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아직 여름은 아니지만, 여름 못지않게 한낮의 태양은 뜨거운 오뉴월입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더 고통스러운 질환이 있습니다. 바로 치핵(치질)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땀을 많이 흘려서 몸속의 수분이 부족해집니다. 이런 계절엔 물을 충분히 마셔주어야 하는데 대부분 수분 섭취의 중요성을 간과해 변비가 생기기 쉽습니다.
더욱이 날씨가 더워질수록 엉덩이나 항문 부위처럼 피부가 접히는 부분에는 쉽게 땀이 찹니다. 이미 치질증상 초기에 접어든 분이라면 항문 부위의 피부 자극으로 인해 가려움증이 동반될 수도 있고, 갈수록 피부 자극이 심해지면서 증상이 악화되기 쉬운 계절입니다. 더운 날씨로 인해 치질 단계가 더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오늘은 치질증상의 단계와 치료방법 및 관리를 주제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치핵(hemorrhoid)은 항문조직이 여러 원인으로 인해 항문관 밖으로 빠져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치핵증상은 ‘출혈’과 ‘항문탈출(탈항)’입니다.
여기서 ‘출혈’이란 피가 철철 흘러나온다는 의미가 아니라 배변 후 항문 부위를 휴지로 닦아낼 때 피가 묻어나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항문탈출’은 배변 중에 항문의 치핵 조직이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즉, 치핵 돌출을 뜻합니다.
그러나 치핵의 진행 정도에 따라 증상도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흔히 치핵 단계는 1도부터 4도까지 네 단계로 구분합니다.
먼저 1도 치핵은 치상선 안쪽으로 내치핵은 있지만 치핵이 항문 밖으로 탈출하진 않은 상태입니다. 출혈 증상만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항문 통증 역시 없거나 경미한 정도입니다.
2도 치핵은 배변 시, 혹은 항문에 힘을 주면 치핵이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온 치핵은 자연히 되돌아갑니다. 2도 치핵부터는 항문 통증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3도 치핵은 항문조직이 항문 밖으로 계속 튀어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자연적으로 되돌아가는 2도 치핵과 달리 손가락으로 밀어 넣어야 다시 항문 안으로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4도 치핵은 3도보다 더 심한 상태로, 항문조직이 항상 항문 밖으로 튀어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치핵을 손가락으로 밀어 넣으려 해도 항문 내로 들어가지 않는 상태입니다.
치질증상 단계를 더 간략하게 요약하면
☑ 치핵 1도 _ 출혈은 있지만 통증이 없는 경우 대부분입니다.
☑ 치핵 2~4도 _ 치핵이 돌출되지만 2기는 자연적으로 복구되고, 3기는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며, 4도는 계속 돌출되어 잇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모든 증상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며, 당연히 개인에 따라 치질증상도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같은 2도 치핵이라도 출혈성 2도 치핵이라면 치질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치질증상 단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흔히 치질(치핵)이라고 하면 수술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수술이 두려워 치료를 기피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치핵을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치핵은 30%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예시로 잠시 언급했는데 수술이 필요한 치핵은 출혈성 2도 치핵, 3도·4도 내치핵, 중증 외치핵, 감돈치핵 등이 있습니다.
요즘은 치료 방법도 매우 다양해져서 다이오드레이저 수술법(레이저를 이용하여 치핵만을 상처없이 제거), 점막하치핵절제술(정상조직은 최대한 살리면서 불필요한 치핵만 제거), PPH(원형자동문합기) 수술[탈출성 치핵에 ‘PPH(원형자동문합기)’라는 기계를 이용하는 수술] 등이 있습니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치질은 평상시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혹은 완화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치질 초기인 분은 평소 관리에 더욱더 신경 쓰기 바랍니다.
간단히 덧붙이면 첫째, 만성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풍부한 섬유질 섭취 포함)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더워질수록 수분 섭취에 더 신경 쓰는 것도 필요합니다.
둘째, 온수에 좌욕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단, 올바른 방법으로 좌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변 후 온수로 좌욕하는 것이 좋으며 물의 온도는 약 40도 정도 유지하고, 좌욕 시간은 5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셋째, 항문을 청결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날씨가 더워지면 엉덩이와 항문에 땀이 차기 쉬우므로 몸에 꼭 끼는 속옷이나 바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습기가 차고 혈액순환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어 치질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치질이 의심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꼭 진료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치질은 그냥 내버려 둔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습니다. 치질증상을 방치하다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조기에 신속히 치료하시길 재차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