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골 쪽으로 봉긋 튀어나온 항문종기 때문에 신경 쓰였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엉덩이에 생기는 종기는 방치하면 점점 증상이 심해져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흔히 항문종기라 부르는 ‘화농성 한선염’은 처음에는 붉은 염증성 종기로 시작해 심해지면 종기가 터져 고름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종종 항문에서 고름이 나오는 ‘치루’ 증상과 혼동하기도 합니다. 또한 환자들은 종기가 볼록 튀어나와 있다 보니 항문에 혹이 생겼다고 느끼는 ‘피부꼬리(췌피)’를 종기와 혼동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이렇듯 비슷한 듯 다른 세 질환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항문 주변에 발생하는 종기는 화농성 한선염(pyogenic hydradenitis)입니다.
화농성(pyogenic)이란 단어는 세균에 감염돼 고름이 많이 발생하는 성질을 뜻하며, 한선(sweat gland, 汗腺)은 한자 뜻 그대로 ‘땀 한, 샘 선’ 즉, 땀샘을 뜻합니다. 염증(inflammation)은 외부 자극에 의해 손상을 입었을 때 일어나는 방어적 반응으로, 보통 세균 감염에 의해 충혈, 부종, 발열, 통증 4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 세 가지 단어가 합쳐진 것이 화농성 한선염입니다.
항문에 생긴 화농성 한선염은 단순한 종기와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주변으로 퍼질 수 있으며 계속해서 같은 부위에 재발하기 쉽습니다.
한 번 종기가 발생하면 좀처럼 잘 낫지 않을뿐더러 항문 통증은 갈수록 더욱더 심해집니다. 항문에 난 종기는 발생 부위 탓에 의자에 앉을 때나 걸을 때도 속옷과 바지에 쓸려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종기가 터지면 고름과 분비물이 흘러나오면서 특유의 악취를 동반하고, 병변 부위의 2차 감염을 초래할 수 있어서 여름철에는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는 고름과 같은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치루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치루는 ‘항문 샛길’이라고도 하는데, ‘항문샘 입구와 항문주위의 피부 농양이 터져 나온 구멍을 연결하는 통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항문 입구에서 위쪽으로 약 1.5cm에 위치한 치상선에는 점액성 분비물을 분비하는 항문샘이 있습니다. 이곳에 급성 염증이 생기면 고름이 차오르는데 이것을 항문농양(anal abscess)이라 합니다.
처음에는 농양이 항문 주위의 피부와 가까운 곳으로 터지면서 염증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만성화되어 항문샘 피부 안팎에 작은 터널(누관)이 생겨, 그 길을 따라고 고름이나 분비물이 흘러나오는 치루(anal fistula)로 발전합니다. 종기처럼 고름이 나오기 때문에 환자들이 이 두 질환을 혼동하곤 하는데, 화농성 한선염과 치루는 다른 질환입니다.
항문 피부꼬리는 항문 주변의 피부가 늘어져서 살덩어리가 튀어나온 것으로 ‘췌피(피부 늘어짐)*’ 라고도 합니다. 항문 주변의 피부가 늘어져서 혹처럼 불거져 나와 있어 마치 작은 꼬리처럼 살덩어리가 튀어나왔다고 해서 피부꼬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췌피(贅皮) : 혹 췌贅 / 가죽 피 皮(껍질, 가죽)
‘혹, 병적으로 불거져 나온 살덩어리’ 즉, 피부에 혹처럼 툭 불거져 나오는 것을 췌피라고 합니다.
항문 피부꼬리는 외치핵이 생겼다가 저절로 가라앉았을 때 생기기도 합니다. 이를 췌피성 외치핵이라고 하며 치핵 등으로 늘어난 피부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또한 항문 피부꼬리는 치핵뿐 아니라 치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치열 환자는 항문 찢어짐이 계속해서 반복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항문 주변의 피부가 늘어져 피부꼬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항문 피부꼬리는 항문종기나 치루처럼 항문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치핵 혹은 만성치열로 인한 항문 피부꼬리라면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특히 이런 경우에는 외과적 처치로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항문 피부꼬리가 단순한 피부 늘어짐이 아닌 항문 속까지 연결되어 있다면 이 역시 제거해야 하며, 개수가 여러 개일 경우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비슷한 듯 다른 세 질환의 차이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이 질환들은 모두 외과적 처치로 치료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무더운 날씨로 인해 항문 질환이 더 악화될 수 있으므로 증상을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꼭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