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뚝 떨어지다

feat. 입덧

by 쏭유

삶의 질이 뚝 떨어지다


자기 돌봄과 마음 챙김을 추구하던 나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음식을 눈으로 보며 음식의 향도 느끼고, 입안에서 느껴지는 식감을 느껴보기도 전에 우걱우걱 밀어 넣고 있다. 오른손은 젓가락을 들고 있지만, 왼손은 아이를 챙기느라 분주하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이고, 떨어진 음식을 치운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밥을 먹고도 헛헛하거나 속이 더부룩하다.


둘째 임신 후 지독한 감기에 걸려 숨 쉬는 것도 겨우 막히지 않은 콧구멍으로 실 오르라기처럼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다. 잘 때는 꽉 막힌 코 때문에 바로 누워서 잘 수가 없다. 한쪽 코를 막고 킁~ 하고 풀어보고, 반대쪽도 킁킁거려본다. 약을 못 먹으니 감기가 나을 생각을 안 한다.


입덧으로 먹고 싶은 게 하나도 없다. 배는 고프다고 하는데 먹고 싶은 게 없다니. 치킨도 피자도 파스타도, 내가 좋아하던 면류 자장면, 냉면, 국수까지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 임신 초기 입덧으로 살이 오히려 빠지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먹는 즐거움이 없으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3개월째 몸무게는 그대로 유지 중인데, 내 삶은 왜 이리도 변덕스러울까?


울렁거리다 못해 토해내는 날은 삶이 우울해진다. 눈이 튀어나올 것 같고, 목구멍에는 이물감이 느껴져 상상할수록 속도 거북해진다. 임신이 이렇게 힘든 일이였던가. 역시 지나가고 나니 그 때의 고통은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이성적으로는 '뱃속 아이가 잘 크고 있겠지, 놀고 있겠지, 확장 공사를 하고 있구나'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서는 '아이고 정말 유별나네. 엄마도 살아야지. 주는 대로 맛있게 먹어야지. 벌써부터 반찬투정이야?' 하며 핀잔을 준다.


자는 것도 먹는 것도 깨어있는 시간이 고역이다. 첫째 때처럼 수월하겠거니 먹덧이겠거니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애바애, 케바케. 임산부 by 임산부인가. 임산부에 따라서도 임신증상이 다른 거니. 이 시기를 잘 보내봐야겠다.


나락으로 떨어진 삶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켜 볼까?


아침에 일어나 부은 손을 주물러 준다.

양손을 배에다 두고 손바닥에 온기를 느낄 수 있게 쓰다듬어준다.

뱃속에 숨바꼭질하듯 숨어있는 아이에게 안부를 묻는다.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해 방광에 가득찬 소변을 빼준다.

거울을 보며 나에게 인사하고 세수와 양치질을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하게 씻겨준다.

튼살 오일과 크림을 섞어 배와 가슴, 허벅지, 엉덩이에 마사지하듯 발라준다.

출근하기 편한 옷으로 고른다.

아이식사를 준비하며 내가 먹을 밥, 반찬을 준비한다.

점심 도시락도 함께 준비한다.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따뜻한 밥에 반찬을 준비해 음미하며 꼭꼭 씹어 먹는다.

아이가 일어났을 때는 같이 식사하되 서두르지 않는다.

아이가 일어났을 때 기쁜 마음으로 "잘 자고 일어났어?" 하며 꼭 안아준다.

아이가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정리 정돈한다.

어질러진 책과 장난감도 정리한다.

옆동에 사는 친정엄마가 오시면 첫째 아이와 반갑게 인사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해드린다.

출근 준비 완료 후 아이과 인사를 나누고, 친정 엄마에게 오늘도 잘 부탁드린다며 집을 나선다.

차를 타러 가며 오늘의 날씨를 온몸으로 느껴본다.

굽어진 어깨와 등을 펴고 발바닥에 힘을 주고 씩씩하게 걷는다.

차에 탑승하여 시동을 걸고 "오늘도 안전 운전하자!" 주문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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