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월 아기도 다 계획이 있구나!

아기를 육아하면서 깨닫는 엄마의 시선!

by 쏭유

22개월 아기도 다 계획이 있구나!


아기가 3월생이라 이제 22개월이 되었다. 예전엔 새벽 4시, 5시, 6시 알람을 맞춰놓고 하루를 시작했지만, 내 알람 소리에 자꾸 깨는 아기를 보며 결국 이른 알람들을 삭제했다. 언젠가 목표가 생기고, 다시 새벽 에너지가 솟아날 때쯤이면 다시 맞추겠다고 다짐하면서.


아기는 언제 자든 빠르면 6시 반, 늦어도 7시에는 꼭 눈을 뜬다. 설 연휴부터 아기와 함께하며 매일 아침을 맞이했는데, 오늘도 어김없이 7시에 먼저 일어났다. 기저귀를 갈아주고 "나가자!" 하니 스스로 방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연다.


어제는 아기 매트 밑의 머리카락과 먼지를 정리하며 아기 병풍을 바꿔주었다. 익숙한 환경도 좋지만, 다른 매체들을 접할 수 있게 수시로 바꿔준다.


동물 그림이었던 병풍을 이제는 과일, 채소, 감정, 탈것 그림이 있는 것으로 교체했다. 아기가 있을 때 바꾸어주었는데 새로운 그림을 보니까 반가웠나보다. 병풍 앞에 있던 장난감 자동차를 치우고 아기 병풍 앞에 앉더니 물끄러미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얼굴 표정을 가리킨다.


"사랑해요." 아기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 다양한 표정을 보며 손가락으로 짚는 걸 따라가며 "응응" 하고 고개도 끄덕인다. 그러더니 옆으로 이동해 고구마, 감자, 당근 그림도 하나씩 짚어가며 이름을 익힌다.


그 다음 할 일은 핑크퐁 세이펜으로 공부하는 시간이다. 펜으로 그림을 눌러 보고, 노래도 듣더니 흥이 올라 앉지도 않고 서서 이것저것 눌러댄다. 일어나자마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이것저것 배우는 모습이 신기하다.


'22개월 아기도 아침에 일어나면 무엇을 하고 놀지.
무엇을 먹을지 다 계획이 있구나!'


아기가 부엌으로 가더니 스토케 의자를 밀고 주방 서랍을 연다. 시댁에서 가져온 시골 떡뻥을 발견한 모양이다. 나는 아기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나에게 열어달라고 할까? 과연 어떻게 과자를 먹을까?'


아기는 떡뻥이 든 비닐봉지를 거실 책상으로 가져가 이리저리 돌려본다. 묶인 부분을 열지 못하고, 던져보고 꾹꾹 눌러보더니 결국 비닐에 구멍을 낸다! 손가락을 조심스레 집어넣어 떡뻥을 꺼내는 모습이 놀랍다.


‘세상에, 비닐을 뚫고 먹겠다는 의지를 보이다니! 그래, 너의 공이 크구나. 먹을 수 있게 허하노라.’


아침부터 과자를 먹는 게 못마땅했지만, 먹고 싶은 걸 직접 찾아내어 꺼내 먹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배가 고팠는데 스스로 사냥터로 나가 먹이를 구하는 모습이랄까.


아기가 하는 대로 그냥 놔두기로 했다. 어차피 떡뻥은 배도 부르지 않고, 달지도 않으니까.


요즘 국에 밥을 말아 먹는 걸 싫어해서 아침은 주먹밥으로 준비했다. 김가루에 참기름, 깨까지 솔솔 뿌려 맛있게 만들었다. 아기는 자기가 먹기 싫은 음식은 단호하게 뱉거나 입을 벌리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놀 것도, 먹을 것도 스스로 정하는 명확한 아기. 이런 아이가 몇이나 있을까? (점심에는 냉장고 서랍을 열어 버섯을 후라이팬에 구워 달라고 했다. '너 정말 똑똑하구나.')


아침부터 10가지 이상의 행동과 놀이를 하고, 스스로 먹을 것을 정하는 아이를 보며 반성하게 된다.


나는 새벽에 눈이 떠져도 '일어나기 싫다, 할 일도 없는데, 추우니까 더 누워 있자'라며 게으름을 피웠는데. 연휴 동안 아기 스케줄에 맞춰 함께 밥을 먹고, 자고, 놀면서 깨달았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냈을 때 느끼는 기쁨이 엄청나다는 것을.

누군가 시킨 일을 잘해서 칭찬받는 것도 좋지만, 그 공을 내 덕으로 돌리는 건 어떨까? 스스로 해낸 나를 응원하고, 인정해주는 것.


22개월 아기도 아침부터 계획이 있는데, 나는 왜 무기력하게 있었을까? 할 수 있는데도 ‘무엇 때문에’라는 핑계를 대며 하지 않았던 나를 이제 과거로 보낸다.

나는 현재,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

자기돌봄과 마음챙김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주도적으로 해냈을 때, 그리고 그 순간에 몰입했을 때 자존감이 높아진다. 나를 위한 일들로 하루를 채울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주도성, 자기 신뢰, 그리고 자기 사랑의 실체다.

아기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고 행복해 보이는데, 그렇지 못했던 1월을 반성해 본다.

나는 다시 2월을 행복하게 보내기로 했다.


더 이상 오래 생각하지 않기.

시간을 정해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기.

계획만 세우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 없기.


이는 곧 실천이자, 의지이거늘! 머리보다 몸이 원하는대로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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