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로컬에서 살기 귀농 귀촌 시골 살이라는 이름의 시간

# 어두움에 대한 생각

귀촌을 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나도 시골에 내려가 살고 싶지만

어둠, 벌레가 무섭고

문화생활을 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두렵다.

너는 어떻게 귀촌을 결정했느냐?

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평생을 도시에서 살고

아무 연고 없는 곳에

여행을 다니다 맘에 들어 뿌리를 내린 저는

도시인들의 고민이 동의가 되기도 했지만

그보다 도시를 떠나고 싶었던

저의 절실함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귀촌을 준비하면서 2주에 한 번 정도

구례에 내려왔을 때는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아

8시면 한산해지는 시골의 저녁과 밤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시작은 늘 낭만적이라

저녁 있는 삶이 이곳에서는 가능한 거구나 하는

외부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14년 1월에 내려와

겨울부터 시작한 로컬에서 살기는

낭만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른 새벽이나 저녁에 운전을 할 때

바로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움에

상향등을 켜거나 때로는 서늘한 두려움이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쯤 지나고 나니

어둠이 익숙해지고

어두움 속에서도 주변이 잘 보이는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시골살이에서 가장 먼저 익숙해지는 것이

어두움인 건 확실합니다.


늦은 밤

앞이 잘 안 보이면 그믐인가?

유난히 어둡네? 하고 하늘을 보고

어떤 날은 불을 켠 것처럼 환할 때는

보름이 다가오는구나

달빛이 밝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평범한 일상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겨울 긴 어두움 속에서도

공기 중에 묻어오는 봄기운을 느끼게 되고

앞집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할머니가 아프신 거 같던데 아직 살아계시나 보다

안부를 생각하게 되는 새벽의 어두움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새벽의 짙은 어둠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별빛입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별자리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점


요즘은 겨울 별자리인

오리온자리의 이동을 보면서

겨울이 얼마큼 지나가고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로컬 살기, 시골살이에서

가장 쉽게 극복 가능한 두려움은

가장 낭만적으로 극복될 수 있는

난관입니다.


어쩌면 점점 시골에서도 편리함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어두움을 찾아 조금씩 더 안쪽으로 들어가고

싶어 질지도 모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