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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Dec 30. 2021

밀리의 서재와 함께한 일 년


연간구독권으로 이용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의 통계에 따르면 올 한 해 나는 81권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아마도 다운로드 받아서 몇 장을 뒤적거리다가 만 책이 대부분일 테고, 완독한 책은 스무 권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도 외국에서 살면서, 특히 한국에 가지 못했던 이번 해에 밀리의 서재가 있어서 새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거나, 관심이 생긴 작가들의 책을 뒤적여보거나 하는 등의 책방의 경험에 가까운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발행의 시간 격차가 많이 없어서, 꼭 읽고 싶은 책들은 대부분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사용을 해보니 밀리의 서재가 좋았던 건, 돈을 지불하고 사서 읽을까 말까 확신이 없는 책들과 닿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즉, 만약에 매번 사서 읽는 방식으로만 살았다면, 지나쳐버렸을지도 모를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목차의 전체 챕터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호기심으로 다운로드 받아보니 그중 몇 개의 챕터는 정말 좋았던 책들도 있고, 제목만 보고는 별 기대감이 없었는데, 막상 찬찬히 시간을 들여 읽어보니 마음에 들었던 책들도 있었다.


예를 들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와 <라틴어 수업>이 그랬다. 원래 잘 알려지고, 사람들에게 인기 많은 영화나 책에는 잘 손이 가지 않는 이상한 반골기질을 갖고 있는데, 바로 그런 삐딱한 성격 때문에 이런 책들은 굳이 사서 읽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밀리의 서재에 있길래, ‘이게 왜 인기가 있지?’하며 호기심에 들춰봤는데, 두 책 모두 첫 챕터를 읽었을 때, 이런 보물 같은 책이! 하면서 빠져들었다.


원래도 사교생활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팬데믹으로 내 생활 반경은 더 줄어들었는데 수다 떨듯 공감할 수 있었던 에세이들이 있어서 덜 외로웠다. 그중 몇 권만 추려보자면,

문보영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정만춘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이주영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결혼했다>

정지우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도가 있겠다.


최민석 작가가 쓴 <피츠제럴드>를 읽고,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스캇 피츠제럴드의 열렬한(?) 팬인 최민석 작가가 피츠제럴드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을 횡단하는 인문학 여행기라고 볼 수 있는데, 최민석 작가 특유의 가볍고 위트 있는 말투를 나래이션 삼아 뉴욕, 엘에이 그리고 볼티모어 등의 도시를 피츠제럴드의 시절과 겹쳐 볼 수 있었다. <헤밍웨이> 편과 <레이먼드 카버>, <아리스토 텔레스> 편도 차례로 읽을 예정이다.

플랫폼에 있는 책들이 워낙 많고 다양하다 보니, 넷플릭스처럼 정작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구경하고 둘러보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읽고 싶은 책으로 저장해둔 책들을 점점 쌓여만 가고, 그래서 읽다가 만 책들도 제법 된다. 읽기 시작했지만 끝내지 못한 책들 중 두 권 - 김진영 <상처로 숨 쉬는 법>과 존 윌리엄스 <스토너>를 읽으며 한 해를 마무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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