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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팔룡 May 01. 2021

소득세 정산하라고 문자 한 번 보내면 안 될까

백전백승하는 최팔룡의 영업일기(14)

군대 간 아들이 고생할 것이야 당연하겠지만 며칠 간 양치도 못해서 개돼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나면 어느 부모나 속이 뒤집어질 것이다. 화장실에 앉아서 마음 편하게 대변을 보는 것도 단 2분이라고 하니 그런 대접을 받고 나라를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 모든 것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비정상적인 것이지만 요즘은 다 방역이라는 그럴싸한 간판을 붙여서 불가피한 사태로 치부하게 되었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호출당하여 변명을 늘어놓는 것을 보니 일부 개선의 시도는 있겠지만 인간에 대한 능멸 그 자체가 문화로 온존하는 이상 대단한 개선은 어렵다. 성인이라고 볼 수 있는 체육대학생들도 가까운 편의점 외출도 못하는, 사실상의 감금생활을 1년이나 했다지 않는가. 하기사 우리집 초등학생도 학교에서 양치 못한지 오래됐다. 어른들은 직장에서 잘도 양치를 하지만 어린이들은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소파 방정환 선생도 울고 갈 일이다.


회사 생활을 아닌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들이 원천징수 명목으로 뜯기는 3.3%의 금전 문제는 오래된 국가의 갈취 형태라고 생각된다. 일을 해서 돈을 벌면 국가에서 3%, 지방자치단체에서 0.3%를 일단 챙겨가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수취 행위가 어디까지나 임시적이라는 사실이다. 개인은 자신의 소득 전체를 펼쳐 보이고 법에 정해진 한도 내에서는 공제를 해서 진짜 해당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내는 게 맞다. 내가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세법에서 그렇게 말한다.      


실제 정산을 해보면 상당수가 세금 납부할 게 없다. 그런데 이러한 정산을 받지 않고 임시적으로 3.3% 떼인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믿고 그대로 살아간다.


이렇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5월의 소득세 정산에 대해 세무당국에서 제대로 일반인들에게 공지를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거나 세무당국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만 4월 말에 공문을 보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산을 해서 돌려받을 돈이 있을 것 같은 사람들 상당수에게는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래도 국세청에서는 세금 문제를 일종의 채권채무 관계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채무가 있더라도 채권자가 능동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돌려주기 싫다는 것이 아닐까.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장사하듯 세금을 거두는 심리는 뭘까.      


경영상담을 하면서 번듯한 회사들에 대해서도 많이 듣지만 계약직, 임시직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만난다. 그들 상당수는 소득이 낮아 정산을 해보나 마나 소득세 납부할 것이 없는 것이 정상인데도 원천징수를 당한 채 해를 넘긴다. 우편으로 공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납세자들에게 문자나 한 번 쏴주는 것도 그렇게 힘들까. 쓸데없는 확진자 경로 문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잘 보내더니만. 전산이 발달되어 단순히 확인과 클릭 한 번이면 정산이 될 텐데, 매년 방관, 방임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물론 그 개인들에게 큰돈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도 티끌 모아 태산이다.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에게 대단한 서비스를 하자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걸까.  

   

다시 종합소득세 납부의 계절이 돌아왔다. 자영업자들 중에서 세무대리가 없이 세무 공무원의 간단한 도움만으로 세무업무를 해왔던 사람들은 요즘 조그만 도움도 받기 어렵게 됐다. 문서 양식 하나 작성하면 될 터인데 일체 도와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핑계가 코로나다. 초등학생과 군에 간 병사들이 나라에서 기본적인 대접도 못 받게 되었지만 악 소리 못하게 된 핑계도 코로나다. 그저 모든 것이 코로나라는 세 글자면 다 용인된다.  

    

코로나니까 세금 납부는 8월까지 해도 된다며 대단히 너그럽게 굴지만 실상 납세자들은 세무서에서 이전보다 높은 장벽을 느끼고 있다. 원천징수당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미리 배려하는 조치는 예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부족하지만 이제 사소한 도움만으로 세금 문제를 해결해왔던 사람들까지 내몰렸다. 단순 상담을 받아서 혜택을 보던 사람들의 실상은 통계 자료에도 잡히지 않는다. 어차피 세무당국의 생색내기에도 도움이 안 되었던 차에 코로나도 왔고 해서 영세납세자에 대한 관심은 아예 꺼버린 것이다.     


학생인권 문제를 자주보고 있으니 세상이 좋아진 것처럼 느껴지긴 한다. 징집되어 간 군인들도 휴대폰을 쓰며 편하게 사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껍데기일 뿐이다. 평소에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게 아니라 어렵고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우리는 그런 게 너무 약하다. 코로나로 이런 경향성이 퍽 가팔라졌다. 생색내기에 도움이 되는 보고사항들에만 관심이 있고 뒷골목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매스컴에 크게 보도되기 전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소득세 정산을 꼭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전에 이뤄졌던 관행적인 도움마저 팽개치는 형국이다. GDP 10위권으로 화려해보이지만 우울증이 만연하고 자살률이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이유가 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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