이 아닌 항문 속까지 연결된 경우라면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치핵 혹은 만성 치열로 인한 항문 피부꼬리라면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항문 소양증(항문 부위의 가려움)을 동반한 경우라면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째, 항문 피부꼬리로 인해 배변 후 뒤처리가 불편하고 문제가 있다면, 위생상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치핵이나 치열로 인해 항문 피부꼬리 증상이 생겼다면 단순히 피부꼬리를 제거만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각각의 질환 치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만일 항문 혹이 만져진다면 서둘러 꼭 진료받고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치료 방법을 모색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