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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Jan 16. 2021

어젯밤 오랜만에 꿈에 엄마가 나왔다.


나는 누군가의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끊이지 않는 손님들에 지쳐서 사람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털썩 앉아 쉬고 있는데, 그때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도 조문을 하러 온 것처럼 까만색 옷을 차려입고 왔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엄마의 방문에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엄마는 ‘좀 제대로 해’ 같은 가벼운 꾸지람같은 얼굴을 해보이면서 동시에 따뜻하고 포근하게 내 손을 잡아주었다.


맞아,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지. 포근하게도 꾸짖을 수도 있는 사람. 따뜻하면서 냉정하고, 비판적이면서 한없이 애잔하게도 보는. 여러 가지 상반된 이야기를 조화롭게 해내는 사람. 강하지만, 내가 유일하게 세상에서 보호해야 할 존재로 느껴졌던 사람.


우리는 지엽적인 문제부터 인생의 큰 이야기까지 서로 달랐고 이해 못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내가 엄마를 밀어낼 때도, 엄마가 나에게서 거리를 두려 할 때도, 나는 늘 따뜻하고 보드라운 엄마의 손을 기억했다.


나는 왠지 마음이 놓이면서 엄마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이건 엄마의 새해인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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