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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 Aug 26. 2022

책 <곤란한 결혼>

부제: 타인과 함께 사는 그 난감함에 대하여  

제목이 다한 책들이 있다. 이 책 역시 재밌고 다소 파격적인 제목에 이끌려 손이 갔다. 한국에서 북 카페에 갔다가 책장의 수많은 책들 가운데서 상당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나름 깨인 생각을 하는 어른의 조금 지루한 설교 같은 느낌이 있어서, 적당히 넘겨가며 읽었다. (카페 사장님이 남편을 앞에 앉혀두고 이걸 읽고 있는 나를 보고, “아니, 이렇게 재밌는 책을 고르시다니!” 하면서 칭찬해주셨다.) 결혼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의 결혼관에 대해서는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삶의 전반에 대한 그의 생각은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배우자를 고를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은 ‘건강하고 돈이 있고 모든 일이 잘 풀릴 때 얼마만큼 행복해질 수 있을까?’가 아니라 ‘위기가 닥쳤을 때 얼마만큼 불행을 저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그런 ‘위기 내성’입니다.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아플 때’와 ‘궁핍할 때’입니다. 결혼이라는 건 그러한 인생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안전장치인 것입니다. 결혼은 질병과 빈곤을 전제로 생각해야 하는 겁니다.



힘듦을 겪을 때 생각해봐야 할 것


여기서 어려운 건 정확한 판단입니다. 자신이 느끼는 ‘참 괴롭구나’라는 신체적 느낌이 이대로 가면 ‘인생이 썩어버릴 것만 같은 상황’인지, ‘성장하는 데(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부하가 걸린 과도기’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경험


이 경험의 절대량은 결혼하기 전, 아이를 낳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지요. 결혼 후 제 인생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선악의 판단은 차치하고, 일단 ‘인간이란 이렇게나 갖은 괴로운 일, 슬픈 일, 기쁜 일, 화나는 일을 겪는구나…’하는 것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육아의 힘듦을 몸소 겪은 후에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심지어 이해하기 어려웠던 철학자의 책들이 드디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환자란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회복하는 존재


몸이 약해져 있을 때 인간은 자신감을 잃고 애정에 목말라하게 되는 법입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은 아무래도 주변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기 십상인데, ‘간병’에는 이처럼 ‘환자에게 상처받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간병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간병인 기분을 상하게 하더라도 그럴 ‘권리’를 환자에게 무조건 인정하는 것 또한 간병의 일부입니다.


결혼 생활은 애정 위에 구축하는게 아니라, 결혼생활 및 타인과의 관계의 목표는 ‘유쾌하게 지내기’라고 마무리 지으며 이 책은 끝이 난다.


솔직한 목소리가 주는 매력이 있었던 책. 다수가 공감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조심하려고 하지 않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드러낸 용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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