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4주 7/11-7/17
나리 꽃이 우리 부부에게 왔습니다
2022.07.12 더운 여름날 퇴근길이었다. 왠지 임신임을 확신하고 있었지만, 테스트기를 해보지 않아 반반이었다. 안되면 아쉽지만, 될 것만 같은 설렘은 발걸음을 제촉했다. 집 근처 약국에서 테스트기를 구입했다. (약국엔 얼리테스트기 밖에 없다고, 1종류 밖에 없다고 하셨다.) 보통은 아침 소변이 가장 정확하다고 하는데, 임신이라면 저녁 소변도 상관이 없을거라 믿었다.
집에 오자마자 거실에 가방을 툭 던져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배란일에 사랑을 나누었고, 생리 예정일이 지나도 생리를 하지 않으니 당연히 임신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다시 코로나 유행으로 두줄은 무서운데, 임신테스트기의 두줄은 나를 설레게 했다.
연애 때는 두줄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남편과는 피임을 했기에 테스트기를 사용할 이유(?)도 없었다. 신중한 남편, 조심스러운 남편 덕에 나는 불안해할 이유도 없었다. 테스트기를 소변컵에 적시고 바라보는데 하얀부분이 점점 적셔지면서 앞에 있는 임신 선부터 진하게 표시 되어 있었다! 뒤에 표시선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어쩜 이렇게도 빠르고, 정확한걸까? 그래서 얼리(테스트기)인건가? 선명하게 두줄이 나왔다! 와! 나도 이제 엄마가 되는건가!
임신테스트기를 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와? 나 할 말 있는데"라고 했다. 남편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일을 마치고 빨리 오겠다고 했다. 전화로 말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서프라이즈로 알려주고 싶었고, 남편의 반응이 궁금했다. 오늘 따라 퇴근길에 남편이 꽃을 사왔다. (1달에 1번은 꽃을 선물해주기로 했던 남편이 잊지 않고 꽃을 사온 것이다.) 아직 꽃봉우리가 피지 않은 나리 꽃이였다. 남편이 사온 꽃다발을 받고는 너무 좋았다. 꽃집 사장님께서 나리 꽃은 꽃봉우리가 잘 피어난다고 하셨다. (나는 이제껏 한번도 꽃의 봉우리를 피워보지 못하고 늘 시들어서 보내주었는데. 나리 꽃은 활짝 필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지만, 우리에게 아기가 온것 처럼 나리 꽃이 활짝 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남편과 자연스럽 저녁 식사를 하고, 치우는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말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가도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오히려 담담해졌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은 할 이야기가 무어냐고 물었고, 나는 계속 다른 이야기를 했다. 빨리 말해주고 싶은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남편은 쇼파에 나는 바닥에 앉아서 서로의 눈을 바라 보고 있었다.
당신아! 할말있어! 뭐냐면...
"나 임신했어"
남편의 눈이 커지더니 놀란표정이었다. 한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남편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지 알았는데, 남편은 "기분이 이상해"라고 말했다. (마음 속으로 반응이 왜이래? -_-+) 남편은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남편은 평소에도 진지한 편인데 남편이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임신이 안되는 것이 자신의 문제였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나는 남편을 안심시키며 우리는 건강해, 그리고 정확한 배란일을 몰랐고, 임신을 계획한지 2달 밖에 되지 않았어. 아무말 하지 않아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축하와 감동의 물결이 흘렀다. 아이 소식에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 진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나는 아기를 가짐으로써 남편에 어깨에 천사의 달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나에게도 아이는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기분이 이상하다고 하며 임신소식에 기뻐하며 거실을 슈퍼맨이 날듯이 뛰어 다녔다.(정말 기분이 좋으면 하는 남편의 세레모니다.) 우리 부부에게도 아이가 생기다니. 꿈만 같은 일이다.
남편은 폭풍 검색을 하며 임테기 두줄, 임심초기 조심해야 할 것들을 찾아보았다. 이번주 워터파크에 가기로 예매권을 사두었는데 못가게 되었다. 바로 취소.(ㅠ ㅠ)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착상이 잘 될 때까지는 조심해야되니까. 여름 휴가로 가기로 했던 워터파크는 포기가 빨랐다.
남편과 임신의 축하를 나누며 태어날 아기를 떠올려 본다.
나리 꽃이 우리 부부에게 왔습니다
무더운 여름 어느날.
나리 꽃을 품에 안고 온 남편에게
나는 뱃 속에 씨앗을 품었다고 말했습니다.
남편과 나의 사랑의 결실.
몇일 후 나리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매번 꽃 피우지 못했던 꽃 봉우리가 활짝 핀 것을 보고
우리에게도 축복이 왔음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 좋은 날
그대 곁에서 꽃 피어날 수 있었고,
내 안에 꽃 피어날 생명이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