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방영됐던 KBS 주말 드라마 <오케이광자매>와 2022년 방영된 SBS 월화드라마 <우리는 오늘부터>에서는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급성충수염 수술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작년에 가수 김필, 슬리피도 급성충수염(Acute appendicitis)으로 수술을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습니다.
이처럼 급성충수염은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기도 하고, 유명인들 외에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외과 질환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년 10만명 이상이 급성충수염으로 수술을 받습니다 대부분 급성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합니다. 오늘은 이 주제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맹장은 소장의 회장(ileum)이 끝나고 대장(결장, colon)이 시작되는 부위에 커다란 주머니 모양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남녀 성별을 불문하고 오른쪽 아래쪽에 위치한 장기입니다. 그래서 복통이 우측 하복부 통증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흔히 맹장염이라 부르는 급성충수염은 맹장의 끝부분 6~10cm 길이의 충수돌기에 급성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대장의 시작 부위인 맹장과 연결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길이의 돌출된 기관이 바로 충수돌기이며, 이곳에 염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맹장염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지만 대중적으로 쉽게 이해하고 통용되기에 그렇게 부르는 것입니다.
또 다른 흔한 표현도 있습니다. ‘맹장 터짐’ 혹은 ‘맹장이 터졌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충수염이 급성기적으로 나타났을 때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맹장염에 걸렸다=맹장이 터졌다’라는 식으로 혼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맹장 터짐이라는 표현은 ‘급성충수염으로 인해 천공(구멍이 뚫림)이 생겨 복막염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즉, 맹장 터짐=복막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들에게 급성충수염에도 ‘골든타임’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합니다. 소위 맹장이 터지면 창자 속 내용물이 복막으로 흘러나옵니다. 무균 상태의 복막강 내로 세균(박테리아)이 침입해 복막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복막염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급성충수염 발생 후 일정 시간 내 응급 수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맹장이 터지면서 복막염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맹장 터짐은 복막염이 진행된 상태이며 위급한 상황입니다.
급성충수염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필수입니다. 드라마에서 극중 인물에게 맹장염이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옮겨 맹장수술을 받습니다. 이는 단지 이야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극적 설정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에서도 증상이 발현되면 곧바로 응급수술이 필요합니다.
급성충수염 초기 증상은?
구역질이나 구토, 메슥거림 등 소화기계 증상이 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대다수 환자는 체했다고 느낄 뿐 이를 충수염 증상이라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명치 부위의 통증과 우측 복통을 느낍니다. 이때까지도 충수염 증상이라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 ‘맹장염=오른쪽 아랫배 통증’을 공식처럼 알고 있기 때문에, 명치와 상복부 통증만으로 급성충수염을 자가진단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상복부 통증은 시간이 지나면서 배꼽 주변의 통증으로 이어지고, 충수가 자리한 우하복부 통증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때 미열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에 따라 오한을 느끼기도 합니다.
급성충수염은 증상이 시작된 후 최대 72시간 이내에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수술 적기를 놓치면 복막염뿐 아니라 복강 내 농양, 장폐쇄 등의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수술을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습니다.
흔히 증상 발현 후 72시간 이내 수술을 권하지만, 저는 조기 진단과 발병 후 48시간 이내에 치료를 권합니다.
급성충수염 환자의 13~20%는 천공이 나타날 수 있고, 충수가 터져 천공이 생긴 환자의 약 65%는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상 지났다는 통계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급성충수염에는 골든타임이 있으므로, 소화기 증상과 더불어 점차 복통의 위치 변화가 느껴진다면 신속히 내원해 외과적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