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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펙 공기업 면접 부수기

20대 후반 취준생 일기(3)

by 소나

이번주, 나는 공기업 서류부터 필기까지 통과했다.


필기라면 NCS로 내가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떨어지면 그냥 필기 없는 중소기업에라도 지원할 생각이었다.

회사 다니며 1년 넘게 공부를 했는데 이번에 떨어지면 진짜 그건 재능이 아니라 지능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adhd탓인가 ㅜ

.

.

하지만


어머나? 얼떨결에 붙어버리고 말았다?


필기 시험장에 가기로 한 나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ㅠㅜ 저번 글 (adhd가 ktx 타고 부산에 내려가는 법)처럼 순탄치 않았는데 ㅠㅠ. 종교는 없지만, 신이 있다면 이 불생 한 중생 살게는 해줘야 지란 생각으로 붙여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평소에 짬짬이 공부한 보람이 있구나.



하지만, 이번엔 면접이다. 그것도 임원면접..!

20대후반에 난생처음 정규직 최종면접까지 떡하니 가다니...!!

무스펙인 내가...???

그것도 임원진이랑 대화를 한다. 설렌다..

아니, 두려운 걸 넘어 내가 감히...??

(순간, 불러서 혼내주려고 그런 건 아닐까란 생각도 해봤다,,,,?)


면접관은 8명으로 임원분들이 떡하니 앞에 앉아계셨다.. 나는 갓(?) 죽을 운명의 어린양 마냥 모두의 눈초리를 받으며 제일 가운데 의자에 앉았다.

입장하자마자 앞을 흘깃봤는데 어우 너무 떨려서 두 번 다신 못하겠더라


회의실에서 면접을 봤는데 내 앞에는 우주선인양 동그랗고 엄청 큰 테이블이 있었고, 어디 대학병원에서 볼만한 고정된 마이크가 각각 놓여 있었다. 또, 8명이서 나를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나는 공황이 오는 줄 알았다. ㅠ



여기 회사 계약직 경험이 있네요?
어디 부서에서 일했어요? 그럼 채용하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알겠네요? 할 수 있겠어요?


- 아... 말해도 되나요?? 00 부서입니다!! 당연하죠..!! 어떤 업무를 하는 자리인지 알고 있고, 꼭 하고 싶습니다.



근데 경험은 많은데 객관적인 지표가 없네. 회계할 수 있겠어요?? 회계 어려울 텐데?? 그걸로는 안될걸..


- 아.. 그 말에 무너졌다.... 압박면접이란 이런건가.. 아니면 피해의식인지 몬지 비꼬듯이 들리는 그 순간 기가 너무 죽었다.

사실 대로 말하고 싶은 욕망을 꾹꾹 눌러담았다.

(아! 졸업하자마자 회사 입사했는데 우울증과 불안장애때문에 공부가 손에 안잡히더라구요 하하.

아니모.. 살아있으면 다행이죠! 이번겨울에는 너무 심해져서 밤에 수면제 먹고 자면 병원에서 칭찬받았어요 하하하. )


이렇게 솔직하게 말할 순 없으니,, 얼른 모면하고 싶어 근무 전까지 배워오겠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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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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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나오는 길 자꾸 생각이 머문다.

아....조졌구나


나는 끝나자마자 허탈한 마음에 헛헛한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KTX를 탔다. 하....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일주일을 준비하고 왕복 6시간에 걸쳐 내려왔는데 15분 면접을 이렇게 날려버리는구나...

아니다. 오늘을 반면교사 삼자!

그래도 열심히 하라구 하늘에서 이렇게 기회를 주신거겠지


이번에는 기차 안 놓쳤어요 헤



하... adhd취업하기 힘들다..

결과는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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