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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취준생은?

20대 후반 취준생 이야기(5)

by 소나

2025.05.06



휴일에 이 중생은 카페로 나왔다.

나는 취중생.... 취준생이다.

맞다. 뉴스에 그렇게 나오는 실망 실업자..


가끔은 카페로 나온 것도 사치로 느껴지는 날도 있다.

남들이 보기엔 남들 일할 때 한가로이 커피 한잔에,

책 한 권 펴 놓고, 가끔은 글쓰기를 하며,

여유부리기로 보일 수 있겠다.

또, 핸드폰만 백번 만지고, 친구와 카톡 하기를

한 시간째 ㅎㅎ

내가 겉으로는 취준생으로 안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모습에 사람들은 팔자 좋아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가끔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평일 낮 나는 가끔 교보까지 걸어간다.

교보에 가서 필요한 문구를 사고

신간 도서나 베스트셀러 등 한번 훑고 나면

기분이 좀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그때면 생각보다 교보에는 사람들이 많고

다들 직장 안 가고 뭐 하지?

다들 나만 빼고 부자이구나를

혼자 어림잡아 생각한다.


어... 저 사람은 어려보이는데 성공했구나...

오피스 상권에 나와있는 사원증을 매고 다니는 회사원들을 보면 부러운 마음에 나와 비교하기 바쁘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나의 속은 문드러 썩고 있다.


실상은 어느 때보다 불안하고,

하루하루 스스로를 탓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해서

내 인생이 이렇게 꼬여버렸을까?


1인분의 사회적 역할하나도 수행 못하면서,

오늘도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만 축내고 있다.


어릴 땐 나이 많던 아는 취준생 언니를 보곤,

얼마나 힘들까

내가 진심으로 더 걱정했던 시절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같잖은 말인가...

내 코가 석자인데 말이다.

그 시절 나에게 참 할 말이 많다. ㅎㅎ




취준생도 직업으로 인정해 줄 수 있을까?


난 항상 전업취준생이라는

타이틀 뒤에 숨는다.


처음 정신과를 방문했을 때 직업을 물어보셨다.

아니, 어딜 가나 내 소개를 하게 되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죠?


그럼 난 항상 과거형으로

방어적으로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인턴을 했었는데 , 지금은 쉬고 있어요..

혹은 전업 취준생이에요.


자존감이 떨어진다.

나를 상황을 한 단어로 좋게 포장하자면,

전업 취준생 또 다른 말로 백수..


백수면 백수이지, 모

전업 취준생이라고 이렇게 곱게 불러주나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할 거라 단정 짓는다.


저 사람은 이 나이 먹도록 무슨 일을 하고 다닌 걸까

생각하진 않을까 걱정한다.


이것이 자격지심인지,

내 본심이 나쁜 건지 나도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신세한탄에 날 괴롭히기 바쁘다.


하지만, 매일 난 나의 무능을 까먹으려 노력한다.



내일 카페에 나갈 거다.

내일도 다시 해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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