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와 우렁서방의 생색내기
저는 남편과 같이 육아휴직 기간을 보내며 10개월 아기를 키우고 있어요. 출산 후엔 친정어머니께서 많이 도와주셨고요. 출산 후 친정집이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오게 돼서 부탁할 게 있으면 언제든 "엄마~~"를 불렀는데요. 지금은 나름의 안정을 찾고 남편과 둘이서 육아를 하고 있어요. 예전엔 둘 다 너무 피곤해서 잠결에 서로 새벽에 아기 수유를 하라며 미루기도 하고, 피곤하다며 잠을 청할 때도 있었어요.
아기가 10개월이 되어도 새벽 3시에도 깨고, 새벽 5시에도 깨다 보니 새벽에 아기를 케어한다고 일어나면 낮잠을 자야지 피로가 풀렸어요. 밤까지 견디는 날엔 '슬로 모션'이 되어 느릿느릿해졌죠. 비가 오는 날엔 나가지도 못하니, 체력도 더 떨어지더군요.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나 아기를 케어하고 분명 8시까진 깨어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고 말았어요. 보행기를 타고 안방으로 출두하신 아기 덕분에 몸을 일으켜 깨웠는데요.
역시 새벽에 깨지 않았던 남편은 멀쩡(?)하게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웬일인지 쓰레기통도 비우고, 샤워기 필터도 바꾸고, 아기 분유까지 먹이고 여유롭게 앉아있더군요. 평소 같았으면 "내가 이것도 했고, 저것도 했고" 생색을 냈을 텐데 오늘은 무언의 웃음을 지으며 여유로워 보였어요.
"당신아~ 우리 점심 뭐 먹지? 나나 짬뽕 먹고 싶은데~" 남편이 악마의 속삭임으로 저에게 말을 걸었어요. 일주일째 계속 짬뽕이 먹고 싶다고 말하길래. "그래 그럼 당신 먹어."라고 했는데, 쏜살처럼 짬뽕 2개를 시켰네요.
이제 돌잔치가 1달 남아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남편은 역시 공공의 적이네요. 매번 과자에, 빵에, 고기에, 제 다이어트를 이렇게 방해하는지. 아기 분유를 먹이고 딱! 재우고 나니 짬뽕이 식탁 위에 도착해 있었죠.
"음~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짬뽕이야~ 자장면만 먹었지 이 매콤한 짬뽕은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 짬뽕 면을 빨간 국물에 풀어내며 군침을 삼키는 하이에나 같은 남편을 보고는 그저 웃었어요. 먹는 걸 어찌나 좋아하는지 졌다 졌어하는 마음으로 짬뽕을 한 젓가락 했는데, 칼칼한 짬뽕의 매운 향이 일품이네요. 매운걸 안 먹다가 먹으니 속은 따가워지만 역시 짬뽕의 얼큰한 맛은 예술이었죠.
"당신아~ 오늘 내가 일어나서 아기 맘마도 먹이고, 이유식도 먹이고, 쓰레기통도 클린 하게 비우고, 어젠 빨래도 널고...." 남편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죠.
"응응~~ 잘했네. 오구오구~ 그것도 했어? 잘했네." 칭찬에 칭찬을 거듭하며 맞장구를 쳤어요.
제가 푹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동안 기특하게 집안일에 아기까지 봐주었다니. 칭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당신아. 당신이 잠시 침대에서 자고 있을 때, 엄마는 방에 돌돌이도 밀고, 빨래도 개고, 젖병도 씻고, 아기랑 놀고.... 얼마나 많이 했게?"
분명 아이케어를 하고 집안일을 할 땐 묵묵히 해내고 나서 꼭 칭찬받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이야기를 하죠
. 저희 부부는 각자 자고 있을 때만 우렁각시 우렁서방인가 봐요.
육아라는 게 처음이라 힘들고, 지치고, 피곤할 때도 있는데 아기와 있으면 언제 피곤했냐는 듯이 하늘 자전거도 태워주고, 까르르 웃음이 날 때까지 놀아주는데요. 사실 육아라는 게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엄청나게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지요. 한 생명을 키워내는데 온 힘을 다해 있는 힘껏! 정성을 다해야 하니까요.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게 진정한 부부라고 생각해요. 우렁각시, 우렁서방으로 지내면 다툴일이 없답니다. 아직은 육아초보지만 서로를 위한 배려와 사랑으로 아이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