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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Dec 18. 2020

외갓집 소는 감가상각 자산이었을까

자본론의 개념을 적용한 생활경제(7)

조금 규모가 있게 장사를 하시는 분들은 손익분기점에 대한 고려를 한다. 뼈 빠지게 영업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는 분들이 있고 가게를 1년 이상 운영했는데 손익분기점도 돌파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또 어떤 분은 수익이 분명히 발생하고 있지만 최초 자본 투자액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익이 발생하여 굳이 이 장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스럽게 여겨지는 분도 있다. 이런 수치를 가장 기본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이 손익분기점 계산 방법인데 이 때 투입해야 하는 데이터가 바로 고정비와 변동비 값이다.


추가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더 투입해야 하는 것이 변동비이고 조업도와 상관없이 고정 지출되는 것이 고정비이다. 요즘처럼 장사가 잘 안될 때는 무슨 비용이든 떨어뜨려놓는 것이 상책이지만 그래도 장사가 꽝인데도 지출되어야 하는 고정비라는 놈을 때려 패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고정비를 줄여놓으면 파리만 날리는 매장에 발생하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론 2권에서 이와 유사한 것으로 고정자본과 유동자본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현대 회계에서 말하는 고정비, 변동비는 말 그대로 쓰면 없어지는 비용의 개념이고 자본론에서 말하는 고정자본, 유동자본은 ‘계속기업’의 가정으로 봤을 때 사라지지 않는 자본의 개념이기 때문에 비용과는 반대 개념이다. 현대 회계학이나 경영학에서도 자본주의 기업은 계속 영업을 하는 것으로 가정하기 때문에 영속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것은 회계학이라는 학문의 절대적인 원칙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것이 자본론의 개념과 맞닿아 있어서 주목할 만하다. 


고정자본은 노동수단에 고정되어 있어서 형태 그 자체가 떨어져 나와서 유통하지 않고 내구성이 다할 때까지 자본으로서 기능한다. 공장 건물이나 기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유동자본은 생산에 따라 그 형태 자체가 떨어져 나와서 유통되며, 새로 생산되는 상품에 점점이 가치가 이식된다. 생산과정에 있는 투하자본 중 고정자본을 제외한 모든 소재적 구성 부분이 유동자본을 구성하는 것이다. 


비용의 개념으로 고정비, 변동비를 구분해보려는 시도가 있지만 칼로 자르듯이 구분되기는 어렵다. 비례율법이나 회귀분석 같은 수학적인 방법을 쓰면 상당히 과학적인 계산을 해볼 수는 있지만 다들 사후적인 분석법이며 지금 우리 기업에서 쓰는 해당 계정이 고정비인지 변동비인지 분리해내기란 어려운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 비용으로 파악한다는 점이며 생산 과정에서도 모두 이슬처럼 사라져버린다고 파악한다는 점이다. 그 비용은 즉시 자본으로 회수되는 것은 아니며 영업이익으로 회수되는 경우 나중에 자본으로 일부 자본으로 편입되는 것으로 계산 된다. 이런 계산 방법은 체감되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그 필연성이나 원리성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밀링머신과 같은 공작기계의 내구 연한이 10년이라면 그 이후에는 버려지나? 감가상각으로 버려진다고 보는 것이 현대 회계학이다. 반면 자본론은 그 기계는 다시 도입된다고 본다. 그 기계가 없으면 생산을 못하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도입해야 한다. 신기술의 발달로 더 좋은 기계가 도입되는 시기가 당겨지면 기존 공작기계의 연한이 단축되기도 한다. 어찌됐든 자본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확대 투입되는 것이다. 유동자본도 마찬가지다. 인력을 채용하고 재료를 사들이게 되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 가치들은 생산물에 즉시 이전되고 판매까지 완료되면 자본의 주머니에 돌아온다. 아니 더욱 큰 가치로 증폭된다. 증폭되지 않는 거라면 장사는 진즉에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생산을 1년, 2년 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자본론의 개념에 안정성이 있다. 현대 회계학에서도 실은 ‘계속’ 기업 개념은 근본적이다.


어릴 적 우리 외갓집에는 소가 있었다. 그 소는 잡아먹으려는 의도에서 키운 것이 아니라 농사를 돕는 역축이었다. 우리 외할아버지에게 그 소는 말하자면 고정자본이었다. 물론 그 분이 기업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개념으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식용 한우로 소비될 수 있음이 분명하지만 조업을 하는 중에 소를 갉아 먹는 일은 없다. 어쩌면 일을 하다가 살이 더 찔 것이다. 가격이 정말 좋으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겠지만 농사를 짓는 이상 소는 우리 집에 있다. 소가 팔리거나 죽더라도 농사를 지으려면 외양간에 소는 다시 들어온다. 요즘 시중에 파는 한우고기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고기로 판매하기 때문에 유동자본이다. 그렇다고 그 옛날 외갓집 소처럼 다시 보충되지 않을까? 축산 기업이 영업을 하는 한 한우를 계속 키울 것이다. 역축이냐 고기냐에 따라 자본의 회전 형태는 다르지만 자본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는 어떤 차이도 없다.


현실에서의 자본의 개념 구분은 주인과 객체가 분리될 때 문제가 된다. 기업의 주주들이 배당을 늘리기 위해, 해당 기업의 절세를 하는데 고정비, 변동비 같은 개념이 동원될 것이다. 특히 고정자본 충당을 위해 기업이 충당금을 설정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수면 위로 문제가 떠오른다. 변동비라면 즉시 비용처리하면 되지만 고정비라면 충당금 설정 방식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충돌이 생길 것이다. 예전에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이 중동의 정세 불안이 뻔한 데도 고의로 감추고 충당금을 낮게 설정하여 이익을 크게 늘려놨다는 얘기도 있다. 세금을 적게 내려면 충당금을 많이 쌓거나 변동비 지출을 많이 해 버릴 수도 있다. 


한편 주택의 경우 주인과 세입자가 분리가 된다. 주인은 주택의 손상 부분을 되도록 비용으로 계산하려고 하며 세입자는 어쩔 수 없는 마멸, 즉 고정비 지출로 여기고 싶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그러하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내가 퇴거할 때 기존 발생한 마멸 비용을 최대한 세입자인 나에게 전가하려고 할 것이다.    


이윤은커녕 손실이 쌓이는 시절이다. 소소한 비용 책임의 문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고정비, 변동비로 부르든 고정자본, 유동자본으로 부르든 그 책임의 문제를 촘촘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애초에 그 비용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사이에 도덕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더욱 부각된다. 경상비용이냐 고정자본이냐 다투는 문제를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농경 사회에서 소를 귀하게 여기듯 우리 사회의 자산 하나하나를 귀하게 여기고, 따뜻하지만 세밀하게 책임과 권한 문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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