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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는 여자친구

adhd와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4)

by 소나

자해는 관계를 아프게 해요.


어제는 자해를 하는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그는 3년 동안 여자친구의 자해를 말리느라 지쳤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난 그의 책임감과 인내력에 감탄했다. 나라면 자해를 하는 연인을 옆에 둘 수 있을까? 나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3년이라는 시간은 그를 지치게 하기 충분했고, 남자친구도 자해하는 본인도 서로를 갉아먹는 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면, 자해는 왜 행해질까?


본인에서 상처를 냄으로 잠시나마 정신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아니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의학적으로는 상처를 내면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불편한 감정을 잠시나마 해소시켜준다고 한다.


나는 아직 자해까진 해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감정 해소의 수단으로 행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있다. 자해만큼 그에 상응하는 자극이 흔하지 않으니, 육체적인 고통으로 인해 현재 심적인 고통을 잊기에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해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상처를 주는 행위이다. 또한, 사람대 사람으로 관계를 망칠 수 있는 씨앗이 되기도 한다. 상처를 보일수록 아픈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연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며, 부정적인 감정은 나도 모르는 새 관계에 스며들어간다. 감정은 그런 것이다. 이러니 본인의 우울한 감정을 숨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나의 아픔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지 않으니, 아픈 사람 1명과 아무것도 모르는 1명이 되는 게 낫지, 아픈 사람 2명이 되는 것보다 말이다.


상처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 형제의 마음, 친구의 마음, 연인의 마음은 어떨까? 연인이라면, 나 자신이 내 애인의 아픔을 없앨 수 있다고 굳건히 다잡았던 마음을 소리소문 없이 죽일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낫게 해 주겠다는 생각이 부질없이 느껴지며, 사기가 꺾이고, 절망적일 것이다. 이렇게 주변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가족들에게 “얜, 계속 이랬어”란 핀잔을 받으며, 연인에겐 버림받는 삶으로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변사람들을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기한 없이 모든 것을 수용해 줄 존재는 없다고 믿는 회의주의자입장에서 한편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내 주변 인물들에게 서서히 버림받게 된다면, 할 수 없이 공적이며, 물질적인 관계로 얽혀있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상담선생님에게 자동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루트로 들어선다.


그래서 이 관계가 건강할까?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으며, 사적인 감정 없이 도움을 주고, 내담자 입장에서만 생각해 주는 사람은 내담자로 하여금 공허함만 이룰 뿐이다. 편파적인 위로는 가치 없고, 쓸모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현실에선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 또, 항상 내편이 되어주지만, 정작 제일 필요할 때 연락할 수 없으며, 내가 손 놓으면 끊어질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의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관계에 안주하는 것만으론 근본적인 해결 책이 되지 않는다.


이에 나는? 그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되, 선은 꼭 지키기로 했다. 나도 한때 치료자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셌다. 어느 정도였냐 하면, 어른 같기도 하며, 친구 같기도 했던 선생님에게 너무 의지하고 싶고, 생각이 너무 나 병원을 옮겨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라도 치료자와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었다.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실지. 또, 내가 마지막에 너무 심한 말(나는 안 나을 거라는 둥, 지금 당장 죽고 싶다는 둥)을 했기에 그렇게 바로 사라져 조금은 걱정하시지 않을까란 생각에 한편으론 죄송하기도 하다. (지금 (잘) 살아는 있어요 ㅎㅎ)


우울증은 내 삶을 파괴하며, 주변인물들 까지 번져가 결국 혼자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무서운 병이다. 혼자가 되어 결국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없고, 결국 보이지 않는 미래에 떠밀려 자기 자신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건강해질 방법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혼자 있지 않기, 꾸준한 상담과 정신과 치료? 아직 생각나는 게 그거뿐이다. 한번 빠지면 깊은 구렁텅이 속에서 나오기 힘들고,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어둠에 잠식당하기 쉬우니 너무 아프기 전에 병원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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