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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선

by 김소로



사용인은 연습실이라고 했다

패브릭 대신 페인트가 붙은

그곳에서


쳤고

쳤다


텅, 소리를 돌려받았는데

가장자리가 거칠었다

두른 게 없었으므로 잘 긁히고 말았다


해머는

빈자리인 걸 알면서 때렸다

먼지가 부서지게

기침을 쏟았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음


끝에 매달린 왼쪽 끝의 라—가

사과처럼 보일 무렵이었다


청춘은 가단조로 시작하는 거야


더 세게 내려치는데

귓불과 관자놀이 사이

거짓말 같은 배음들

부딪힌다—나다라마바사, 개중 몇 개


떨어진다


첫자리를 헤매다 오른 발등에 앉는다

떠밀려 밟히는 페달

황동색 줄눈 가까이 밑창이 닿고


터엉, 터엉, 터엉,

콘크리트 바닥 먼지들이

살갗에 붙고


라—인 듯 라—는 아닌 것을 받아먹은 다음

긴 마감을 시작한다

줄 없이


언젠가는 당신처럼

사장조로 얘기할 수 있나요?


아삭!

아무것만 웃음 짓는 감각

내려칠수록 희부연해 나—조차 누를 수 없었다


시도란 먼저 라辣 맛을 알아야지

가깝다는 이유로 시를 두드려봐라

사과가 떨어지나


줄눈이라도 떼어내 해머에 걸어야 했을까

황동색, 마침 낮은음자리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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