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혼자 걷는 길 - 길을 잃었다 천 가지 감정을 맛보았다
GR65 Fonteilles(Golinhac) - Conques 25.9km
퇴사 이후 최초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날.
오늘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아침 6시10분 눈이 떠져 기상했다. 아무래도 바라고 바라던 꽁끄에 가는 날이라 더 긴장해서 일어난 것 같다. 조식이 일곱시라 했으니 일어나서 먼저 짐을 싸 두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다.
보통 프랑스 지트들은 신발을 바깥에 내놓으라고 한다. 혹시라도 베드벅이나 벌레들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어제 신발을 주인 몰래 건물 안에 놓기로 엘로디와 작정했는데, 그것은 참 좋은 결정이었다.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다. 그대로 두었었다간 찰박거리는 신발을 신고 갈 뻔 했다. 바람도 엄청 분다. 춥다.
거실로 나가 라디에이터 앞에 말리려고 걸어둔 우비와 옷들을 챙긴다. 라디에이터에 가까이 걸어 둔 것들은 바싹 말라있는데 조금 먼 것들은 아직 촉촉하다. 이러면 방도가 없지.
리옹에서 산 엄청 크고 제법 비싼 스포츠타월에 마르지 않은 옷들을 돌돌 말아 함께 싼다. 스포츠타월은 항상 제일 빨리 마르니까 그 안에 젖은 옷들을 펼쳐 말아두곤 한다. 이렇게 해 두었다가 해가 나면 젖은 옷을 꺼내어 가방에 걸쳐 말리기도 하고, 그럴 겨를이 없었다면 도착하자마자 바로 볕에 말린다. 적어도 냄새는 나지 않는다. 순례 일주일 조금 넘는 동안 매일 비가 오고, 매번 건조기를 쓸 수는 없으니 대처하는 요령이 생긴다.
내가 부스럭대는 소리에 깼는지 엘로디도 자기 방에서 나온다. 내가 먼저 밥을 먹으러 가겠다고 하니 엘로디가 곧 따라온단다. 바람막이 모자를 뒤집어쓰고 셩브흐도트 건물로 달려간다. 등산화를 신고 들어오지 말라고 해서(갑자기 신발을 방 안에 보관한 게 찔린다) 건물 옆에 가지런히 벗어두고 들어간다. 나를 맞이하는 건 엄청난 양의 조식. 깜짝 놀라 사진을 찍어 두었다.
이게 브장송아저씨, 나, 엘로디 총 3인을 위한 아침식사였다.
브장송 아저씨도 아침 먹으러 내려왔다가 화들짝 놀라 사진을 찍는다. 뒤따라 들어온 엘로디도 놀라며 사진을 찍는다. 너희 아침 이렇게 먹니..? 하고 물어보니 브장송 아저씨도 엘로디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 엘로디와 나, 브장송 아저씨는 꽁끄까지 힘을 내기 위해 양껏 먹는다. 식사를 하는 도중 지트 아저씨가 GR65를 따라가는 길 대신 GR6 길을 타면 더 짧게 걸을 수 있다고 추천한다. 미암미암도도에도 나와있던 정보. 나는 내심 GR65길을 타고 싶었다. 그 때 엘로디가 오 이거 좋은 생각인데? 소아 나랑 같이 가자!하고 제안한다. 그 그럴까...? 하고 예스를 해 버린, 짧은 순간 나온 나의 우유부단함이 후에 괴로움을 낳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브장송 아저씨는 바람같이 식사를 마치고 먼저 지트를 떠난다. 나도 떠나려고 하는데 지트 주인아저씨가 사진을 찍어야겠다며 나를 대문에 세운다. 마니픽, 졸리, 벨 등등 온갖 들을 수 있는 찬사는 다 늘어놓는 아저씨. 약간 과하게 말하는 버릇이 있는 것 같았지만 아저씨만의 과한 친절과 넘치는 에너지는 묘하게 나 또한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 지트 사모님은 어제 너무 피곤했는지 아침식사때부터 그곳을 나오는 내내 보이지 않는다.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지트 데 폰테이으 사장님.
추워 죽겠다고 입을 수 있는 온갖 옷들을 껴 입어 당장이라도 굴러갈 것 같다.
출발할 때에는 비가 잠깐 잦아드는 듯 하더니 이내 세차게 오기 시작한다. 엘로디가 저 멀리 앞서기 시작한다. 진짜 따라가도 될까... 되겠지... 망설이는 마음이 약간 남은 상태로 길을 떠난다.
GR6길이어서 그런걸까. GR65에서는 불안하면 보이던 GR마크가 많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곧 마크를 발견할 수 있을거야~ 하는 말에 엘로디가 멜로디를 붙여 이상한 노래를 만든다. 이 이상한 노래는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계속 부르게 된다. 노래는 부르지만 불안한 기운은 자꾸만 나를 엄습한다. 비는 더 세차게 오고 길에는 아무도 없다.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오지만 마을은 정말 쥐죽은듯이 조용하다.
조금 더 가자 처음 보았던 마을보다 좀 더 큰 마을이 나온다. 다행히 GR마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엘로디는 불안했는지 프랑스 시골에서는 흔치 않은 일요일에 문을 연 슈퍼마켓에 들어가 길을 묻는다. 아저씨가 친절하게도 광장에서 GR6 길로 빠지는 곳을 알려준다. 다행이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나는 엘로디보다 한참 걸음이 빠르다. 내가 엘로디보고 먼저 길을 가겠다 말한다. 수확이 끝난 밭 사이를 한참 가는데 저 멀리 앞에 브장송 아저씨 보인다. 안그래도 다시 GR 마크가 보이지 않아 불안했던 터였다. 더욱 속도를 내어 브장송 아저씨를 따라 잡는다. 아저씨, 저 길을 잘 모르겠어서 불안했었어요. 당신을 만나 정말 다행이에요! 하고 기뻐하자 브장송 아저씨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한다.
킴, 나도 길 잃어 버린 것 같아.
이런?
한동안 켜지 않았던 구글맵을 켠다. 뭔가 방향이 이상한 것 같다. 아무리 못해도 꽁끄 방향으로는 길을 향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꽁끄를 등지고 걷고 있었다. 순간 멘탈이 부서질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무적의 구글맵이 있으니까 GR길은 포기하더라도 국도 길을 따라 걷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브장송 아저씨와 걷고 있는데,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농장 젊은 언니가 차를 세운다. 여기 GR길이 아니야! 프랑스어로 말 하고 있어도 알 것 같았다. 브장송 아저씨가 길을 물어보니 너희 GR길은 한참 벗어났단다. 오마이갓... 그래도 우리가 가던 방향이 국도로는 맞는 방향이라고. 그대로 가면 꽁끄에 당도하긴 한다고 알려준다. 그래,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되지. 브장송아저씨와 나는 길을 이어서 간다. 비는 자꾸만 내린다. 사진 찍을 욕구는 1g도 남아있지 않다.
길을 걷는데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나고 총 소리가 들린다. 브장송 아저씨가 쉿, 킴, 잠깐 멈춰봐! 하더니 숨죽인다. 저 멀리서 주황 형광색 조끼를 입은 사냥꾼들이 사냥개들이 몰아놓은 목표 쪽으로 총을 쏘고 있었다. 내가 길을 시작한 무렵부터 사냥 허가기간이었다고 꽁브리오의 지트 저녁시간 때 들었는데, 이렇게 실시간으로 사냥을 하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브장송 아저씨도 사냥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며 흥미롭게 지켜본다. 산에서 산으로 사냥감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리고 그를 사냥개들이 에워싸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를 사냥감으로 착각해서 쏘면 어떡하죠 하고 내가 묻자 브장송 아저씨가 답한다. 킴, 네 우비가 주황 형광색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하고 조금 썰렁한 농담을 한다.
구글맵 상으로 17km남았다고 기뻐하는데 어떤 잘 생긴 3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우리를 부른다. 하루종일 만난 순례자 이외의 사람이라곤 슈퍼마켓 아저씨, 농장 언니, 그리고 그 남자였다. 그 남자는 순례길이 아닌 국도변에서 순례자들을 보고 몹시 놀랐단다. 그 남자가 운전하고 있던 작은 봉고 뒷좌석에는 사냥개 네 마리가 케이지 안에서 우리를 향해 짖기도 하고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있다. 브장송 아저씨가 그 남자와 이야기를 한참 나누고 나니, 나더러 타란다. GR65로 데려다 준단다. 만세!!!!!!!
개 네마리 있는 차. 개 냄새가 정말 정말 심하게 나는 차. 거기다 뒷 좌석 자체가 없어 좁아터진 앞자리에 세 명이 끼어 앉는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승차감을 만끽한다. 행복하다.
이렇게 비에 쩔은 나와 아저씨의 우비를 차곡차곡 접어서 뒷좌석에 보관해주고, 추울까봐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주는 남자. 남자는 나는 뉴스에서만 나오는 꼬레 사람은 처음 봐! 이렇게 한국에서 온 순례자를 태워다 주다니 몹시 기쁘다 등등 나름 근사한 말을 건넨다. 이렇게 황송한 도움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온갖 감사 표현을 말한 뒤 브장송 아저씨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애석하게도 브장송 아저씨는 영어가 짧아서 아저씨를 거치고 나니 상당히 말이 짧아졌지만... 내 표정이 정말 세상 행복해 보이는 모양이었던지 남자가 즐겁게 웃는다.
그렇게 20분을 내달렸을까, 익숙한 마크가 보인다. GR65다! 만세!! 꽁끄에서부터 약 20km 앞 지점에 남자가 우리를 내려 준다. 무사히 꽁끄에 입성하라고, 하느님이 내려준 천사일까. 감사를 표하며 악수를 청한다. 무사히 산티아고에 도착하길 바란다는 남자의 말에 기운이 난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가 후들거려 잠시 앉아 쉰다. 항상 성미가 조금 더 급한 브장송 아저씨는 먼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잠시 쉬고 가는데 저 멀리 브장송 아저씨가 멈춰있는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엘로디가 바닥에 주저앉아있다. 엘로디가 정강이 앞쪽의 심한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엘로디가 아무리 걸어도 내가 보이지 않고 GR65가 아닌 길이다 보니 길을 걷는 이들이 적어져서 불안해졌다고 한다. 많이 무리한 모양이다. 엘로디가 심하게 절룩거리기 시작한다. 브장송 아저씨는 가방에서 바르는 약을 엘로디에게 준다. 먹는 약은 갖고 있지 않다시길래 내가 내 진통제를 꺼내어 준다. 먼저 가라고 말하는 엘로디. 하지만 약이 하나도 없다는 엘로디가 걱정되어 진통제를 이틀치 주고 먼저 걷기 시작한다.
언덕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아까 먼저 출발한 브장송 아저씨가 한 지트에서 나온다. 기부제로 돈을 내고 차를 마실 수 있으니 쉬고 가기에 좋아, 하고 아저씨는 길을 이어 간다. 나도 그 곳에서 잠시 쉰 뒤 다시 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많이 헤매서 속도를 내야 한다.
엘로디랑 헤어지고 나니 겨우 비가 가늘어져, 카메라를 꺼냈다
화분으로 로봇 만들었다
또 비가 세차게 내린다. 중간에 마을이 하나 나와 맥주 한 잔. 내가 바에 도착하기 바로 전 할머니 할아버지 군단이 도착한 모양이다. 그들이 바에 있는 샌드위치를 모조리 구매했다고 한다. 내가 혹시 샌드위치 이외에 무어라도 먹을거 있냐 물으니 전부 그 분들이 다 사서 아무것도 없다 한다. 망연자실하여 계속 길을 걷는다. 어제 장을 두둑이 보지 못해 간식거리 말고는 가방에 딱히 끼니를 채울 것이 없다. 아니, 무슨 가게들이 다 닫았다. 젠장. 그래 오늘은 일요일이다!
먹을 것은 아무것도 없던 바. 맥주 한 잔 들이키고 길을 다시 나선다.
배고프니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다. 짜증나서 정신을 놓고 걷다보니 또 길을 잃어버릴 뻔 했다. 다행히 마을 근처라 집 앞에 잠깐 나와있던 할머니가 나를 질질 끌어다 다시 GR 마크가 보이는 곳으로 나를 두고 가신다. 첫번째는 거하게, 두번째는 소소하게. 두 번이나 길 잃어버렸던것도 짜증난다. 비가 자꾸 거세게 내리는 것도 짜증난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것도 짜증난다. 비가 얼굴을 아프게 때리는것도 짜증난다. 양 쪽 콧구멍에서 콧물이 눈물처럼 흐르는것도 짜증난다. 갑자기 눈물이 나서 시발! 하고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퇴사하고 처음 욕하는 날이다.
다시 만나 반가웠던 GR마크!
혹시나 해서 기대한 다음 마을에 도착했는데도 음식을 파는 곳이 아.무.것.도 없다. 순례자를 위한 공간이 있어 그나마 비를 피할 수 있다. 그 곳에서 간식으로 사두었던 스니커즈를 끼니로 대체하여 먹는다. 스니커즈를 질겅질겅 맛도 못느끼며 먹는다. 엘로디와 브장송 아저씨를 생각한다. 이 사람들 어디쯤일까. 엘로디 다리 그렇게 절룩여서 어떻게 간담.
이 때까지만 해도 몇몇 순례자들이 지나갔는데, 이후부터 외로운 혼자만의 길이 시작된다. 어떻게 된게 사인도 제대로 안 되어있다. 매 갈래길마다 있던 생작 사인도 없는 곳이 부지기수다. 비가 얼굴을 때리는데 이게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 자갈길+빗물에 발은 계속 미끄러진다. 꽁끄에 도착하려면 급작스러운 내리막길이 보여야 하는데 도대체가 내리막도 안 보인다. 시발시발 거리면서 걷는데 급 내리막이 보인다! 갑자기 기쁨이 몰려온다!!
급 내리막을 걸어 내려온 뒤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니 이미 그 내리막은 보이지 않는다.
급 내리막을 벌벌거리며 내려가고, 프랑스의 오랜 마을들을 들어갈 때 보이는 이끼가 잔뜩 낀 돌담길을 한참 걸어가니 관광객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리막을 걸어 내려올 때 긴장해서 멈췄던 눈물이 갑자기 또 차오른다. 이 와중에 도착한게 신나서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관광객들은 내가 신기한지 자꾸 쳐다본다. 이쯤되면 내가 동양인 순례자인게 신기해서 보는건지 아니면 내 얼굴이 아주 볼 만해서 보는건지 모르겠다.
정신이 없어 이런 사진밖에 없다. 꽁끄 성당 외곽 벽.
사진으로만 보던 꽁끄에 도착했다. 꽁끄 안내 사무실에 지트가 어딘지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가 보니 영어에 능통한 봉사자 알랭이 안내해 준다. 베드벅을 방지하기 위해 가방을 큰 봉지에 넣고 신발을 벗고 우비를 걸고 돌아서는데 엘로디가 도착해있었다! 너무 반갑고 기뻐서 엘로디!!!하고 소리를 지르며 껴안고 난리를 피운다.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예약을 바꿀 수 없었다는 엘로디는 택시를 타고 왔다 했다. 정말 다행이야, 눈물의 상봉이다.
우비는 신발 벗는 곳 마당에 걸으세요.
신발은 여기에 벗고, 비닐 안에 가방을 넣어 입구를 잘 여미고 방으로 가세요.
꽁끄 지트를 올라가던 회전식 계단.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순례자의 석상.
빗물과 땀에 절은 몸을 씻고 성당을 구경한다. 생작 성상에 초를 올리고 감사기도를 드린다. 무사히 도착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눈물샘이 망가졌는지 그렇게 만난 야고보 성인이 정말 감사해서 눈물이 난다. 감사 초를 봉헌하다가 박 선배 부부의 안녕을 위해 화살기도 드리겠다고 한 것이 기억나 그 분들의 초도 바치고 기도를 드린다. 우리 가족의 안녕을 위한 초도 바친다.
주일이니 미사를 보려는데 약간 늦어서 들어가기 민망하다. 그냥 숙소로 들어와 요가 겸 스트레칭을 하고 밥을 먹으러 간다. 순례자들이 아주 바글바글하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한 순례자가 종을 딸랑거리며 밥을 달라 재촉하니 모두가 웃는다. 영어가 가능한 프랑스인들과 영미권에서 온 순례자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봉사자 알랭이 나를 데려다 줬는데 쏘그와 생딸방 지트에서 만났던, 리옹 근처에서 온 필립이 세상 반갑게 다가온다. 안 그래도 필립이 자꾸 영어만 갖고 프랑스를 여행하려 하다니~ 하고 노래를 불러서 재수 없었는데 이 필립은 내가 그렇게도 반가운가보다. 재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또 오랜만에 보니 반가운 마음 반 싫은 마음 반이다. 너 프랑스 여행하려면 프랑스어 배워야한다고 또 아페리티프 따라주면서 한 소리 한다. 이 사람이 증말...^^
수사님의 즐거운 아코디언 연주로 모두가 울트레이야를 부른다. GR65를 걸으며 수도 없이 부르고 들었던 울트레이야. 내가 들었던 울트레이야 중 가장 신나는 울트레이야라고 할 수 있었다.
식사 전, 모두가 신나있다.
와인! 순례자의 뀌베.
전식이었던 퀴노아 샐러드
본식이었던 치즈 라자냐
GR65길을 걷는 분들이라면 아주 익숙한 곡. 울트레이야- 울트레에에에이야-
식후 순례자들끼리 모여 기도를 드린다. 수사님들의 맑은 목소리가 대성당을 가득 채우는 멋진 순간.
밥먹고 성당 가서 순례자들을 위한 작은 미사를 드린다. 수사님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 느껴보는 맑은 울림이다. 소년합창단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지만, 더욱 깊은 울림이 있는 소리. 그 후 수사님이 순례자들을 인솔하여 아주 유명한 꽁끄 성당 파사드에 대해설명을 진행하신다. 워낙 웅얼거리는 말이어서 프랑스어인지 영어인지 구별도 안되던 터라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이전에 조사하고 간 것이 있어 이 시간을 기회로 꼼꼼하게 다시 살핀다. 중세인들이 보던 천국과 지옥을 비춘 파사드를 바라본다.
열렬한 수사님의 설명
그 뒤 숙소로 돌아가려고 하니 엘로디가 오르간 콘서트가 있으니 꼭 듣고 가자고 한다.
오르간 콘서트는 내가 무어라 말 하는것이 어려울 정도의, 형언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감정이 극대화 된 상태여서였을까.
오르간의 선율에 푹 나를 적시면서, 수천년간 종교가 어떻게 민중을 사로잡았는 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콘서트가 끝나고
지트로
돌아간다.
말로 다할 수 없는 하루를 이렇게 마무리한다.
천 가지 감정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