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왔다 감기는 날 싫어했지만 오지 않을 도리는 없어서 왔다 오랜만에 와놓고 잠깐 앉았다 갔다 잠깐이었는데도 코가 막히고 부비동이 부었다 코와 부비동에서 감기 궁둥내가 났다 탈취제나 방향제가 필요했다 그래서 분식집에 들렀다 분식집에는 떡볶이와 오뎅 국물이 있다
이거 만큼 약발 센 거 없음
나트륨과 캡사이신이 냄새 제거에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염희 혼자 연구한 결과다 염희는 줄곧 '궁극의 탈취제'에 관한 연구를 하였는데 개중 유일하게 쓸만한 결과가 이것이다 나트륨과 캡사이신이 체내 수분을 끌어모은다는 사실
수분을 끌어모아 외래 분자를 희석하는 방식 좀 더 정확히 직접 탈취제라기보다는 탈취 유도제로써, 이 결과를 얻기 위해 그동안 희생되었을 염희의 시간들에 대해 애틋함과 경의를 보내며,
이쑤시개 하나 떡볶이에 꽂는다
종이컵에 오뎅 국물을 퍼담는다
보고만 있는데도 얼굴이 잠긴다
렌즈가 미끌거리고 턱 부근이 알싸하고 혀 밑이 축축하고
훌쩍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감기에만 적용하기엔 조금 아까운데
누군가 멀어진 냄새도 이렇게 지울 수 있지 않을까
염희는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어떤 냄새를 지웠다고 했다
감기에 가린 염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