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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Feb 01. 2021

잠들지 못하는 보호자의 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엔 늘 그때가 생각난다.

엄마가 입원했을 때, 보호자 침대에 누워서 잠들지 못해 뜬눈으로 밤을 보내던 날들. 잠자리에 그리 예민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병원에 있을 때는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처음엔 잠을 자려고 명상 음악도 듣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봤지만 크게 소용이 없어서 마음 편하게 잠자는 걸 포기했다.

불면증에 새벽 3-4시까지 잠들지 못했던 때와는 또 다른 경험이었다. 온전히 뜬눈으로 밤을 보낸다는 건. 그러니까 나에게는 활동하며 보내는 하루의 끝에 또 다른 7시간이 주어지는 것이었다.

옆에서 들리는 엄마의 숨소리, 뒤척임을 느끼며 뭔가 불안했던 걸까.


낮에는 느끼지 못했던 주변 환경이 새삼 더 낯설게 느껴졌다. 소독약 냄새가 얕게 깔려있는 공기. 병실의 공기는 뭔가 다정하지 않은 밀도가 있다. 나아지지 않는 엄마의 컨디션처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을 머금고 있었다. 간이침대가 이상하게 낮게 느껴지고, 병원에서 받은 베개는 서걱서걱 소리가 났다.

자정이 넘은 병원의 소리에 익숙해졌다. 간호사들이 카트를 끄는 소리, 속삭이듯 나누는 대화, 불편한 곳이 있어 잠 못 드는 환자가 간호사에게 하소연하는 말들.

병실 문 너머에는 밤 시간에도 계속 근무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있었다. 그리고 문을 경계로, 방 안에는 어둠이 오고 잠든 사람들이 있다. 나는 잠들지도, 그렇다고 활동하지도 않는 채로 어정쩡하게, 이곳과 저곳의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도 잠이 오지 않았던 이상했던 밤들. 하지만 왠지 마음은 고요해지곤 했다. 검사도, 챙겨야 할 약도 없는 밤의 시간. 유일하게 내 생각 속에 잠겨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범한 일상에 찾아오는 불면증은 잔잔한 물결을 흩트리며 던져진 돌과도 같았겠지만, 병원생활에서 잠 못 드는 밤은 그리 놀랍거나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대체로 잔잔하지 않으니까. 매일 일어나는 크고 작은 위기 상황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일은 그저 작은 불편함일 뿐이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지 않는 것을 아는 일은 자연스럽게 지금에 집중하게 한다. 밝아지지 않는다면, 지금의 어둠이 다음에 올 어둠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다음이라는 건 애초에 내가 준비할 수 없는 무엇이라서 그저 지금에만 온전히 존재하기로 한다. 익숙해지지 않는 병실에 어둠이 내려 차분히 가라앉았다. 옆에서 엄마의 숨소리가 들려오고, 잠들지 못했지만 나는 고요하다. 평온까지는 바라지 않으니 오늘 밤은 이 고요함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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