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버리고도 떠나온 곳을 유념하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행동이 나쁜건 아니겠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는데 나는 이미 며칠 뒤 돌아가야할 따끔한 가시방석들을 미리 겁내고 있다. 혓바늘이 돋는 기분이다.
타지에서 좋은 점은 어느 하나 신경써 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방인으로서 존재하며 관계한다.
특히 옷차림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서 해방감이 든다. 매일 아침 어떤 옷을 입을지 고르고 남들 눈에 어느게 멋있게 보일지 생각했었는데 여기선 그냥 내가 좋아하는 옷을 입을 수 있게된다. 이건 마냥 내가 타지에 있기때문이라기 보다는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문제에 더 가까운거일수도 있다. 다시 돌아가서도 시선들을 던져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옷들만 입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여기가 너무 좋다. 이방인이라는 타이틀이 내가 바라던 태도를 취할 수 있게 해준다. 스스로를 검열하고 치장하게 하는 것들에게서 벗어나있다. 동시에 돌아가면 맞게 될 검열과 치장들을 걱정하고 있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퍽 아늑한 기분이지만, 지금 기분으론 돌아갈 곳은 이곳의 숙소로 충분하다.
다시 돌아가 어떤 틀 속에 맞춰야 할 것이 싫다. 모든 사람이 날 그냥 원래 그런 놈으로 생각하고 이곳에서처럼 살고 싶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이상한 사람으로 등돌려질지도 모르겠다. 그게 두려워할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역시나 조금은 두렵다. 언제나 혼자일수는 없으니깐.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냥, 누군가 필요하다.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고 폭 안아줄 누군가가.
그런 사람 하나만 있다면 그저 이렇게 지낼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