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항문이 가려워서 정말 미치겠습니다.”
항문가려움으로 저를 찾아왔던 이 환자처럼 ‘미치도록 가려운증상’은 정말 참기 힘든 고통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환자가 민망함 때문에 진료 자체를 꺼리거나 참고 지내다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항문가려움은 항문소양증외에도 여러 가지항문질환에 의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항문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항문소양증입니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항문과 항문 주위 피부, 또는 외음부가 지속적으로 간지러운 증상입니다.
→ “배변 후 항문 주변을깨끗이 잘 닦지 않으면 소량의 대변이 피부에 잔재해 항문이가려울 수 있습니다.
→ “잘 닦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지만, 배변 후 휴지로 항문 주변을 지나치게 강하게 문지르거나 비누, 세정제 등으로 강하게닦을 때도 항문 주변 피부가 자극받아 항문이 가려울 수 있습니다.
→ 양념이 강하게,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커피, 차, 콜라, 주류, 초콜릿, 감귤류, 비타민 C정 등도 사람에 따라 항문이 가려울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세균에 대해 작용하는 일부 강력한 항생제는 장의 정상 생태를 교란하여 항문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유난히 자극에 민감한 분이라면 항문 부위에 접촉하게 되는 화학 물질이나 약물(예시 : 화장지에 사용되는 색소와 향수, 위생 스프레이, 약물이 들어 있는 화장용 파우더, 피부 세척제와 비누 등)에 의해 항문소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항문 질환이 원인이 되어 가려운 증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이는,각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과 더불어 동반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먼저, 치핵(치질)을 들 수 있습니다. 치핵이란 항문조직이 여러 원인으로 항문관 밖으로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출혈(대변을 본 후 휴지에 선혈이 묻어 나오는 것)과 항문탈출(대변 중 항문의 치핵 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항문이 빠지는 듯한 불편감, 항문 통증, 그리고 항문 주위의 가려움 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항문 부위의 가려움은 일반적인치핵의 증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치핵 때문에 환자가 항문 부위를 깨끗하게 닦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항문 주변 잔여 대변으로 인해 가려운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열이나 치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치열은 항문괄약근이 섬유화되어 좁아지면서 변을 볼 때 찢어져서 발생합니다. 항문 찢어짐과 항문 출혈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항문이 찢어짐과 통증이 있는 경우 건드리면 아프기 때문에 항문 주변을 청결히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항문 위생이 불결해지면서 가려운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치루는 항문선 피부 안팎에 구멍이 생겨 고름이나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질환을 말합니다. 항문 주변의 만성적인 농양이나 항문선의 염증으로 시작하여 고름이 배출되고 나면 항문선의 안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터널이 생겨 바깥쪽 구멍을 통해 분비물이 나오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항문 통증과 분비물 때문에 대다수 환자가 항문 주변의 위생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치루 환자는 고름 등의 분비물이 항문 주름 사이사이에 잘 낄 수 있습니다. 항문 주변이늘 축축하기 때문에 피부가 짓무르기 쉽고 쓰라리면서 동시에 가려울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항문가려움을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하므로, 민망하다고 진료를 미루지 마시고 내원하셔서 정확한 원인과 진단을 받으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