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올랐다 흘러가는 단상 하나
어느 날 친구가 결혼에 대해 물었다.
결혼은 깨어질 수 있는가?
결혼은 깨어지면 안 되는 것일까?
언뜻 당위와 가능성 사이 잘못된 비교로 들렸던 이 질문들 속에서 나는 친구가 지닌 불확신을 읽었다.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은 관계에 대한 약속이다.
사랑으로서의 관계를 영영 이어가겠다는 다짐이다.
평생을 걸고 한 사람과의, 한 가정과의 삶을 지키겠다는 결심이다.
결혼식은 그 자체로 이 고결한 언약의 징표인 동시에, 두 사람의 인생을 건 다짐을 목격한 증인을 생산하는 일이다.
흔히들 결혼이 신성하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 결혼이라는 행위 자체가 신성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수많은 이들 앞에서 내보인 그 약속이 숭고할 뿐이다.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함께 견디겠다는 굳은 결심이, 폭풍우 속에서도 끝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그리고 보이지는 않으나 그 기저에 단단히 자리한 신뢰와 애정이 거룩할 뿐이다.
당장에 화려하지 않더라도 오래 은은하게 반짝이는 마음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고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