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자전거 사고가 나고 이웃을 얻었다

by 소도


내가 운동신경이 별로 없다는 점을 먼저 말해두어야겠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식당을 가던 길이었다. 사원을 통과해서 가려고 입구에 들어서는데, 반대편에서 커브를 돌아서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와 부딪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오토바이는 커브를 타이트하게 돌아서 나타나서, “엇!”하고 소리 지를 새도 없이 내 자전거를 들이받았다. 몸이 조금 붕-뜬 것 같았고, 내 머릿속에서는 ‘망했다. 이걸로 내 휴가는 병원입원으로 끝나는 거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딘가 뼈가 부러져서 깁스를 하고 입원하는 장면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붕 떠있던 내 몸은 허둥대다 오른쪽 무릎으로 착지를 했고, 그날따라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살갗이 바닥에 다 긁히고 말았다.


앞서 가던 남편이 가장 먼저 돌아와서, 이게 무슨 일이야-하는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살피고,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서 웅성거리며 나를 둘러쌌다. 사원의 스님들, 마을 회관에 있던 할머니들, 길거리 음식을 팔던 아주머니들, 길에서 놀던 아이들과 강아지들도 보였다. 갑자기 사고가 났다는 사실에 어안이 벙벙한데, 내 다리는 멀쩡한가 살필 정신도 없이, 바닥에 엎어져있는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너무 아픈데, 동시에 너무 부끄러웠다. 남편이 일으켜주어서 몸을 추슬러보니 손바닥과 무릎에 피가 나고 있었지만, 일어설 수 있는 것으로 봐서 어디가 부러진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옆에 쓰러져있는 자전거는 괜찮지 않아 보였다. 바퀴가 휘어져서 엉망이 자전거를 보면서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싶었다.


흙과 피로 범벅이 된 무릎을 살펴보고 있는데, 나를 들여다보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다들 무언가를 들고 나타났다. 스님은 연고를 들이밀었고, 어떤 할머니가 물에 적신 수건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닦으라며 건네주었다. 누군가는 마실 물을 가져다주고 어떤 아줌마는 병원에 가봐야 하지 않냐고, 무료로 진료를 봐주는 보건소가 근처에 있다며, 가는 법을 종이에 그려서 설명해 주었다. 사람들의 호기심과 친절이 정신없이 쏟아지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뒤에 쭈뼛쭈뼛 거리며 서있는 오토바이의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 아저씨도 나를 피하면서 넘어졌는지 이마가 빨갛게 부어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서로 다들 아는 사이인지 그제야 아저씨에게도 “아이고, 이마 좀 봐요. 다쳤네"하는 말을 하며, 연고를 가져다 발라주었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게다가 그 상대가 외국인이니, 문제가 복잡해질까 걱정하는 듯도 했다. 자신의 상처는 들여다보지도 않고, 내가 괜찮은지를 지켜보더니 내 자전거를 보고는 휘어있는 바퀴를 손으로 두드려 조금이라도 펴보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대충 상처를 닦고는 일어서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자전거를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픈 것만큼이나 사람들에 둘러싸여 정신이 없어서, 집에 가서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리를 절며 콘도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콘도 매니저가 놀라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다친 경위를 알려주었더니, 상처 소독과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사 오겠다며 오토바이를 타고 나갔다. 집에서 물로 씻고 상처를 다시 봤더니, 생각보다 심하진 않았다.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면서도, 만약에 오토바이가 마지막에 나를 피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정면으로 충돌했더라면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


잠시 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열어보니 매니저가 소독약과 밴드, 연고, 붕대까지 사 왔다. 가는 길에 동네 아줌마들이랑 이야기를 했다면서, 다들 그 사고 이야기를 하더라고 했다. 다들 너가 괜찮은지를 걱정하고 있어,라고 한다. 매니저가 사람들이랑 열정적으로 수다를 떨며, 동네 아줌마들이 ‘아, 그 처녀가 너희 콘도에 살고 있구나.’라고 서로 맞장구를 치는 장면이 그려졌다. 그리고는 그 오토바이 아저씨는 이 마을의 통장쯤 되는 사람이라고 귀띔해주었다. 그 아저씨는 마을의 리더로서 불미스러운 사고를 일으켜서 체면이 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괜찮다고 그냥 긁힌 상처만 있고,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다음 날, 볼일을 보러 나가는데, 어제 만난 동네 아줌마들이 마을 회관에 앉아있다가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괜찮냐고 물어와서, 씩씩하게 걷는 동작을 보이며 괜찮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늘 그냥 수줍은 미소로 눈인사만 하던 동네 사람들이 길에서 하나 둘 아는 체를 했다. 내가 지나가면 “낀 카우 르양 กิน ข้าว หรือยัง?”하고 물었다. 한국말로 하자면 “밥 먹었어?”라는 의미로,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인사였다. 신기하게도 어제의 사고로 동네 가십에 등장함과 동시에 갑자기 나는 일개 외국인에서 ‘아는 존재'로 인식이 된 것 같았다.


남은 기간 동네에서의 시간은 그렇게 호기심 많고, 동네 가십에 민감한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 ‘아는 얼굴'이 되어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그 말은 동네 아줌마들은 나를 볼 때마다 <명절에 만나는 친척어른급>의 질문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혼은 했는지,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이는 있는지, 왜 아직 아이가 없는지, 형제는 몇 명인지 등등.


옆집의 수저 개수도 꿰뚫고 있는 동네에 이웃이 된다는 건 이런 것이구나 실감했다. 살가운 이웃이라는 건 따뜻하고, 동시에 집요한 관심을 주는 존재였다.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 동양 여자와 서양인 남자 커플에서 자전거 사고라는 에피소드가 생기고 나서 우리는 동네에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보면 자전거 사고가 나고 나서, 이웃을 얻은 셈이다.


이제는 그 동네에 살지 않지만, 종종 생각이 난다. “낀 카우 르양?” 하고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는 사람들 속에서 잔잔한 포근함을 느꼈던 시간들. 익명의 존재로 살아가던 때에는 알지 못했던, 서로에게 조금 기대어 살아간다는 느낌. 내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넘어져있을 때, 일으켜주는 존재가 있는 공동체에 속해있다는 느낌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곳이었다.

치앙마이의 골목풍경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