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
작년 11월. 두 달을 남기고 불현듯 남편에게 "나 요가 갈래"라고 말을 꺼냈다. 이사한 집과 가까이에 있는 요가원을 찾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어쩌면 낯선 곳보다는 임신했을 때 다녔던 요가원에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섬세하게 봐주시는 원장님의 배려에 난 답정녀처럼 그 요가원을 머릿속에 정해놓고 있었다. 남편은 "어 해. 어 가." 단 두 마디로 대화를 나누었다. 그건 이미 내가 정해두고 물어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남편은 아마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거다. 정해둔 내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10월 말쯤, 요가원에서 주 2회 (오전/저녁) 시간타임 고정으로 할인가로 모집한다는 문자가 왔다. 그래 이거지. 이거.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 나에게 이젠 몸의 자연적인 회복이 아닌, 요가 수련으로 같이 요가해요~ 하는 손짓하는 느낌이 들었다. 난 아마도 어떤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다.
몸은 계속 아프지, 주 2회 아기와 남편을 두고 나가는 것도 다짐이 필요했다. 그리고 남편이 아이를 제대로 봐줘야 마음 편히 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속으로 내가 외출을 했는데 남편이 보다가 아기가 다쳤다거나 시간대에 이유식을 안 주고 굶길까 봐 불안했다. 남편이 그렇지 않을 거라며 자신을 믿으라고 했다.(아기를 잘 돌봐도 어떤 돌발 상황에 다칠 수 있다는 1%의 불안이 있었지만, 믿기로 했다.)
10월 말 나의 생일이 있어 어떤 선물이 필요하냐고 물어본 친구에게 "나 요가 갈 건데 매트가 필요해"라고 했더니 기꺼이 사주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내가 건강하게 살고 싶다며 의욕이 넘치는데 안 사줄 수가 없었을 것 같다. 11월 첫날 나는 버스를 타고 요가매트를 끌어안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요가원에 가지고 간 요가 매트처럼 내 몸은 무겁고 아직 질이 들지 않다. 골반도, 어깨도, 허리도, 다리도 뻣뻣 몸이 어디 제대로 된 곳이 없었다. 손끝엔 힘이 없어서 양팔을 어깨높이로 들고 있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늘 두통을 달고 살았던 게 몸과 어깨가 많이 굳어 있어서였을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요가만은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세 달을 다녔다. 버스로는 50분이 걸리고, 차로 터널만 지나면 16분 만에 돌파하니 차로 가는 게 훨씬 득이었다. 도로비 1천 원은 하이패스로 결제가 되니 안 타고 갈 이유가 없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반팔티에 레깅스는 추워 차가 간절했다.
3개월 동안 나는 안 되는 팔을 들고, 복근엔 힘이 없어 후굴(몸을 뒤로 젖히는 동작) 따윈 되지 않지만 매주 2회씩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 덕분에 이젠 제법 다리도 찢어지고, 한라산 동작(누워서 다리와 엉덩이를 높이 들어 머리 뒤쪽으로 넘기는 동작)까지 가능해졌다. 두통은 많이 사라졌고, 덕분에 오금도 쫙 펴졌다. 아직도 숨이 가빠오거나 복근에 힘이 없어 후달달 떨리지만, 원장님의 가이드에 따라 동작을 하나하나 쪼개서 따라 하며 숨과 내 몸에 집중했다.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해서 잘되는 날은 요가 수련 후에 맑은 정신을 얻었다.
아침에 요가를 가라면 공복상태가 편해서 아침을 걸렀는데 체중도 무려 3kg이나 감량되었다. 중간에 종합건강검진을 하며 대장염으로 응급실에 간다고 1주일 정도 쉬었지만, 선생님의 배려로 1주일 홀딩해서 결석은 면할 수 있었다.
2024년 설날 연휴 전까지 해서 주 2회 3개월 동안 올 출석을 했다. 짝짝짝~~~ 셀프 칭찬.
요가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 넌 해낼 줄 알았어. 한다면 한다는 걸 보여줬구나!
초등학교 때부터 개근상을 받았던 만큼, 요가도 결석하지 않고 가고 싶어 했는데 잘했네!
몸이 건강해지니 역시 아기를 보는 체력도 올라가고, 이제 낮잠보다 몸을 움직이고 싶어졌어.
그리고 갑자기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는 일도 없으니 낮잠도 줄었지! 넌 잘했어! 잘할 줄 알았어!"
평소엔 잘 안 하지만, 나에게 긍정적으로 말하며 특급칭찬을 해주었다.
요가원을 나와 근처에 있는 꽃집에 들렀다. 졸업 시즌이어서 꽃집엔 꽃다발들이 엄청 많았다. 내가 사고 싶은 노란 튤립은 예약이 되어 있어 사지 못했다. (처음으로 내가 나에게 선물을 주었던 꽃이라 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그중에 눈에 들어 온 하얀 장미와 분홍 장미, 소국을 끼워서 꽃을 샀다. 예전엔 나를 위해서 사주는 꽃이 얼마나 어색했는지 모른다. 어디서 용기가 난 걸까. 꽃향기를 맡으며 은은하게 코끝으로 전해오는 장미향을 느껴보았다.
늘 나를 부려먹기만 부려먹고, 체력이 방전일 땐 누워있는 나에게 늘 비난했다. 그랬었기에 내 몸은 아픈데 두 번째 화살을 맞고 침대와 일체가 되어 일어나기 싫었을 거다.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해나가려면 체력전인데 난 늘 완주하지 못하고 중간쯤에서 지쳐 의기소침하게 앉아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3개월은 나에게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1 추가되었다. (무언가를 해내서 보상을 해준다는 의미보다는 요가를 하며 건강해진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래. 할 수 있지. 이제 체력이 올라왔잖아.
그리고 내 몸에 집중할 수도 있고, 내 숨이 가쁜지, 천천히 몸을 이완하면서 숨을 내쉴 수 있는지 그것도 조절할 수 있게 되었어. 점점 내 몸과 마음에도 근력이 쌓일 거야."
작은 성공이 모여 큰 성공을 만들 수 있다고 하던데, 난 그중 건강이라는 단단한 작은 벽돌 하나를 쌓았다.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내 체력정도는 받쳐줘야 하지 않겠는가.
큰 욕심 내지 않고, 3달 그리고 또 3달을 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3달 후엔 육아휴직이 끝나고, 복직을 해야 하는 시점이기에 그때까지 육아하는 체력과 일하는 체력을 끌어올려 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바라는 문구를 되새기며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그 속에 사랑이 가득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