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도 Oct 25. 2022

여행길에서 만난 엄마들


카페에 유모차를 끌고 한 가족이 들어왔다. 아이는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칭얼칭얼 댄다. 한낮의 더위에 지쳐 보이는 부모는 자리에 앉아 커피 두 잔과 아이를 위해 아이스크림 하나를 주문했다. 이때 아이는 곰인형을 가지고 놀다 바닥에 떨어뜨리는데, 이때부터 아이는 단단히 수가 틀린듯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부모는 인형을 다시 주워주고, 괜찮다고 안아주고 달래보고, 그것도 안 먹히자 아이스크림으로 시선을 끌어도 본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 거의 포효에 가까운 울음은 그칠 기색이 없고, 오히려 아이는 주변에 보이는 것들을 다 집어던지며 난리를 쳤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보아도 감당이 되지 않는 상황에 부모는 넋이 나간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다 안쓰러워졌다.


문득, 부모는 이렇게 감당이 안되는 존재일 때조차 묵묵히 옆에서 견뎌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적인 울음이 불쑥 터져 나오는 어린 시절에, 그리고 언제든 화가 나있는 사춘기 시절에도, 그리고 어른이 된 후에도 종종. 부모는 우리의 화를 받아주고, 견뎌주는 사람이었다.


옆에서 우리를 견뎌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나 떼를 쓰던 아이는 언젠가 어른이 되어 울고 싶고, 화가 나는 순간에도 꽤나 잘 참아내는 어른이 되는지도 모른다.




그리스 해변 옆 레스토랑에서 밤이 늦도록 어른들의 대화는 그칠 줄을 모르고, 그중 한 사람의 딸으로 보이는 어린아이는 불평 한번 하지 않고 테이블에서 혼자서 책을 읽고 있다.


아이들 중심으로만 여행하지 않고, 저녁을 먹고 와인을 마시는 밤늦은 시간은 어른들의 시간으로 만드는 프랑스 엄마들이었다. 자신의 즐거움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고, 아이는 자신의 즐거움을 양보하는 법을 받아들인 것 같다. 아이와 엄마가 서로 존중하며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해변  카페에서 앉아서 쉬는데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와 아들 둘이 앉아서 엄마의 생일 파티를 하는  같다.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들 하나가 엄마에게 목걸이를 선물해주면서 다정하게 엄마 목에 걸어주고는 엄마를  끌어앉아줬다. 엄마는 고맙다고 연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나도 덩달아 눈물이 조금 났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동차 대신 당나귀를 타는 그리스 마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