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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Sep 14. 2020

미국 시댁에서의 평범한 하루

그의 가족이 있는 미국에 다녀오기로 한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시아버지의 건강 문제가 발단이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지내는 동안 건강은 호전되어서 돌아올 때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해 수영을 하고, 한 해동안 본 것보다 더 많은 시간 텔레비전을 보고, 부모님이 요리해 준 음식을 먹었다. 그의 가족은 식사를 하며 정치 이슈에 대한 토론을 즐겨 하고, 아마도 수십 번은 재탕되었을 시아버지의 이런저런 경험담을 들었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평화로운 가족이다. 가깝지만, 적당히 무관심하고, 따뜻한 애정을 품고 있지만, 선을 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서로 삐끗할 때도 있고, 지긋지긋한 면이 분명히 있겠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숨 쉴 틈을 주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회복될 시간을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이란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묶어지지 않았다면 굳이 세상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런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이어지는 관계라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좋아한다고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동시에 말할 수 있는 그런 관계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의 가족이 조금 다르다고 느낀 건, 그런 서로의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다는 거였다. 하루의 끝에 방으로 자러들어가는 참에 ‘저희 이제 자러 갈게요. 굿나잇’하는 우리의 인사에, 시아버지는 ‘오늘 하루 좋은 시간 만들어줘서 고마워. 고맙다 얘들아.”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었다.

진심을 가득 담은 그런 밤 인사가 나는 매번 뭉클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많이 고민했고 많이 조심스러웠고, 당연한 말이지만 평소보다 훨씬 번거롭고 어려웠던 여행길이었지만 가기로 해서 다행이다.


우리가 평범하게 좋은 하루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서로를 고마워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그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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