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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Jan 16. 2021

카카오톡 사용도 어려운 사장님이 모바일 주식거래를 하다

자본론의 개념을 적용한 생활경제(11)

옷 수선을 하는 A사장님은 어제 하루 매출이 3,000원이었다고 하였다. 이러려고 가게를 열어서 장사를 한다니 젠장. 이제 나이 육십, 어떤 분들은 이 연세도 아직 청춘이라지만 A사장님은 머리가 벗어진 초로의 영감님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일상적인 대화를 카카오톡으로 하면 좋겠는데 이 분은 카카오톡 대화창 입력을 어려워한다. 수 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통장의 잔고는 겨우 150만 원 정도고 은행 대출만 1천만 원 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앞으로는 정말 위태롭다.      


어려운 처지의 자영업자를 많이 만나는 내 처지에서 이런 스토리는 사실 흔하다. 그런데 나를 진짜 당황하게 하는 것은 이 분이 모바일로 주식거래를 하신다는 점이다. 흔한 SNS는커녕 카카오톡으로 지인들과 대화하는 것도 어려워하는 분이 모바일 주식거래에 몰입해있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한참 뒤틀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거래를 하는 이유는 단지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방과 가게의 월세를 내기 위해서다. 사업을 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고 주식 차액 실현이 삶의 버팀목이 되는 것 같다. 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요즘은 시세가 좋다고 하니 고객의 사생활에 대해 더 자세하게 추궁하기는 어렵다.      


바야흐로 카카오톡은 못해도 주식은 해야 하는 세상이 도래하였다. 누군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걱정하는 형편인데 주식시장에는 돈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주식을 해서 일 년 연봉을 벌었다는 사람도 속속 나오고 있고 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주식에 판돈을 걸어야 한다는 충고도 들린다. 부동산 폭등세는 끝 간 데 없이 이어진다. 임대차 관련법 개정 때문이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의 추세는 그런 단기적인 요소에 의한 것은 아니다. 거대한 돈의 흐름이 그야말로 도도하게 자산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투자처가 없다보니 엉뚱한 곳으로 돈이 흘러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를 화폐유통량과 관련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마르크스는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의 양은 상품의 가격총액에 비례하고 단위 화폐의 회전 횟수에 반비례한다는 공식을 일반 이론으로 제시하였다. 화폐의 회전이 활발하다면 시중에 풀려 있는 화폐의 양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자세히 뜯어보면 정말 당연한 걸 공식으로 만들었다. 유통되는 화폐의 양은 국가의 조정 기능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줄어든다. 철, 기계, 쌀과 같은 상품과 마찬가지로 화폐로 쓰이는 금, 은도 일종의 상품이라는 점을 이해하면 일반 이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반 공식에 나오는 화폐의 양은 ‘유통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점이다. 어떤 화폐가 빨리 회전하면 다른 화폐들은 유통 영역에서 떠나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고 전체적인 회전이 빨라지면 유통수단으로 쓰이는 화폐는 감소하게 된다.      


금을 한국은행권으로 대체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국가가 화폐를 대량으로 발권하여 초인플레가 발생한 상황이 오더라도 일반 이론이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1g의 금은 기존에 10만 원으로 대체했다면 이제 표현되는 숫자만 100만 원으로 달라지는 식이다. 한국은행권의 가치가 희석되는 것과 유통되는 화폐의 양이 달라지는 것은 엄격하게 분리하여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국가나 은행이 여러 가지 명목으로 시중에 돈을 많이 풀면 일시적으로는 영향이 있겠지만 결국 상품시장에 주는 영향은 결국 상쇄되어 사라지게 된다. 정책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최근의 상황은 그래서 심각하다. 자금의 흐름을 막는데도 유통수단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한국은행권이 축적되고 있는데 이는 재화 및 용역의 가격총액 감소의 다른 표현이 된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이상한 활황은 실물경제의 퇴조 정도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중단을 내포한다.  

    

돈이 많은 사람들의 대처 방식이야 이런데 쓸 필요도 없을 것 같다. 힘없는 자영업자, 개인들은 투잡, 쓰리잡을 해서 난세를 살아간다. 몸이 건강한 30~40대 남성들이 그렇다는 말이다. 코로나로 아이들을 집 안에서만 키워야 하는 부모들, 시설에 나갈 수 없게 된 장애인들, 가까운 경로당이 폐쇄되어 어두운 지하방에서만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속수무책이다. 카카오톡은 못해도 모바일 주식거래는 해야 된다. 코스피 지수 3천은 죽음의 지표다. 대한민국은 지금 죽음의 고지를 넘어 달려간다.     


그들에게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정부에서는 소비 진작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비용축소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자영업자들에게는 터무니없는 딴 나라 얘기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장사가 안 된다면 경상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 밖에 도리가 없다. 투잡을 하더라도 그냥 하지 말고 금년부터 도입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활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 사업자등록을 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국비 지원을 받으면서 취업을 할 수 있다. 어쨌든 죽을 수도 있겠지만 앉아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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