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8주 8/8-8/14
8/13-14 짧은 여름 휴가
여름 휴가를 에티브티하게 보내고 싶었는데, 7월말 임신 소식을 접하게 되면서 여름 휴가는 1박 2일로 짧게 다녀왔다. 임신 전 계획은 여수로 여름 휴가 떠나기, 워터파크 놀러 가기, 서핑즐기기 등 여름에 걸맞은 활동적인 휴가를 즐기고 싶었으나 예약되어 있던 것도 취소를 하고, 긴 휴가보다는 짧고 여유로운 휴가를 위해 인근 울산으로 향했다. 울산은 당일치기로도 얼마든 드라이브 코스로 다녀 올 수 있는 곳이지만,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무언가 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 휴식과 힐링, 느림이 포인트였다. 둘이 아닌 셋이기에 '무리하면 안된다, 조심해야 한다'이러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하고싶은게 많은 엄마였지만, 안정기가 될 때까지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영하여 힐링여행을 떠났다. 그래 안전한게 좋은거야..
여유롭게 출발하여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건 없을까? 하다가 무인로봇이 음식을 가져다 준다는 음식점으로 갔다. 블로그에서 보니 뷰도 오션뷰에 깔끔하게 나오는 식사가 맛있어 보였다. 나는 전복덮밥, 남편은 돌문어 덮밥을 시켰다. 입덧이 있다 없다 하다보니 걱정은 했지만 식사를 하는 동안은 괜찮았다. 다 먹고 식당을 나오는데 아니 갑자기 배가 아픈것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서 별로 먹은 것도 없었고, 점심 식사가 늦어서 였을까? 아니면 전복 내장 때문인걸까? 인근 관광지에 구경을 가려다 날씨도 비가 올것 처럼 흐려지고, 내 뱃속도 태풍이 몰아치듯이 내 장기들을 뒤흔들고 있었다. 아 어쩌지. 그런데 남편도 나와 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관광지 주차장에 주차 후 화장실을 이용했고, 주차비는 곧 우리의 화장실 비용이었다. (ㅎㅎㅎ) 나의 배는 계속 꾸룩꾸룩 하며 요동치는 바람에 숙소로 가는 길 인근 카페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했다. 평소에 잘 먹던 음식도 탈이 나거나 안좋아 질 수 있고, 특히나 생것(?) 날 것을 먹는 건 좀 더 조심해야했다. 으~~ 하늘이 노래지고, 뱃속은 홀쪽해졌다. 나리야.. 전복이 입맛에 안맞았니?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하나도 틀린게 없었다.
임신을 하면 먹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먹고 싶었다가도 먹기 싫어지고, 또 안먹으면 메스껍고, 먹으면 더부룩한건 임산부의 숙명인 것일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숙소로 향했다. 덥고 습한 여름 날씨에 숙소로 가서 쉬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숙소에서 있는다는건 허락하지 못하는 일인데 쉬어야 한다는 마음이 격하게 들었다. 점심 메뉴 선정은 별로 였지만, 숙소는 좋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항했다.
숙소는 아늑하고 또 탁트여서 뷰가 멋있었다. 리버뷰(River view) 1박 2일동안 잘 부탁해. 급격히 저하된 체력으로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뭔가 셋이 되고 난 후에 활동적인것 보다 이렇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예전에 내몸이 아니야' 비가 그치기를 해가 저물기를 기다렸다. 언젠가 부터 활동하는 것 보다 쉬는게 더 좋아졌다. 아기를 품고 나니 너무나 많은 것을 하고, 또 책임져왔는지를 알 수 있었다. 무조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것 저것 해야했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다. 다년간 몸에 베인 습관 같다고나 할까. 가만히 있는다는건 이대로 멈춰버릴것 같은 불안이 나를 움직였던것 같다. 여름 휴가 전 회사에선 중요한 평가가 있었다. 평가 전에 서류를 정리하기 위해 열심히 했던 터라 많이 지쳐있기도 했었다. 이제 끝났으니 쉬어가도 되겠지. 나보다 일이 앞섰던 나였다.
이번 휴가는 짧지만, 푹~ 하고 쉬어가는 휴가이길 바랐다. 숙소에서 보는 바깥 뷰는 태화강이 보였다. 바깥에 물놀이 장이 있어 아이들이 놀수 있게 되어 있었다. 뱃속에 아기가 크면 저렇게 형아들이 놀 수 있는 곳에 갈 수 있겠지? 마음 속으로 점점 미래의 모습들을 그려간다.
밤이 되서야 우리는 숙소를 나올 수 있었다. 부족한 잠을 자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 충전을 했다. 그치기를 바랐던 비는 밤이 되어도 비가 그치지 않았다. 차로 이동하기에 우산은 필요치 않았다. 우리가 향한 곳은 울산에 있는 독립서점이었다. 나는 여행지에 가면 독립서점을 찾아 가는 취미가 있다. 별건 아니지만, 그 지역의 독립서점에서 사장님께서 추천해주는 책이나 모여있는 책을 보면 그 독립서점의 느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끌리는대로 책을 한 권 구입했다. '맺힌말들'
울산하면 대나무 죽순빵이 유명하다고 한다. 지역마다 빵이나 특산품들이 있는데, 울산은 십리대밭길이 있어서 죽순이 유명한가보다. 점심에 고생을 한 후 입맛이 별로 없었다. 커피는 어차피 마시지 못할테고 죽순빵 맛보기로 조금 먹고, 음료를 마셨다. 달지만 과일음료를 계속 찾게 된다. 임신 후 계속 갈증을 느끼고, 또 과일을 찾게 된다. 그렇지만 너무 단 것은 싫어하는 입맛으로 바꼈다. 즐겨 먹던 것이지만 내 몸이 변화하고 있고, 잆맛도 변해가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비가 그쳤으려나 하고 봐도 비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카페 반대편에 꽂집을 발견하고 뛰어갔다. 쇼윈도에 너머로 보이는 화분들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내가 좋아 하는 식물화분들과 테라리움이 눈에 보였다. 식물을 심어 피규어, 나무, 돌 등으로 장식 해놓은 것을 바라만 보았다. 눈길 따라 발길도 따라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아담한 피규어가 너무 귀여웠다. 미어캣, 호랑이 등 야생의 것을 가지고 온 느낌이었다. 물에서 키우는 팔라리움도 있었지만, 직원분이 비용도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고 하셨다.식물을 데리고 오고 싶었지만 집에도 관리해야 할 식물들이 많기에 다음으로 기약했다. (집에 와서도 테라리움, 팔라리움을 검색해보고, 심지어 간판도 없었던 이 화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기 위해 카페에 전화해서 물어봤다. 아직 준비중이여서 그런지 인스타나 네이버에 검색이 되지 않았고,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해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아쉬워 차로 태화강 근처를 한바퀴 돌았다. 태화강 근처에는 먹을 거리도 있었지만, 제일 인기가 있었던 건 편의점이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늦었고,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곳에 이끌려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시켜서 먹었다. 먹을까 말까하는 느끼한 속에는 컵라면 만한것이 없었다.
여름 휴가인데, 배탈도 나고, 저녁이 컵라면이라니. 아쉬웠지만, 컵라면은 맛있었다. ㅎㅎ '아쉽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평소에 여행을 떠나면 여기저기 구경을 다니고, 또 재미있는것, 먹거리 등을 찾아 이것 저것해보자고 했을텐데 이번 여행은 그와는 반대로 즐기는 것도 적고, 하고 싶은것, 가고 싶은 것이 제한되어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리고 날씨까지 비가내리니. 아쉬우면 어째. '아! 그럼 다음에 또 오면되지!' 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니까. 또 올 수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이틀날 아침이 밝았다. 해는 볼수 없었지만, 태화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뷰가 멋있었다. 이 당시 명상 공부를 하고 있어서 남편은 쿨쿨 잠이 들었는데 혼자만의 여유를 찾고자 쇼파에 앉아 명상 영상을 틀고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고요한 시간은 평소에 잘 경험해보지 못하는 시간들이다.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일을 하는 나는 아무 소리도 미동도 없는 시간을 어색해 했었다. 그런데 명상을 하고 연습을 하다보니 이러한 시간에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느낀다.
울산 여행코스중 남편이 원했던 것은 동물원이었다. 남편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실내 동물원을 찾았다. 어린 아이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커플, 가족 단위로 온 팀들이 있었다. 좁은 공간에 동물들이 있다보니 어수선한 분위기도 있었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고 배설하는 동물들도 있었다. 나는 동물들을 사랑하지만, 야생의 본성이나 본능적인 것을 무서워 한다.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동물들이 불쌍하다는 마음이 더 크게 올라왔다. 앵무새는 저기 저 상태로 그대로 있고, 거북이의 등을 두드리거나 만지는 사람들, 피곤한지 구석에서 자고 있는 동물들이 눈에 밟혔다.
비가 와서 다른곳은 들리지 못하고 울산에서 집으로 향했다. 울산은 실내 보다 실외에 바다풍경을 보거나 싶리대숲을 걷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날씨가 따라주지 못한것 같았다.
인생이라는 것이 계획한대로 예측한대로 이루어지는 날은 많지 않다. 계획은 계획일뿐 실제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이번 여행은 어떤 것을 시간 내에 딱딱 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남은건, 그리고 내가 원했던 것은 '여유'였다. 시간에 쫓기지 않았고, 명상을 하는 고요한 시간도 즐겼다. 무언가 하지 않아도 흐름대로 이어 갈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또한 함께 하는 사람과의 관계와 따뜻한 교감이 있었기에 이번 여행은 행복했다. 아마도 앞으로의 여행도 변수가 생길 수 있지만, 함께 하는 남편과 나리가 있기에 이 과정 또한 감안하고, 또 즐기고 싶다.
나리야~
엄마와 아빠 둘만의 여행이 될 줄 알았는데,
나리도 같이 가게 되었구나.
이번 여행에서 엄마는 배탈이 나고,
날씨도 비가와서 좋은 것들을 많이 느끼게 못해준 것 같아 아쉽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계획한 일들이 일정대로,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어.
그럴 때 일수록 같이 하는 사람들과 마음 상하지 않고,
의견을 모아서 그 상황을 잘 해결하고 즐겼으면 해.
이건 여행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기도 해.
너에게 너무 어려운 말일거라고 생각해.
아마 나리가 해달라는 것을 다 해줄 거지만,
안되는 경우도 있고, 못해주는 경우도 있을 거야.
때로는 서럽고, 짜증나고, 속상할 수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변함이 없을 거야.
사랑해 ^^
한줄 요약: 인생이라는 것은 계획한대로 되지 않지만 같이 하는 사람과의 마음이 통하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