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치질, 임신 중에 치질이 생기는 이유
9월, 가을의 초입부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여름철 무더위로 치질 환자분들의 내원율이 크게 늘었는데 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계절의 교차점이라 조금은 안심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올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폭염이 겹쳐 치질 환자들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기온이 올라가면 항문의 정맥혈관이 확장되면서 혈액이 몰려 치질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원한 환자 중에 임산부치질 환자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임신 중에 치질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한사랑병원 천영덕 원장(외과 전문의)
임산부 10명 중 3명은 치질로 고통받아
치질(치핵)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질환 중의 하나입니다. 항문 주변 정맥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발생합니다. 항문 주변의 혈관과 결합 조직이 덩어리를 이루어 항문 밖으로 돌출되거나 출혈이 생기는 상태입니다.
치질이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만성변비나 설사, 임신/출산, 노화, 유전,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는 잘못된 배변 습관, 설사약이나 관장제를 자주 사용하는 경우, 식습관, 음주 등으로 인해 치질이 발생합니다.
이중 여성 치질의 주요 발생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임신입니다. 임산부치질은 임산부 10명 중 2~3명꼴로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임신과 치질의 상관관계
그렇다면 임신과 치질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임신 중 변비가 심화되면서 치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신하면 태아가 점점 성장하면서 자궁이 커지고 그에 따라 장기가 압박받게 됩니다.
그로 인해 혈류 저하, 소화기능 장애 등이 발생해 변비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변비는 치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이 됩니다.
둘째, 여성 호르몬 변화에 의해서 치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신을 하면 체내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농도가 변화해 대장의 기능을 약화시킵니다. 대장 운동 속도가 느려지고 변이 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항문이 압박받아 치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호르몬 변화에 의해 항문 조직이 연해져 쉽게 출혈이 생기고 조직이 부어오르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신 중에는 작은 자극만 받아도 치질이 더 쉽게 발생하는 것입니다.
셋째, 임신 말기 태아가 커지면서 치질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임신 말기에는 태아가 커지고 항문에서 심장으로 올라가는 정맥혈을 압박하면서 혈액순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피가 정체되어 약한 혈관이 터지기 쉽습니다.
즉, 항문 주위 압력 증가 요인(혈류량, 태아 무게에 의한 복압 상승 등)으로 인해 출산이 임박해질수록 치질 발생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기존에 치질을 앓고 있던 분이라면 치질 증상이 더 악화되기 쉽습니다.
이 외에도 임신 기간 중에 복압이 상승하거나 혈관이 확장되는 등의 기타 요인으로 혈전성 치핵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임산부라면 치질에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임산부치질, 출산 직후에 더 악화될 수 있어
여성 치질 환자의 약 30%가 임신 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신 기간에는 치질 치료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를 수 있어, 임신 주수에 맞게 좌욕, 약물, 연고, 수술 치료 등을 선택적으로 시행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신 3개월이 지나면 치질 수술이 가능하지만, 태아와 산모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보존적 치료 시행 후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임신 전에 치질 증상이 있다면 조기 치료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존에 치질이 있었던 분이라면 출산 직후에 치질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분만할 때 힘을 많이 주면서 복압이 상승하고 혈관이 확장돼 치핵이 붓고 그만큼 통증도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치질 증상이 있다면 절대 방치하지 말고 즉시 내원해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또한 임신 중에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평상시 식습관 관리에 유의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가벼운 신체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치질 증상 완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