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세와 보증금의 동결을 기념하며...
2022년이 되었다. (사실 해가 바뀌고도 20일이 더 지났다. 오우!)
마포구 번화가 동네에 친구와 산 지도 벌써 2년째다. 작년엔 친구와 패딩을 주워 입고, 눅진한 머리를 모자 속에 눌러 넣은 다음 어슬렁어슬렁 한강으로 나갔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컷으로 한강 공원에 갈 수 있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측면으로 지켜보며... 이런저런 다짐을 했던 것 같다. 세상 게으른 여자들이 안 하던 짓을 다 한 거 보면, 아마 작년엔 둘 다 간절히 바라는 게 있었던 것 같다. 친구는 퇴사를 빌었던 것 같고. 난 그때 만나던 남자 친구와 제발 깔끔하게 헤어지게 해달라고 빌었었다. 그 외에는 돈과 행운이 굴러 들어오게, 가족 건강, 친구 건강, 더 예뻐지게(ㅋㅋ), 외국에서 혼자 생고생하는 아빠의 사업 번창 등을 빌었을 것이다. 초딩 때부터 케이크에 초 꽂고 빌었던 소원들인데 하나라도 빼먹으면 괜히 찜찜해서 랩처럼 외우는 것들이다. 어쨌든 하나씩은 이뤄졌다.
올해는 같이 사는 친구와 밤늦게까지 비즈 구슬로 목걸이를 꿰며 침침한 눈으로 새해를 맞았다. 각자의 방으로 자러 들어가며 새해 해돋이를 보러 가잔 힘없는 약속을 했고.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새해 첫날에 조용히 각자의 방에서 '해 이미 떴대', 'ㅇㅋ' 하고, 그러니까 해돋이는 굳이 보러 나가지 말자는 카카오톡 메세지를 간결하게 주고받고는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오후 느지막이 일어나 부지런한 친구들이 올리는 해돋이 사진을 -산에서 찍은 사진, 바다에서 찍은 사진 등등- 보며 다시 랩처럼 소원을 외웠다. 올해도 하나는 얻어걸리겠지.
사실 1월 1일보다 더 심장이 두근거리는 날이 있었다. 바로 1월 13일이다. 이날이 무슨 날인고 하면 이 집에 이사 온 날이다. 아무 말이 없다면 계약은 자동 연장되겠지만 갑자기 월세나 보증금의 인상 문자를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마침 옆에 신축 빌라가 지어진 참이라 옆집 시세에 맞춰 월세를 올릴까 봐 더 긴장이 되었다. 옆집은 얼마일까? 솔직히 하나도 안 궁금했다. 나와 친구는 더 이상의 이사가 없길 바라며... 그저 아주 조용히 지냈을 뿐이다 (우리 집 윗집에 집주인의 아들 부부가 살고 있다). 운이 좋게 까먹을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난 매달 월급날은 잊어본 적 없다... 하지만 관리하는 집이 여러 채라면? 모르겠다. 집주인이 되어본 적이 없거니와 돈 나올 구멍이 하나 이상인 적도 없기 때문에...
다행히 월세는 동결되었고, 새해 첫 월세가 무사히 자동이체되었다. 그밖에 공용으로 사용하는 거실에 넘치는 짐을 숨기기 위해 새 400mm 팬트리 장을 구입했고, 그곳에 다 들어가지 않는 식료품들을 보며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으며, 난 식료품 호더인가 잠깐 의심도 했지만... 어쨌든 그곳에 체감 소비기한이 남은 식료품을 욱여넣으며, 나름 순조롭고 평탄한 1월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월세나 전세가 오를 일이 없다는 안도감일까? 문득 새해를 맞아 친구와 함께 동거하는 일을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아이클라우드 용량을 업그레이드해 아이폰 앨범으로 4년 전을 마치 어제 일처럼 보는 게 가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불가능했을 일이다.
처음 둘이 같이 살기로 했을 때, 나와 친구는 (앞으론 귀엽게 뽀라고 부르겠다) 직장 동료 사이였다. 나와 뽀가 함께 살기로 결정한 건 탕비실에서였는데, 그걸 들은 주변 직장 동료들은 둘이 싸우고 하나는 퇴사 각이라고 그랬었다. 우린 애초에 친구 사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사이였으며 둘 다 자기주장이 세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림체가 다른 얼굴만큼이나 취향도 서로 달랐기에 나도 내심 그 말을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 사람의 회사가 바뀌고, 두 사람의 직무가 바뀌고, 한 사람이 불면과 우울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다시 그 약을 끊고, 다른 한 사람도 병원에 가고, 두 사람이 광진구에서 마포구로 이사를 하고, 한 사람을 따라 다른 사람도 페스코 채식을 시작하고, 두 사람이 만나는 사람이 각자 n번씩 바뀌고, 한 사람이 새로운 취미를 시작하고, 다른 한 사람은 같은 취미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서로의 곁에 있었고, 여전히 함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