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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Nov 15. 2020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는 여행

유명한 것을 보러 가지 않고, 관광지를 그냥 지나치고, 인기 많은 식당을 가지 않는 여행도 있다. 여행지마다 다르긴하지만, 조금 오래 머무르는 여행을 할 때 우리는 주로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 도시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변두리 주택가에 숙소를 잡고 일상 같은 하루를 보낸다.


동네에 맛있는 베이커리를 찾아 매일 아침 들르고, 적당히 조용하면서 단골들이 많이 찾는 커피숍을 찾아 책을 읽거나 일을 하면서 사람 구경을 하고, 평점이 나쁘지 않은 동네 밥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엔 동네 산책을 하는, 하나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는 게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여행 방법이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별다를 것 없는 일을 왜 거기서 하고 있냐고, 돈도 쓰고 시간도 쓰면서 그러는 이유가 뭐냐고 답답해할 수도 있겠다.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내 몸이 느끼는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코 끝에 느껴지는 공기가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의 기운이

들려오는 새로운 언어의 진동이

그곳을 걸으며 내 발을 내딛는 느낌이

그리고 걸음이 만들어 내는 하루의 리듬이.


작은 감촉과 센세이션이 모여 내 안 어떤 곳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변화는 그렇게 작은 것들이 모여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거니까.


이런 경험이 모여 언젠가는 좋은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날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헛소리 같은 답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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