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낫 유어 니그로 I Am Not Your Negro>
제임스 볼드윈의 글과 인터뷰를 엮어 만든 다큐멘터리 <아임 낫 유어 니그로 I Am Not Your Negro>를 봤다. 미국 사회의 흑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깊게 사유하고 글을 써 온 작가 제임스 볼드윈은 말한다.
나는 흑인이 아니라, 당신과 다를 게 없는 같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나에게 ‘흑인’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 말인즉슨 흑인이라는 딱지는 당신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죠. 그러니 당신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왜 나를 ‘흑인’으로 분류하는 일이 필요했는지. 인종차별에 대한 고찰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름’에 근거한 차별에 대한 정곡을 찌르는, 우아한 반격이었다.
미국사회 안의 흑인에 대한 인종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사회의 변방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긴 역사를 지닌 인종차별이라는 부당함을 화를 내거나 울분을 터트리지 않고 차분히 이야기한다. 냉철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다정함을 잃지 않는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더 이해하고 싶고,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의 근원에 대해서, 또 그 너머의 사회의 숨겨진 얼굴에 대해서.
이 영화의 끝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우리가 이 사회에서 존엄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의 언어는 어렵지만, 읽으면서 조금씩 명확해진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뼛속까지 탐구하고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그의 작가론이 기억난다. 그가 뼛속까지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갈아 넣어 쓴 글을 읽고, 우리는 세상의 부조리를 조금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그가 겪은 집단적 고통을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소외된 삶에 대해서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힘의 구조에서 한 번쯤 소외되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