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의 성역은 없다
나는 예전에 초등학생 성교육을 위해 남녀 생식기 모형을 구입한 적이 있다. 그때 교장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뭐, 이런 걸 학생들에 보여줘”라고 호통을 치셨다. 그전 학교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학생들과 즐겁게 수업을 한 경험이 있는지라, 나는 너무 허탈했다. 그 후로 적극적인 성교육을 할라치면, 관리자들, 학부모들이 어떤 인식으로 바라볼까 걱정이 되어 많이 움츠려지곤 한다. 이러한 차이는 흔히 성교육에 대한 인식이기보다는 인간의 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성(性)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불편해하거나 꺼려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교육은 성장 과정에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인데 굳이 들춰내서 문제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성교육이 여성의 순결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결혼, 임신, 출산에 중심을 둔 교육으로 내가 발령받은 몇 해 동안 성교육을 순결 선서식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그러나 1995년「여성발전 기본법」 제정 이후 여성의 순결교육 등은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성에 대한 가치나 규범, 성윤리, 성행동 등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성교육을 어떻게 학습하고 내재화하느냐에 따라 삶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현재 학교에서는 교육부 성교육표준안 지침에 따라 15시간 이상(성폭력 3시간 포함)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다. 나는 작년에 인근 중학교에 성교육 의뢰가 와서 수업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성교육은 15시간인데 1시간으로 성교육을 완성하라고 하니 참 난감한 일이였다. 나는 나름 중학생의 교육과정에 맞게 가장 필요한 교육을 하고자 생각하였다. 이성교제 및 데이트 성폭력에 초점을 맞추어서 수업안을 짰다. 결국 나는 초등학교 소속이라 중학생에 대한 진단평가가 재대로 되지 않은 오류를 범했다. 처음에 학생들은 보건교사의 성교육이라 참 기대를 많이 했나 보다. 5분 안에 모든 기대가 사라졌음을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깨달았다.
“ 선생님, 콘돔 안 가져왔어요?“
"우리는 콘돔 끼우는거 배우고 싶어요.“ 그렇구나
” 애들아! 미안해, 또 다시 너희들에게 성교육할 기회가 생기면, 그때는 콘돔을 가지고 바나나에 끼우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미안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였다.
아차! 학생들은 최소한 피임법 정도는 다룰 거라 기대했나 보다.
‘n번방 사건’ 이후 청와대 청원 글 중 하나는 자신을 고등학생이라고 밝힌 이는 초·중·고등학교의 성교육 내용을 현실적으로 개편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이론 위주고 전교생 대상의 성교육 강연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의 반복이라고 했다. 이런 성교육의 부실은 디지털 성범죄의 토양이 되기도 한다.
교직원들 또한 4대 폭력예방교육(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이라고 하여 4시간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해마다 실시하는 교육이지만, 늘 아쉬운 점이 많다. 최종 결정을 하는 학교 관리자들이 4대 폭력 예방교육에 참여를 잘 하지 않으신다. 즉 성교육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이것이 권위주의식 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최근 10년간 실시한 4대 폭력예방교육에서 참여하신 교장 선생님은 몇 분 되지 않으신다. 교육에 참석하신 교장선생님이 우러려 보이기까지 했다. 인간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구나 하면서~~
최근에 문제가 된 전 부신시 모 시장님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 뉴스를 접하면서 해마다 4대 4대 폭력 예방교육을 부산시에도 실시하였을 텐데 과연 교육을 받으셨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 몇 년 전에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문화예술계, 종교계 등으로 번지고 있을 때, 대선 유력 후보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건도 큰 이슈가 되었다. 내재된 성교육이 삶의 행복지수를 높인다는데 불행해지는 결과가 되다니 성교육을 실시하는 강사로서 참 안타까운 사건들이다. 모범이 되어야 할 사회 리더들이 소속된 기관에서 성교육을 실시함에도 과연 교육 자리에 참석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냥 명부에 기록으로만 남은 교육이 아니였을지?
성교육은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문화적인 성(gender), 인격적인 성(sexuality)으로 올바른 역량을 기르도록 교육하고 있다. 생물학적 성(sex)의 개념으로는 성별 구분, 성행위, 성관계 등을 모두 지칭하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섹스는‘생물학적인 성’으로 성을 단지 생리적 현상에 국한하여 사용되는 개념으로 성기 중심의 이해하고 볼 수 있다. 이렇듯 sex는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는 신체적 구분을 뜻하므로 출생과 동시에 결정되는데 이를 1차적 성징이라고도 한다.
반면, 사회, 문화적 성(gender)은 각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나 문화에 따라 남성으로서 또는 여성으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느끼는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개인이 속한 사회와 문화에 따라 통용되는 남성다움 혹은 여성다움에 대한 심리적 감정이다.
한편, 인격적인 성(sexuality)은 우리가 태어날 때 시작되어서 죽을 때 끝나는 일생의 과정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포괄적인 성이라고도 한다.
나는 학생들 성에 대한 개념을 교육할 때 한자의 개념을 많이 인용한다. 요즘은 한자를 배우는 학생들도 많고 이해도 잘한다. 성(性)은 마음(心)과 몸(生)이 결합된 것으로 설명한다. 이것은 몸과 마음의 전인적 인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성교육이라 할 때, 성교육의 의미는 섹슈얼리티(sexuality)로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교육에서는 성에 대한 개인의 태도, 신념, 가치관, 행동뿐만 아니라, 성교 및 생물학적 성, 사회문화적 성을 모두 포함하는 교육을 하여야 한다.
성교육은 인지적 영역(성 건강에 필요한 지식과 요소 탐구), 기능적 영역(자신과 타인의 성을 보호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정의적 영역(성건강을 영위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생활태도)을 다룬다.
성교육의 목표는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발달 단계에 맞추어 습득함으로써, 성의 본질에 대한 이해 및 성적 성숙에 대응하는 능력을 기르고 성차에 의한 남녀의 특징과 남녀평등의 의식을 고취시켜 이성에 대한 인격의 존중과 협력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하여야 한다.
올바른 성교육을 위해서는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우리 사회의 집단 간 갈등을 만들어 내는 원인이 되고, 성과 관련된 사회문화의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즉 잘못된 성 환경 속에서 잘못된 성문화가 형성된다. 뿐만 아니라 성교육에도 소극적이고 성에 대한 인식과 정보의 습득에도 왜곡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잘못된 성인식의 전환을 위해서 성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첫째, 성은 자연스럽고 기본적인 본능이다. 성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되어 본질의 기능이다.
둘째, 섹스(sex)는 성의 극히 일부분이다. 생물학적 성이 전부가 아니다.
셋째, 섹슈일리티(sexuality)는 인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형성시키는 기본 핵심이다.
넷째, 성에 대한 느낌, 환상, 상상은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섯째, 죄책감과 성을 연결시키지 않는다.
여섯째, 건강한 성 행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일곱째, 자기 성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지며, 자아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여덟째, 인간은 모든 성행위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아홉째, 성적인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