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쓰담: 외할머니의 사랑
8주 8/8-8/14
8/13-14 여름휴가
엄마는 사랑의 배민(배달의 민족)이다
주말 아침. 친정 엄마의 카톡이 왔다. 입덧이라 잘 못 먹을 텐데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입맛이 없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딱히 먹고 싶은거가 갑자기 떠오른 메뉴. 겨울엔 ‘김치국밥’ 음. 지금은 ‘잡채’ 라고 답장을 보냈다. 손이 많이 가는 메뉴중에 하나다. 어제 중국집에서 시켜먹는 잡채보다는 엄마의 잡채 맛이 예술이기에 그냥 ‘잡채’라고 말했다. 엄마의 잡채는 당면보다 당근, 어묵, 소고기, 시금치, 버섯 등 고명이 더 많이 들어가 있다. “알써~ 해줄게.” 라는 말에 아~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이 오늘될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50분쯤 지났으려나 엄마가 “시장 갔다 왔다~”라고 했다. 이 무슨 일이! “오늘 해주게?” 대답은 “응” 짧고 굵었다. 이 더운 여름 불앞에서 요리라니. 괜히 말했나 싶었다. 그리고 주문과 동시에 장보기, 조리, 단숨에 해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날아 오셨다. 감동의 물결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새벽을 즐기고 잠이든 남편을 깨워 친정 엄마가 오신다는 걸 알렸다. 나는 쌀을 씻어 밥을 앉혔고, 남편은 잠결에 부엌으로 향하더니 미역국을 단숨에 끓여냈다. (아마도 출산 후 미역국은 남편이 끓여줄 듯 싶다. 미역국을 잘 끓이는 남편) “설거지하고 가져갈게. 점심 먹지마~” 라는 엄마의 문자에 우리의 손길을 바빠졌다. 친정 엄마가 아니었으면 오늘 뭐 먹지? 하며 늦은 점심을 먹었을 텐데, 엄마 덕분에 휴일 아점을 진수성찬으로 차려 밥을 먹게 되었다.
뱃속 나리 덕분에 내가 이렇게 호화로운 밥상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 나는 제일 간단한 현미가 들어가 쌀밥을 내어 놓았고, 남편은 달달달 볶은 미역과 굵직한 소고기가 들어있는 미역국을 식탁위에 올렸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고명이 많이 들어간 엄마표 잡채이다. 세 명이 삼위일체가 만든 환상의 밥상이었다. 이렇게 가족이 단합이 잘된다니.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랐다. 더운 여름, 추운 겨울 엄마는 늘 부엌에 서있었다. 김치전, 배추전을 구울 때도 나는 한 접시를 다 먹을 동안 엄마는 불 앞에서 괜찮다고 하시며 늘 부엌에 계셨다. 나는 서서 주섬주섬 먹거나 전을 쭉~ 찢어서 엄마의 입에 넣어 드렸다. 엄마에게 드린 것 보다 내 입에 들어 가는 게 많았을 거다.
엄마는 늘 본인이 해주는 게 약소하다고 말하신다. 나는 돈을 벌고 난 이후 엄마와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고, 그렇게 즐기는 것 말고는 별로 해드린 게 없다. 그런데 엄마는 늘 내 옆에서 맛있는 걸 해주시고,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한 번도 잔소리 하지 않고 늘 내 옆에 있어주셨다. 오늘도 우스갯소리로 “만약 너네 아빠가 해달라고 했으면, 이 더운데 무슨 잡채냐고” 하기 싫다고 했을텐데, 오늘은 장보고 요리하는 동안 즐거웠다“고 하셨다. 엄마의 고생을, 그리고 정성을 알기에 오늘 점심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날의 밥맛을 잊지 못한다. 참으로 맛있었고,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도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왜 이 글을 쓰는데 눈물이 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요즘 잊고 있었던 예전 추억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고마운 순간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조건 없이 사랑을 나누어주셨던 분들이 많았음을 깨닫는다. 뱃속에 있는 나리 덕분이다.
“나리야 고마워.
엄마가 잊고 있었던 걸 깨닫게 해줘서 고마워.
엄마가 받았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너에게도 줄게.
너를 품고 있는 동안 엄마는 우주를 품은것 처럼 행복하단다.
엄마의 엄마도 나를 품고 있는 동안 행복했겠지?
좋은 것 만 생각할게.
좋은 것 만 볼게.
좋은 것 만 들려줄게.
이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하단다.
엄마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꼭 만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