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수술은 우리나라 수술 통계에서 5위를 차지하는 다빈도 질환입니다.
흔히 맹장염, 맹장수술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정확한 의학적 표현은 충수염(蟲垂炎, appendicitis), 충수염 수술입니다.
충수염이란 ‘맹장 선단에 붙은 충수에 일어나는 염증’을 말합니다.
맹장 끝에는 약 6~9cm 길이의 충수돌기가 있는데 이곳에 염증이 생겨서 발생합니다. 충수염은 대부분 급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급성충수염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맹장수술(급성충수염 수술)을 주제로 많은 분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맹장염 환자는 대부분 오른쪽 아랫배를 부여잡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맹장 기저부 위치, 즉 맥버니 포인트(McBurney's point, 맥버니점)와 관련 있습니다.
맥버니점 위치는 배꼽과 위앞엉덩뼈가시(anterior superior iliac spine, ASIS) 또는 상전장골극(上前腸骨棘) 사이를 이은 직선을 3:1로 나누는 지점을 말합니다.
맥버니 포인트는 엉덩뼈 앞쪽으로 튀어나온 부위와 배꼽 사이로,
병원에서 촉진할 때는 우측 하복부(배꼽과 골반 앞부분이 튀어나온 뼈를 선으로 연결했을 때 바깥쪽 3분의 1 지점)를 눌렀을 때 환자가 통증을 느끼거나 눌렀던 손을 뗄 때 통증(반사통)이 있는 경우에 맹장염으로 진단합니다.
그러나 더 정확한 진단은 혈액검사, 복부 초음파나 복부 CT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맹장염으로 인한 급성 복통은 처음에는 복부 전체로 나타나다가 점차 맥버니점 부위로 통증이 집중됩니다. 복통 외에도 구토나 식욕 부진, 울렁거림, 발열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맹장염은 증상이 시작된 후 최대 72시간 이내에 응급 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시작된 후 48~72시간이 지나면 소위 ‘맹장이 터질 위험’이 있습니다.
수술 적기를 놓치면 천공될 수 있고 복막염이나 복강 내 농양, 장폐쇄 등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맹장수술을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천공된 환자 중의 절반 이상이 합병증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신속히 맹장수술(충수절제술)을 시행해야 합니다.
맹장수술은 크게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로 나뉩니다. 개복은 수술 흉터가 매우 크게 남고 회복기간도 길지지만 복강경 수술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수술 방법입니다.
여기서 더 발전한 것이 단일통로복강경 수술입니다. 일반적인 복강경 수술이 배꼽 주변으로 3~4개의 내시경을 삽입해 충수 조직을 제거한다면, 단일통로복강경은 배꼽 주변 단 1개의 단일통로용 포트를 삽입해 수술이 이루어집니다. 그만큼 수술 흉터도 거의 남지 않고 회복 기간이 빠르며, 수술 정확도가 높은 최신 수술법입니다.
단일통로복강경으로 이루어지는 맹장수술(단일통로복강경 충수절제술)은 입원 기간도 기존 수술보다 짧습니다. 물론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간이 조금씩 다르지만 수술 후 2~3일이 지나면 퇴원할 수 있으며 1~2주 안에 수술 부위도 거의 아물게 됩니다.
단일통로복강경 충수절제술을 받은 뒤 퇴원을 앞둔 환자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주로 식단, 금주와 금연, 샤워나 목욕 관련, 그리고 운동 관련한 질문입니다.
첫째, 식단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강조하는데 과식하지 말아야 하며 기름진 음식이나 밀가루 음식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술과 담배는 최소 한 달 이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수술 후 24~48시간이 지나면 가벼운 샤워는 가능하지만 목욕은 20~30일 지나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수술 후 1개월 정도는 지나치게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하복부에 힘을 가하는 격한 운동(농구, 배구, 줄넘기, 수영, 마라톤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맹장수술은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수입니다.
특히 맹장염으로 인한 급성 복통은 대장 게실염이나 담낭염, 장염 등의 질환과도 증상이 유사한 만큼 의심 증상이 있다면 먼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