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속도를 찾아 섬진강에 기대어 살게 되기까지
"어떻게 살고 싶니?" - 멈춤과 새로운 질문
매일 나에게 하는 질문
“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기로 결정했을 때도 나는 나에게 반복적인 질문을 했었습니다. “ 어떻게 살고 싶은 거지?”
20-30대의 삶은 늘 바빴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에는 관심분야에 대한 공부를 했고, 작은 사업을 할 때도 늘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바삐 살았습니다. 세상의 변화를 읽고 그에 맞춰 열심히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또 한편으로는 나의 삶이 나만의 색으로 채워지는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늘 나 자신을 달달 볶으며 살았던 거죠.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도 나의 ‘성과’는 늘 다른 사람의 것보다 모자란 것 같고, 나보다 앞서 가는 사람들 앞에서 늘 부족한 내가 속상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도시에서의 나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늘 마음속에 질문은
“ 어떻게 살고 싶니?”
어느 날 “아! 더는 못하겠다!”
무의식 중에 나온 한마디가 달리던 나를 멈추게 했습니다.
“ 내 인생의 주인으로 나만의 속도로 살고 싶다. 그 방법을 찾고 싶다.”
슬로시티 하동,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신문기사에서 우연히 ‘슬로시티 하동’이라는 문구를 보고 여행가방을 쌌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하동으로 향했습니다. 빠르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저 천천히 걷고 싶었고, 낯선 공간에서 혼자 있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내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4시간 가까이 운전해서 도착한 하동은 생각보다 멀리 있었고, 그곳의 뒷산이 지리산이고 온화하게 흐르던 강이 섬진강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떠나온 여행은 말 그대로 ‘시간 앞에 서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알람 없이 아침을 맞고, 느긋하게 커피를 내려 시골집 튓마루에 앉았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해 그림자가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마당을 지나가는 해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책을 읽다 졸기도 하던 여름방학의 추억.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의 나는 호기심 많고 상상하기 좋아하는 느긋한 아이였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좋아했던 아이. 그때처럼 툇마루에 앉아 책을 읽다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마루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보며 하루를 보냈던 여행이었습니다.
숙소에만 있는 게 답답할 때는 이정표를 따라 마음 가는 대로 운전을 하며 남도의 풍경을 만났습니다. 섬진강변에 앉아 저무는 해를 보기도 하고 그저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시간대로 하루를 보내는 여행이었죠. 정말 오랜만에 저에게 주는 쉼이었습니다.
호기심 많고, 어슬렁어슬렁 세상 구경하기 좋아하는 아이는 이제 끊임없이 일을 만들고, 밀려드는 일 때문에 밥때를 놓치며 살고 있는 일중독자가 되어 있었어요. 지는 해를 받으며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어 내는 섬진강에 앉아 생각했습니다.
“섬진강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은 섬진강의 평온함을 닮은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나도 이 강에 기대어 살다 보면 이 평온함을 닮아갈 수 있을까?”
15년 전 시작된 인연으로 저는 지금 섬진강에 기대어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