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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an 19. 2020

세상은 얄밉게 세련되어져간다.

 역 옆의 낡은 영화관에선 영화 중간중간 열차소리가 들려왔다.


 쿠궁쿠궁


 미세한 진동도 함께 느껴졌었는데, 그게 마치 영화 때문에 가슴이 떨리는 것 같았다.

 난 그게 참 그립다.


 요샌 낡은 것들이 마음에 든다. 어쩐지 퍽 낡아버린 건물들과 어릴적 듣던 노래들과 사람들 구둣발이 아로새겨진 듯한 골목길들과 빗물에 절반은 쓸려내려간 스프레이 낙서가 남은 얼룩쟁이 낡은 벽들이 더 구미가 당긴다.


 지하철역 옆에 딸린 옛 영화관의 낡은 의자에서 느껴지는 지하철의 진한 진동같은 것들. 


 옛 기억들을 들춰보면,  나는 참 아날로그로 살았었다. 이렇게 빠르게 살지 못했고 이렇게 선명하게 살지 못했다. 그런 탓인지 요새 기계들 속에서 편해도 편치 않은 기분이 든다. 오히려 더 얽매이는 기분이 들어서 욕지기가 날 때가 있다. 화면들이라면 이제 다 싫어진다. 터치라면 왠지 더 싫다. 나는 좀더 거친 질감이 필요하다.


 내가 좋아했던 영화관은 이제 더이상 낡지 못하는 멀티플렉스로 변했다. 세상은 점점 세련되어져 간다, 얄밉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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