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와 양극성 장애에 관한 이야기(11)
25.05.08
주치의 선생님: 한 주 동안 어떻게 보내셨어요?
검사 결과지 보니까 저번주보다 나아진 거 같던데.
음.. 제가 느끼기엔 똑같은 거 같아요.
저번주에 병원 갔다 와서 고민이 많았어요...
주치의 선생님: 어떤 거 때문에요?
제가 너무 선생님한테 너무 의지하고, 보챈 거 같아서요.
맨날, 용량을 올리기 싫다. 효과가 없는 거 같다. 그만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거요. 선생님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이 이런 말 듣고 지치실까 봐 걱정됐어요... 또 저 포기하실까 봐.. 저한테 실망하실까 봐 걱정했어요...
주치의 선생님: 제.. 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런 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요. 그게 저의 일인걸요. 불안이 높으신 분들은 그러실 수 있어요.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요.
치료의 과정에선 그렇게 말씀해 주시는 게 좋아요. 치료는 함께 맞춰가는 거지 제가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말씀 안 하시고 그 뒤로 안 오시는 분들도 있고, 치료를 포기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병원에 안 나오시면 제가 강제할 수없죠. 이렇게 표현해 주신 게 건강한 방법인 거예요. 그런 걱정하지 마세요.
저 포기 안 하실 거죠?
주치의 선생님: 그럼요. 당연하죠.
연휴에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음.. 가족들이랑 보냈어요. 아빠집에 갔다 왔어요. 평온하고 안정적이었죠.
그런데 선생님.. 저는 행복을 느껴야 하는 순간에 행복을 느끼지 못해요. 제가 잘못된 거 같고, 감정이 고장 난 거 같아요. 제 세상은 무지예요.
주치의 선생님: 물론 현재, 무기력감에 빠져서 그렇게 느낄 수 있어요. 약도 너무 기분이 다운되지도 너무 업되지도 않게 중간단계에 맞춰서 처방하고 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항상 감정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에요. 감정은 스스로 느끼는 대로 수시로 변하는 거예요.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을 느끼지 못할 수 도있고, 행복할 수도 있는 거죠. 그 감정을 오로지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거예요. 잘 못 된 게 아니죠.
저는 취업준비가 너무 힘들어요.. 상황이 바뀌지 않는데 약으로 조절한다고 이 우울이 사라질까요?
주치의 선생님: 물론 상황을 약이 바꿔줄 수 없죠.
하지만, 취업이 꼭 행복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처음 오셨을 때 인턴 생활이 힘들다고 오셨었죠? 취업을 해서 행복할지 더 힘들어질지는 모르는 거예요.
하지만, 약으로 상황은 바꾸지 못해도 마음의 회복력은 높여 줄 수 있어요. 그럼 상황을 받아들이는 힘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너무 희망적이지도, 다정하지도 않으신 그런 주치의 선생님의 태도와 대답이 꽤 맘에 들었다.
조금은 다정하셔도 좋을 거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